[비즈한국] 제19대 대선이 벼락같이 시작됐다. 정치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기존 선거 보도는 대선후보 위주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 시점에서 유권자는 보도의 주변으로 쫓겨나며, 구경꾼으로 전락한다. 청년, 특히 기성 매체와 기자의 범위 바깥에 있는 청년들은 더욱 그렇다. ‘비즈한국’은 ‘미스핏츠’ ‘밀레니얼 오브 서울’과 함께 그들의 이야기를 ‘날이 선 채로, 날 것 그대로’ 풀어본다.
다문화 사회라고 한다. 2017년 기준 다문화 학생 수는 9만 9000여 명으로 전체 학생 수의 1.7% 정도이고, 미취학 아동의 비율은 더 높아 현재보다 다문화 가정에서 자란 사람들은 흔해질 거다. 그러나 뚜렷한 다문화 정책을 내놓은 후보도, 정당도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기사로 접하는 전형화 된 다문화 가정 이외에 다른 목소리는 들어보기 어렵다. 다문화의 정의도, 카테고리도 애매하다고 말하는 20대 대학생이자 아버지가 인도에서 귀화한 다문화 가정 출신 바수데비를 만났다.
―요즘 뭐 하고 지내?
“인강(인터넷 강의) 듣고, 난 사실 대학 4년 중에 지금 제일 행복해. 진짜로. (지금까지) 엄청 뭘 많이 했어. 과외도 많이 했고 아르바이트도 많이 하고 힘들었는데, 요즘은 하고 싶은 거 해. 하고 싶은 거 하되 인강 듣기? 요즘 새로 기타도 배우고, 그러고 있어.”
―기타는 이번부터 배우는 거야?
“응. 이번에 처음 배우는 거야. 좋아했는데 시간이 여의치 않아서 이번에 배우게 됐어. 할 줄 아는 건 없는데 메고 다니면 있어 보이잖아. ‘기타 치세요?’ ‘아뇨 저 한 번 배웠어요. A 코드 밖에 못 쳐요.’ 막 이러고(둘 다 웃음).”
“아빠가 인도 사람이라 그런데?”
―아버지께서 인도분이라고 들었어. 가족 이야기가 궁금해.
“아빠가 유학생이었고, 엄마랑 다른 대학교 다녔는데, 엄마 친구랑 아는 사이라 셋이서 가끔 놀다가 그렇게 둘이 결혼하게 됐어.”
―그럼 그 이후로 아버진 계속 한국에 계신 거야?
“응. 귀화하셨어, 사실. 그래서 난 서류상 다문화 가정이 아니야.”
―아 그래? 그게 서류상으론 다문화 가정이라고 안 쳐?
“다문화 정책이라고 하잖아, 근데 다문화의 정의가 애매해. 저기선 이걸 다문화라고 하고, 여기선 이걸 다문화라고 해. 대표적으로 나는 대학 입시 때 다문화 전형이 있잖아, 입시 때 선생님들이 한 번 알아보라고 해서 찾아보니까 난 적용이 안 되더라고. 근데 어떤 다른 다문화 가정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에서는 또 조건이 다르고.”
―근데 대부분 듣기로는, 결혼해서 배우자와 1년 이상 한국에서 살면 귀화할 수 있다고 알고 있는데, 그러면 정책이나 혜택 대상이 다 다르겠네? 왜 대상이 다른 거지?
“잘 모르겠어. 근데 나는 혜택이라는 것도 잘 안 알아봐서 모르는데, 그게 대학마다 달라. 귀화했으면 귀화하기 전의 국적, 여권, 증명서 이런 걸 가져오라 하는 데도 있고, 아예 신경 안 쓰고 ‘아빠 인도사람이에요’ 하면 ‘어, 그래 너 다문화.’이런 데도 있고.”
―복잡하네. 혹시 일상생활에서 아버지와 관련된 에피소드 같은 거 있어?
“딱 떠오르는 건 없는데, 대부분 이런 거야. 아빠가 한국말 되게 잘하셔. 나 태어나기 전부터 한국 사셨으니까. 몇 년이야 그게. 근데 아빠랑 다니다 보면, (사람들이) 영어로 안내를 하려고 해. 아빠가 한국말로 ‘아 아니에요~’ 그러면 사람들이 놀라면서 한국말 되게 잘한다고 하는데, 아빠는 그 말 별로 안 좋아해. 그러니까 이런 거야. 기타를 배우는 사람한테 ‘와 너 기타 진짜 잘 친다~’ 그러면 기분 좋은데 국카스텐한테 ‘와 너 기타 되게 잘 친다~’ 이런 느낌?”
―차별을 경험해본 적 있어?
“사실 딱 떠오르는 게 없어. 이런 질문 되게 많이 받는데, 차별이라기보다는, 요즘엔 진짜 별로 안 그러는데, 한 10년 전, 초등학생 때만 해도 아빠랑 같이 지하철 타면 쳐다보고 신기해하고 그런 게 되게 싫었어. 그거 외에 대놓고 차별 당하고 그런 건 없었어. 아빠는 나 태어나기도 전에, 젊을 때, 당한 적이 있다고 하더라고. 근데 난 별로 없었어. 그리고 초등학생 때 놀리는 거? 내가 일곱 살 때부터 아홉 살 때까지 인도 살았는데, 딱 돌아왔을 때, 뭐 ‘왜 까맣냐?’ 이렇게 놀리는 남자 애들 있잖아. 근데 어릴 때부터 성격이 나쁘게 말하면 드세서 상처받는 게 아니라 ‘니가 뭔데!!!’ 이랬어. 그런 정도?”
“그리고 부모님께서 신경 많이 쓰셨지. 차별 받고 그럴 수 있으니까 상처 받지 않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럴 때 네가 잘못한 건 아니고 친구에게 설명해줘야 한다’ 그런 얘기도 해주시고. 그런 일이 있을 때 ‘아빠가 인도 사람이라 그런데?’라고 말하는 식이었어. 근데 이건 나만의 케이스야. 그래서 다문화가 한 카테고리에 묶기 힘든 거야. 왜냐면 그 안에서 너무 다르니까. 나처럼 사는 애도 있는 반면에, 그런 일 때문에 힘든 점을 안고 사는 애도 있고, 다 다르기 때문에.”
―다문화 정책이나 프로그램에 참여해본 적 있어? 아니면 주변에서 본 거나.
“많이 참여했었어.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국가나 학교에서 한 거 보다는 기업체에서 했었고. 국가에서 한 거는 다문화 멘토링. 학교(교대)에서 했었고. 그 외에는 다 기업체였던 것 같아. LG랑 국민은행.”
“근데 내가 생각하기에 제일 문제는, 이게 다문화라고 하나 카테고리를 만들어놓고 거기다 이 사람 저 사람 다 넣어놓고 다 같은 걸 제공해. 카테고리는 다문화 하난데, 그 안에 너무 다양한, 정말 극과 극인 아이들이 모두 들어 있어. 근데 모두 같은 서비스를 제공 받으니까, 먹히는 애들은 일부고, 안 먹히는 애들이 훨씬 많은 거야. 근데 또 그걸 나누자면 한도 끝도 없잖아. 꼭 다문화가 아니라 학교에서 애들도 다 다르잖아. 그러니까 어려운 문제야.”
대체 교육을 어떻게 바꾸면 좋을까?
―이번 대선에서 제일 핫한 교육 공약은 학제 개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해?
“학제개편하고 더불어서 교육부 폐지 두 가지를 얘기하고 있잖아. 우리 교육이 바뀌어야 하는 건 확실히 맞는데, 조금 바꾼다고 바뀌는 게 아니니까 확 뒤집어엎어야 된다고 생각해, 바꾸려면. 그런 의미에서 교육부 폐지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근데, 학제 개편은 근본적인 걸 안 바꾸고 학제만 5-5-2 이렇게 하면은 마지막 단계가 결국에는 실업계랑 일반고랑 나누는 거랑 뭐가 다른지, 뭐가 달라질 거라고 예상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 그래서 학제 개편이 큰 해답이라고 생각하진 않아.”
“한국 교육이 장기적인 계획이 없는 게 사실이잖아. 장기적인 틀이 없고, 목표가 뭔지 아무도 말할 수 없는. 그래서 우리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건지 아무도 잘 모르는 상황인 거 같아서. 완전히 바뀌어야 하고, 장기적 계획이나 비전을 가져야 한다는 두 가지엔 동의를 하는데, 학제 개편이 거기서 필수적인지, 그게 해답이 될 수 있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어.”
―그럼 ‘이건 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는 교육 문제는 뭐라고 생각해?
“나는 무조건 입시체제. 교육 문제의 원인은 수능이더라고, 수능. 결국에는 시험을 봐서, 그걸로 줄을 세워서, 그 순서로 대학을 가는 거. 우리는 이게 너무 절대적인 가치처럼 모든 사람들이 살고 있잖아. 그래서 모든 문제가 거기서 시작되는 것 같아. 애들이 학원 다니고 사교육 심해지는 거 모두가 대학에 대한 열망이 너무 강해서. 누구나 다 좋은 대학 가고 싶잖아. 그래야 성공하니까. 그러니까 좋은 대학에 가야만 성공하는 이 구조를 깨뜨려야 해. 어렵지. 대학 평준화를 해야 하나? 모르겠어. 어려워. 4년 내내 학교에서 배워도 모르겠어. 아무도 안 알려줘, 답이 없으니까.”
―그렇지. 답이 있었으면 진작 바뀌었겠지(둘 다 웃음).
―그럼 원래 초등학교 교사가 하고 싶었던 거야?
“나는 되게 하고 싶은 게 많고 항상 바뀌는 애였어. 근데 제일 오랫동안 하고 싶었던 게 기자였어. 기자랑 피디가 제일 하고 싶었는데, 항상 2등쯤에 교사가 있었어. 그래서 대학 쓸 때도, 교육 관련 세 곳, 언론 세 곳, 이렇게 썼거든.”
“학교 선생님이 항상 하고 싶었던 이유는, 학교가 너무 좋았어. 그냥 학교라는 사회에서 선생님과 애들이 함께 생활하는 그 자체가 너무 기분 좋은 거였고, 좋은 선생님들을 많이 만났거든. 초등학교 교사는 거창하게 말하자면 내가 생각하는 교육의 이상을 펼칠 수 있는 게 그나마 초등학교 교사라고 생각했어.”
―어떤 이상인지 물어봐도 돼?
“어떤 이상이라고 딱 말하기보다는, 내가 가르치는 애들이 적어도 상식적인 아이들로 자랐으면 좋겠어. 상식 밖의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잖아. 적어도 상식적인 애들로 자랐으면 해. 더 크게 바라는 게 있다면 좀 자기가 하고 싶은 게 뭔지 알고,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그런 태도의 변화가 중고등학교 선생님은 만들어내기 힘든 것 같아.”
―그렇지. 이미 많이 형성 되어서 오기도 하고.
“맞아, 그렇기도 하고. 음, 세상에 대해서 좀 큰 꿈을 가졌으면 좋겠어. 한국에서만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세상도 보고 싶어 하고 그런 욕구를 가졌으면 좋겠어.”
화가 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
―페북에 탄핵 만장일치 파면 된 거 공유했더라고. 원래 그런 정치적인 얘기도 SNS에 잘 올리는 편이야?
“페북에는 마음에 드는 걸 잘 공유해. 남들하고 같이 보고 싶으면 전체공개로 공유하고 남들하고 굳이 같이 볼 필요 없을 것 같으면 나만 보기로 공유해. 근데, 이건 속이 시원했어. 특히 다른 것보다 그냥 ‘만장일치다’ 이렇게 말한 것보다 사람 여덟 명 사진 딱 나오고 찬찬찬찬찬찬찬 이걸 보니까 속이 좀 시원해서, ‘이건 공유를 해야겠다. 이렇게 좋은 건 같이 봐야겠다’ 해서 공유한 거야.”
―맞아. 눈에 딱 보이니까. 그럼 스스로 정치적 성향이 어떻다고 생각해?
“제대로 하는 사람들과 제대로 안 하는 사람이 있잖아. 근데 내가 보기에 제대로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약간 진보 성향인 거 같아. 그래서 내가 진보다 내가 보수다 이렇게 얘기할 수는 없지만 내가 보기에 바른 게 지금 보수 세력은 아닌 거 같아. 모르겠다. 잘 모르는데, 굳이 둘 중에 하나로 고르자면 그 중간쯤에서 약간 왼쪽으로 치우친? 뭐라고 정의 내릴 만큼 성향이 있는지 없는지도 잘 모르겠어.”
―촛불집회에 가봤어?
“네 번 갔어. 나는 완전 초반에, 두 번째였나, 세 번째 집회 가고 3월 1일에 가고 그 다음에 탄핵된 다음날 가고. 그냥 한 번 갔었고.”
―어땠어?
“나는 되게 희망적이라고 느꼈어. 왜냐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같은 뜻을 가지고 모였구나, 이런 생각이 들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고 한편으로는 좋은 일로 모였으면 더 좋았을 걸 이런 일로 모이게 돼서 아쉽다는 생각도 들고. 어쨌든 이런 일이 있을 때 아무도 신경 안 쓰고 내버려 두는 게 아니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한 뜻을 공유하고 있다는 게 그게 되게 좋았던 거 같아. 그리고 되게 재밌지 않아? 공연하고 이러니까?”
―맞아, 진짜 좋았지.
―대통령에 따라 본인의 일상이나 삶이 바뀐다고 생각해?
“응. 바뀔 거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예시를 못 들겠어. 그렇지만 당연히 영향이 있겠지. 그리고 우리가 눈에 보이는 영향도 있지만 알게 모르게 우리가 받는 영향도 엄청 많을 거야.”
―그럼 어떤 게 바뀌었으면 좋겠어?
“나는 내 일상도 일상인데, 받을 걸 못 받는 사람들이 많잖아, 근데 그 사람들이 다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됐으면 좋겠어. 자기가 일한 만큼 받을 수 있고 그런 게 마련됐으면 좋겠어. 하나 개인적으로 바라는 건, 학급 인원이 너무 많잖아, 그거 개선했으면 좋겠어.”
―근데 오히려 교사 인원을 줄인다고 하잖아.
“애들도 주는데 선생님을 그대로 두는 게 맞아. 그래야 맞춰지는 거잖아. 근데 선생님을 같이 줄이면 나아지지 않잖아 지금.”
―얘기 듣다가 생각났는데, 혹시 노동 문제에도 관심 많아?
“노동문제에 관심 많다기보다는, 너무 거창해 보이잖아, ‘난 노동 문제에 관심이 많아’ 그러면. 그런 거 보다는. 그냥 화가 나. 경비원이 뭐 했다, 청소 노동자가 얼마 밖에 못 받고 쉴 곳도 없다, 그런 거 보면 너무 신경 쓰이고 되게 마음에 안 들고 그런 게 제일 바뀌었으면 좋겠어. 뭐 어떻게 말하면 노동 문제에 관심이 있다고 얘기할 수 있겠지.”
―생각보다 돈 못 받는 경우 되게 많긴 하더라.
“맞아. 내 친구도 알바비 못 받고, 이랜드 계열이었는데. 대기업인데도 그러고 대기업 아닌 데도 그러고, 다 그래. 왜 그렇게 사람들이 비상식적으로 사는지 모르겠어. 큰 거 바라지도 않아.”
―그런 가치관과 성향은 어디서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해?
“화가 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 사실 아버지가 하고 계신 일이 유학생들이나 외국인 노동자들이 억울한 일이나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도와주는 일을 하고 계신데, 되게 많아, 임금체불 이런 거. 다쳤는데 치료 안 해주고. 아버지 일 보면서, 진짜 억울한 일 당하는 사람 많다는 것도 알고 많이 느끼게 됐어. 그리고 요즘 많이 뜨잖아. 누가 이렇게 산다, 몇 시간 일해서 치킨 먹고 버스 타고 집 가면 아무 것도 없다. 원래 그런 성향도 있고 아빠한테 영향을 더 받긴 했지.”
―현재 후보 중에서도 괜찮고 아니면 그동안 주변에서 봤던 초등학교 선생님이든 ‘아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하는데’ 하는 사람 있어?
“응 있어. 일단 나는 모르긴 몰라도 정치에 몸담았던 사람이 대통령 해야 한다고 생각해. 영 새로운 사람이 오는 거는 뭔가 불안정한 것 같고, 그래서 심상정 후보…, 라고 이렇게 말해도 괜찮나? (웃음) 나는 그래, 왜냐면 다 잘 모르긴 하는데, 내가 보기에 바른말 하고 제대로 된, 상식적인 사람이 심상정 후보인 것 같아. 우리 지역 국회의원이라서 아무래도 더 관심 갖게 된 것도 있고, 그 사람이 대통령이 됐을 때 비정상적인, 말도 안 되는 일을 저지를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리고 내가 말했던 노동 문제나 그런 거에도 힘을 많이 써 줄 것 같고, 대한민국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일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생각해. 관심을 두고 있지 않은 것 같은 사람도 있고, 두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은 사람도 있는데 이 사람은 그런데 관심도 두고 있고 제대로 할 수 있을 거라고 나는 개인적으로 생각해.”
다 기본적인 건 누리고 살았으면 좋겠어.
―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 하나만 꼽으라고 하면 뭐인 것 같아?
“줄 세우기? 교육뿐이 아니라 뭐가 됐든. 줄 세우기는 있을 수밖에 없지만, 너무 과한 거지. 그래서 학연이나 지연 같이 말도 안 되는 것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줄에서 앞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니까 있는 거라고 생각해. 그래서 줄 세우기만 좀 없어지면, 내 사람만 챙기는 풍조도 없어질 것 같아. 지금 한국은 한국인들끼리 있을 때는 그 그룹 안에서 챙기고, 다른 나라로 나가면 한국인들끼리 챙기고. 되게 자기 편 만들기 좋아하는데, 좀 더 신경 덜 썼으면 좋겠어. 또 나랑 네가 있을 때는 내가 더 잘 했으면 좋겠고. 이런 게 좀 바뀌었으면 좋겠어.”
―망상에 가까워도 좋으니까, 바라는 정책이 있어?
“아까 말한 거랑 비슷한데, 수능 같은 객관식을 최종 평가에서 아예 없애고 줄 세우기를 없애고 싶어. 일단 수능으로 줄 세우는 건 말이 안 되는데, 그러면 애들을 평가하려면 처음부터 자라온 과정을 쫓아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또 그렇게 해서 줄을 세우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아 어떻게 해야 하지? 일단 수능은 없어졌으면 좋겠어. 아무 의미가 없어. 수능뿐 아니라 임용도, 아무 의미가 없어. 그러니까 객관식 시험으로 사람을 정량화해서 평가하는 시스템을 다 없애고 진짜 새로운 혁신적인 그런 게 왔으면 좋겠어.”
“근데 일단 불가능한 사회가 아니잖아. 북유럽같이 어딘가에선 있잖아. 그런데 우린 왜 못하지? 그런 궁금증이 많이 생기는 것 같아. 굳이 되도 않는 수능으로 줄 세워서 대학 보내고 또 그 안에서 다시 공부해서 줄 세워서 또 자르고 입사하고 그런 게, ‘쟤네는 저렇게 하는데 왜 우리는 이것밖에 못하지?’ 하는 생각이 들어.”
―어떤 세상이 오길 바라?
“결과적으로는 다 기본적인 건 누리고 살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상식 밖의 행동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것도 사실 망상이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많으니까. 너무 말이 안 되는 짓을 하는 사람들이 많잖아. 아프리카에서 요만한 애들한테 일시키는 사람들, 아니면 한국에만 해도 말도 안 되는 돈 다 횡령하는 사람들. 이런 건 다 상식대로만 살면 할 수가 없잖아.”
“큰 건 바라지도 않아. 갈등은 있을 수밖에 없어. 의견 차이도 있을 수밖에 없고. 근데, 우리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기본적인 도덕성, 그건 세상 사람들이 모두 지키면서 살면 좋겠어. 다 잘 살고 다 돈 많이 벌고 그런 건 말도 안 되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 적어도 남 눈에 눈물 내면서 자기 혼자 잘 사는 그런 사람들은 없어졌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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