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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청년] "다문화 정책? 다들 상식적으로 살았으면 좋겠어"

청년 공감 프로젝트 ‘날 선,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 (8) 대학생 바수데비

2017.05.08(Mon) 08:21:20

[비즈한국] 제19대 대선이 벼락같이 시작됐다. 정치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기존 선거 보도는 대선후보 위주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 시점에서 유권자는 보도의 주변으로 쫓겨나며, 구경꾼으로 전락한다. 청년, 특히 ​기성 매체와 기자의 범위 바깥에 있는 청년들은 더욱 그렇다. ‘비즈한국’은 ‘미스핏츠’ ‘밀레니얼 오브 서울’과 함께​ 그들의 이야기를 ‘날이 선 채로, 날 것 그대로’ 풀어본다. ​

 

다문화 사회라고 한다. 2017년 기준 다문화 학생 수는 9만 9000여 명으로 전체 학생 수의 1.7% 정도이고, 미취학 아동의 비율은 더 높아 현재보다 다문화 가정에서 자란 사람들은 흔해질 거다. 그러나 뚜렷한 다문화 정책을 내놓은 후보도, 정당도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기사로 접하는 전형화 된 다문화 가정 이외에 다른 목소리는 들어보기 어렵다. 다문화의 정의도, 카테고리도 애매하다고 말하는 20대 대학생이자 아버지가 인도에서 귀화한 다문화 가정 출신 바수데비를 만났다.

 

―요즘 뭐 하고 지내?

“인강(인터넷 강의) 듣고, 난 사실 대학 4년 중에 지금 제일 행복해. 진짜로. (지금까지) 엄청 뭘 많이 했어. 과외도 많이 했고 아르바이트도 많이 하고 힘들었는데, 요즘은 하고 싶은 거 해. 하고 싶은 거 하되 인강 듣기? 요즘 새로 기타도 배우고, 그러고 있어.”

 

―기타는 이번부터 배우는 거야?

“응. 이번에 처음 배우는 거야. 좋아했는데 시간이 여의치 않아서 이번에 배우게 됐어. 할 줄 아는 건 없는데 메고 다니면 있어 보이잖아. ‘기타 치세요?’ ‘​아뇨 저 한 번 배웠어요. A 코드 밖에 못 쳐요.’​ 막 이러고(둘 다 웃음).”

 

“아빠가 인도 사람이라 그런데?”

 

―아버지께서 인도분이라고 들었어. 가족 이야기가 궁금해.

“아빠가 유학생이었고, 엄마랑 다른 대학교 다녔는데, 엄마 친구랑 아는 사이라 셋이서 가끔 놀다가 그렇게 둘이 결혼하게 됐어.”

 

―그럼 그 이후로 아버진 계속 한국에 계신 거야?

“응. 귀화하셨어, 사실. 그래서 난 서류상 다문화 가정이 아니야.”

 

―아 그래? 그게 서류상으론 다문화 가정이라고 안 쳐?

“다문화 정책이라고 하잖아, 근데 다문화의 정의가 애매해. 저기선 이걸 다문화라고 하고, 여기선 이걸 다문화라고 해. 대표적으로 나는 대학 입시 때 다문화 전형이 있잖아, 입시 때 선생님들이 한 번 알아보라고 해서 찾아보니까 난 적용이 안 되더라고. 근데 어떤 다른 다문화 가정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에서는 또 조건이 다르고.”

 

―근데 대부분 듣기로는, 결혼해서 배우자와 1년 이상 한국에서 살면 귀화할 수 있다고 알고 있는데, 그러면 정책이나 혜택 대상이 다 다르겠네? 왜 대상이 다른 거지?

“잘 모르겠어. 근데 나는 혜택이라는 것도 잘 안 알아봐서 모르는데, 그게 대학마다 달라. 귀화했으면 귀화하기 전의 국적, 여권, 증명서 이런 걸 가져오라 하는 데도 있고, 아예 신경 안 쓰고 ‘​아빠 인도사람이에요’​ 하면 ‘​어, 그래 너 다문화.’​이런 데도 있고.”

 

사진=이수련


―복잡하네. 혹시 일상생활에서 아버지와 관련된 에피소드 같은 거 있어? 

“딱 떠오르는 건 없는데, 대부분 이런 거야. 아빠가 한국말 되게 잘하셔. 나 태어나기 전부터 한국 사셨으니까. 몇 년이야 그게. 근데 아빠랑 다니다 보면, (사람들이) 영어로 안내를 하려고 해. 아빠가 한국말로 ‘​​아 아니에요~’​ 그러면 사람들이 놀라면서 한국말 되게 잘한다고 하는데, 아빠는 그 말 별로 안 좋아해. 그러니까 이런 거야. 기타를 배우는 사람한테 ‘​​와 너 기타 진짜 잘 친다~’​​ 그러면 기분 좋은데 국카스텐한테 ‘​​와 너 기타 되게 잘 친다~’​ 이런 느낌?”

 

―차별을 경험해본 적 있어?

“사실 딱 떠오르는 게 없어. 이런 질문 되게 많이 받는데, 차별이라기보다는, 요즘엔 진짜 별로 안 그러는데, 한 10년 전, 초등학생 때만 해도 아빠랑 같이 지하철 타면 쳐다보고 신기해하고 그런 게 되게 싫었어. 그거 외에 대놓고 차별 당하고 그런 건 없었어. 아빠는 나 태어나기도 전에, 젊을 때, 당한 적이 있다고 하더라고. 근데 난 별로 없었어. 그리고 초등학생 때 놀리는 거? 내가 일곱 살 때부터 아홉 살 때까지 인도 살았는데, 딱 돌아왔을 때, 뭐 ‘왜 까맣냐?’ 이렇게 놀리는 남자 애들 있잖아. 근데 어릴 때부터 성격이 나쁘게 말하면 드세서 상처받는 게 아니라 ‘​니가 뭔데!!!’​ 이랬어. 그런 정도?”

 

“그리고 부모님께서 신경 많이 쓰셨지. 차별 받고 그럴 수 있으니까 상처 받지 않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럴 때 네가 잘못한 건 아니고 친구에게 설명해줘야 한다’ 그런 얘기도 해주시고. 그런 일이 있을 때 ‘​​아빠가 인도 사람이라 그런데?’​​라고 말하는 식이었어. 근데 이건 나만의 케이스야. 그래서 다문화가 한 카테고리에 묶기 힘든 거야. 왜냐면 그 안에서 너무 다르니까. 나처럼 사는 애도 있는 반면에, 그런 일 때문에 힘든 점을 안고 사는 애도 있고, 다 다르기 때문에.”

 

―다문화 정책이나 프로그램에 참여해본 적 있어? 아니면 주변에서 본 거나.

“많이 참여했었어.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국가나 학교에서 한 거 보다는 기업체에서 했었고. 국가에서 한 거는 다문화 멘토링. 학교(교대)에서 했었고. 그 외에는 다 기업체였던 것 같아. LG랑 국민은행.”

 

“근데 내가 생각하기에 제일 문제는, 이게 다문화라고 하나 카테고리를 만들어놓고 거기다 이 사람 저 사람 다 넣어놓고 다 같은 걸 제공해. 카테고리는 다문화 하난데, 그 안에 너무 다양한, 정말 극과 극인 아이들이 모두 들어 있어. 근데 모두 같은 서비스를 제공 받으니까, 먹히는 애들은 일부고, 안 먹히는 애들이 훨씬 많은 거야. 근데 또 그걸 나누자면 한도 끝도 없잖아. 꼭 다문화가 아니라 학교에서 애들도 다 다르잖아. 그러니까 어려운 문제야.”


대체 교육을 어떻게 바꾸면 좋을까?

 

―이번 대선에서 제일 핫한 교육 공약은 학제 개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해?

“학제개편하고 더불어서 교육부 폐지 두 가지를 얘기하고 있잖아. 우리 교육이 바뀌어야 하는 건 확실히 맞는데, 조금 바꾼다고 바뀌는 게 아니니까 확 뒤집어엎어야 된다고 생각해, 바꾸려면. 그런 의미에서 교육부 폐지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근데, 학제 개편은 근본적인 걸 안 바꾸고 학제만 5-5-2 이렇게 하면은 마지막 단계가 결국에는 실업계랑 일반고랑 나누는 거랑 뭐가 다른지, 뭐가 달라질 거라고 예상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 그래서 학제 개편이 큰 해답이라고 생각하진 않아.”

 

“한국 교육이 장기적인 계획이 없는 게 사실이잖아. 장기적인 틀이 없고, 목표가 뭔지 아무도 말할 수 없는. 그래서 우리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건지 아무도 잘 모르는 상황인 거 같아서. 완전히 바뀌어야 하고, 장기적 계획이나 비전을 가져야 한다는 두 가지엔 동의를 하는데, 학제 개편이 거기서 필수적인지, 그게 해답이 될 수 있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어.”

 

―그럼 ‘이건 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는 교육 문제는 뭐라고 생각해?

“나는 무조건 입시체제. 교육 문제의 원인은 수능이더라고, 수능. 결국에는 시험을 봐서, 그걸로 줄을 세워서, 그 순서로 대학을 가는 거. 우리는 이게 너무 절대적인 가치처럼 모든 사람들이 살고 있잖아. 그래서 모든 문제가 거기서 시작되는 것 같아. 애들이 학원 다니고 사교육 심해지는 거 모두가 대학에 대한 열망이 너무 강해서. 누구나 다 좋은 대학 가고 싶잖아. 그래야 성공하니까. 그러니까 좋은 대학에 가야만 성공하는 이 구조를 깨뜨려야 해. 어렵지. 대학 평준화를 해야 하나? 모르겠어. 어려워. 4년 내내 학교에서 배워도 모르겠어. 아무도 안 알려줘, 답이 없으니까.”

 

―그렇지. 답이 있었으면 진작 바뀌었겠지(둘 다 웃음).

 

사진=이수련


―그럼 원래 초등학교 교사가 하고 싶었던 거야?

“나는 되게 하고 싶은 게 많고 항상 바뀌는 애였어. 근데 제일 오랫동안 하고 싶었던 게 기자였어. 기자랑 피디가 제일 하고 싶었는데, 항상 2등쯤에 교사가 있었어. 그래서 대학 쓸 때도, 교육 관련 세 곳, 언론 세 곳, 이렇게 썼거든.”

 

“학교 선생님이 항상 하고 싶었던 이유는, 학교가 너무 좋았어. 그냥 학교라는 사회에서 선생님과 애들이 함께 생활하는 그 자체가 너무 기분 좋은 거였고, 좋은 선생님들을 많이 만났거든. 초등학교 교사는 거창하게 말하자면 내가 생각하는 교육의 이상을 펼칠 수 있는 게 그나마 초등학교 교사라고 생각했어.”

 

―어떤 이상인지 물어봐도 돼?

“어떤 이상이라고 딱 말하기보다는, 내가 가르치는 애들이 적어도 상식적인 아이들로 자랐으면 좋겠어. 상식 밖의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잖아. 적어도 상식적인 애들로 자랐으면 해. 더 크게 바라는 게 있다면 좀 자기가 하고 싶은 게 뭔지 알고,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그런 태도의 변화가 중고등학교 선생님은 만들어내기 힘든 것 같아.”

 

―그렇지. 이미 많이 형성 되어서 오기도 하고.

“맞아, 그렇기도 하고. 음, 세상에 대해서 좀 큰 꿈을 가졌으면 좋겠어. 한국에서만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세상도 보고 싶어 하고 그런 욕구를 가졌으면 좋겠어.”


화가 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

 

―페북에 탄핵 만장일치 파면 된 거 공유했더라고. 원래 그런 정치적인 얘기도 SNS에 잘 올리는 편이야?

“페북에는 마음에 드는 걸 잘 공유해. 남들하고 같이 보고 싶으면 전체공개로 공유하고 남들하고 굳이 같이 볼 필요 없을 것 같으면 나만 보기로 공유해. 근데, 이건 속이 시원했어. 특히 다른 것보다 그냥 ‘만장일치다’ 이렇게 말한 것보다 사람 여덟 명 사진 딱 나오고 찬찬찬찬찬찬찬 이걸 보니까 속이 좀 시원해서, ‘이건 공유를 해야겠다. 이렇게 좋은 건 같이 봐야겠다’ 해서 공유한 거야.”

 

―맞아. 눈에 딱 보이니까. 그럼 스스로 정치적 성향이 어떻다고 생각해?

“제대로 하는 사람들과 제대로 안 하는 사람이 있잖아. 근데 내가 보기에 제대로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약간 진보 성향인 거 같아. 그래서 내가 진보다 내가 보수다 이렇게 얘기할 수는 없지만 내가 보기에 바른 게 지금 보수 세력은 아닌 거 같아. 모르겠다. 잘 모르는데, 굳이 둘 중에 하나로 고르자면 그 중간쯤에서 약간 왼쪽으로 치우친? 뭐라고 정의 내릴 만큼 성향이 있는지 없는지도 잘 모르겠어.”

 

―촛불집회에 가봤어?

“네 번 갔어. 나는 완전 초반에, 두 번째였나, 세 번째 집회 가고 3월 1일에 가고 그 다음에 탄핵된 다음날 가고. 그냥 한 번 갔었고.”

 

―어땠어?

“나는 되게 희망적이라고 느꼈어. 왜냐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같은 뜻을 가지고 모였구나, 이런 생각이 들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고 한편으로는 좋은 일로 모였으면 더 좋았을 걸 이런 일로 모이게 돼서 아쉽다는 생각도 들고. 어쨌든 이런 일이 있을 때 아무도 신경 안 쓰고 내버려 두는 게 아니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한 뜻을 공유하고 있다는 게 그게 되게 좋았던 거 같아. 그리고 되게 재밌지 않아? 공연하고 이러니까?”

 

―맞아, 진짜 좋았지.

 

―대통령에 따라 본인의 일상이나 삶이 바뀐다고 생각해?

“응. 바뀔 거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예시를 못 들겠어. 그렇지만 당연히 영향이 있겠지. 그리고 우리가 눈에 보이는 영향도 있지만 알게 모르게 우리가 받는 영향도 엄청 많을 거야.”

 

―그럼 어떤 게 바뀌었으면 좋겠어?

“나는 내 일상도 일상인데, 받을 걸 못 받는 사람들이 많잖아, 근데 그 사람들이 다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됐으면 좋겠어. 자기가 일한 만큼 받을 수 있고 그런 게 마련됐으면 좋겠어. 하나 개인적으로 바라는 건, 학급 인원이 너무 많잖아, 그거 개선했으면 좋겠어.”

 

―근데 오히려 교사 인원을 줄인다고 하잖아.

“애들도 주는데 선생님을 그대로 두는 게 맞아. 그래야 맞춰지는 거잖아. 근데 선생님을 같이 줄이면 나아지지 않잖아 지금.”

 

사진=이수련


―얘기 듣다가 생각났는데, 혹시 노동 문제에도 관심 많아?

“노동문제에 관심 많다기보다는, 너무 거창해 보이잖아, ‘난 노동 문제에 관심이 많아’ 그러면. 그런 거 보다는. 그냥 화가 나. 경비원이 뭐 했다, 청소 노동자가 얼마 밖에 못 받고 쉴 곳도 없다, 그런 거 보면 너무 신경 쓰이고 되게 마음에 안 들고 그런 게 제일 바뀌었으면 좋겠어. 뭐 어떻게 말하면 노동 문제에 관심이 있다고 얘기할 수 있겠지.”

 

―생각보다 돈 못 받는 경우 되게 많긴 하더라.

“맞아. 내 친구도 알바비 못 받고, 이랜드 계열이었는데. 대기업인데도 그러고 대기업 아닌 데도 그러고, 다 그래. 왜 그렇게 사람들이 비상식적으로 사는지 모르겠어. 큰 거 바라지도 않아.”

 

―그런 가치관과 성향은 어디서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해?

“화가 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 사실 아버지가 하고 계신 일이 유학생들이나 외국인 노동자들이 억울한 일이나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도와주는 일을 하고 계신데, 되게 많아, 임금체불 이런 거. 다쳤는데 치료 안 해주고. 아버지 일 보면서, 진짜 억울한 일 당하는 사람 많다는 것도 알고 많이 느끼게 됐어. 그리고 요즘 많이 뜨잖아. 누가 이렇게 산다, 몇 시간 일해서 치킨 먹고 버스 타고 집 가면 아무 것도 없다. 원래 그런 성향도 있고 아빠한테 영향을 더 받긴 했지.”

 

―현재 후보 중에서도 괜찮고 아니면 그동안 주변에서 봤던 초등학교 선생님이든 ‘아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하는데’ 하는 사람 있어?

“응 있어. 일단 나는 모르긴 몰라도 정치에 몸담았던 사람이 대통령 해야 한다고 생각해. 영 새로운 사람이 오는 거는 뭔가 불안정한 것 같고, 그래서 심상정 후보…, 라고 이렇게 말해도 괜찮나? (웃음) 나는 그래, 왜냐면 다 잘 모르긴 하는데, 내가 보기에 바른말 하고 제대로 된, 상식적인 사람이 심상정 후보인 것 같아. 우리 지역 국회의원이라서 아무래도 더 관심 갖게 된 것도 있고, 그 사람이 대통령이 됐을 때 비정상적인, 말도 안 되는 일을 저지를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리고 내가 말했던 노동 문제나 그런 거에도 힘을 많이 써 줄 것 같고, 대한민국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일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생각해. 관심을 두고 있지 않은 것 같은 사람도 있고, 두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은 사람도 있는데 이 사람은 그런데 관심도 두고 있고 제대로 할 수 있을 거라고 나는 개인적으로 생각해.”

 

다 기본적인 건 누리고 살았으면 좋겠어.

 

―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 하나만 꼽으라고 하면 뭐인 것 같아?

“줄 세우기? 교육뿐이 아니라 뭐가 됐든. 줄 세우기는 있을 수밖에 없지만, 너무 과한 거지. 그래서 학연이나 지연 같이 말도 안 되는 것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줄에서 앞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니까 있는 거라고 생각해. 그래서 줄 세우기만 좀 없어지면, 내 사람만 챙기는 풍조도 없어질 것 같아. 지금 한국은 한국인들끼리 있을 때는 그 그룹 안에서 챙기고, 다른 나라로 나가면 한국인들끼리 챙기고. 되게 자기 편 만들기 좋아하는데, 좀 더 신경 덜 썼으면 좋겠어. 또 나랑 네가 있을 때는 내가 더 잘 했으면 좋겠고. 이런 게 좀 바뀌었으면 좋겠어.”

 

―망상에 가까워도 좋으니까, 바라는 정책이 있어?

“아까 말한 거랑 비슷한데, 수능 같은 객관식을 최종 평가에서 아예 없애고 줄 세우기를 없애고 싶어. 일단 수능으로 줄 세우는 건 말이 안 되는데, 그러면 애들을 평가하려면 처음부터 자라온 과정을 쫓아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또 그렇게 해서 줄을 세우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아 어떻게 해야 하지? 일단 수능은 없어졌으면 좋겠어. 아무 의미가 없어. 수능뿐 아니라 임용도, 아무 의미가 없어. 그러니까 객관식 시험으로 사람을 정량화해서 평가하는 시스템을 다 없애고 진짜 새로운 혁신적인 그런 게 왔으면 좋겠어.”

 

“근데 일단 불가능한 사회가 아니잖아. 북유럽같이 어딘가에선 있잖아. 그런데 우린 왜 못하지? 그런 궁금증이 많이 생기는 것 같아. 굳이 되도 않는 수능으로 줄 세워서 대학 보내고 또 그 안에서 다시 공부해서 줄 세워서 또 자르고 입사하고 그런 게, ‘쟤네는 저렇게 하는데 왜 우리는 이것밖에 못하지?’ 하는 생각이 들어.”

 

―어떤 세상이 오길 바라?

“결과적으로는 다 기본적인 건 누리고 살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상식 밖의 행동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것도 사실 망상이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많으니까. 너무 말이 안 되는 짓을 하는 사람들이 많잖아. 아프리카에서 요만한 애들한테 일시키는 사람들, 아니면 한국에만 해도 말도 안 되는 돈 다 횡령하는 사람들. 이런 건 다 상식대로만 살면 할 수가 없잖아.”​​

 

“​큰 건 바라지도 않아. 갈등은 있을 수밖에 없어. 의견 차이도 있을 수밖에 없고. 근데, 우리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기본적인 도덕성, 그건 세상 사람들이 모두 지키면서 살면 좋겠어. 다 잘 살고 다 돈 많이 벌고 그런 건 말도 안 되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 적어도 남 눈에 눈물 내면서 자기 혼자 잘 사는 그런 사람들은 없어졌으면 좋겠어.”​ 

인터뷰=원정현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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