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대선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그동안 위축됐던 국내 경제지표들이 일제히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다. 6일 통계청에 따르면 수출과 산업생산이 상승세를 이어가는 상황에 설비투자도 올 3월에 전월대비 12.9%나 증가하면서 3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제 지표 개선에 코스피 지수는 4일 전 거래일 대비 21.57포인트(0.97%) 오른 2241.24로 거래를 마치며 6년 만에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국내 경제 연구기관들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상향 조정하는 등 ‘장미대선’ 이후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경제 훈풍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해외 주요 경제 연구기관들의 시각은 다르다. 이들은 새 정부가 짊어져야 하는 짐의 무게가 만만치 않아 자칫 삐끗할 경우 한국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음을 내고 있다.
영국 경제분석기관인 옥스포드 이코노믹스는 지난 4일 ‘불가능한 것을 바람(Reaching for the Moon)’이라는 한국 경제 분석 보고서를 통해 새 정부는 북한과의 긴장, 중국과의 외교적 갈등, 미국과의 통상 마찰 등 외교적 문제뿐 아니라 재벌 개혁과 구조적 경제 둔화와 같은 경제적 문제도 짊어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경제 문제에 있어 경기 흐름 둔화에 대한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는 현재 한국 경기 회복은 수출 증가에 따른 것으로 내수 부진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성장률 하락, 인구 고령화, 생산성 감소 등이 장기 성장에 영향을 주고 있는 만큼 이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노동시장 양극화와 청년 실업의 원인인 경직된 고용구조도 차기 정부의 해결 과제로 지목했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는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든지 임기 첫 날부터 두 손 가득 문제를 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2일 ‘한반도 갈등 위험 상승에 따른 한국 지정학적 위험 증가’ 보고서에서 최근 한반도 갈등 고조가 한국 신용등급에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무디스는 한반도 긴장 증가가 방위비 증가에 따른 정부 재정 건전성 악화, 기업과 가계 소비 심리 약화, 정부 정책 효과 둔화 등을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또한 한반도 긴장 장기화는 투자와 고용에도 악영향을 가져와 경쟁력 약화와 성장률 둔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한국 경제가 수출 개선 덕에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고 잇따라 경고하고 있다. HSBC는 수출 경기의 양호한 흐름이 산업생산을 뒷받침하고 있지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 관광객 감소는 소매업 등 서비스업은 물론 국내총생산(GDP) 성장세 확대에도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현재 경기 상승세를 하반기까지 유지할 변수로 재정집행 효과와 주택 경기 향방, 북한 리스크를 지목했다. 차기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경기 상승세가 꺾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바클레이즈는 차기 정부가 출범 한 달 뒤인 6월에 경기 하방 위험 억제를 위해 10조 원 규모의 추가 경정예산을 편성할 것으로 전망할 정도로 한국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고 봤다.
노무라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크게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한국 잠재성장률은 현재 2.8%에서 2022년에 2.2%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노무라는 잠재성장률 하락 억제를 위해 서비스산업 개방폭 확대와 노동공급 증대 등을 차기 정부의 과제로 제시했다.
한 경제 연구소 관계자는 “최근 경제 지표가 개선되고 코스피 지수가 역대 최고치까지 오른 것은 글로벌 경기가 회복 흐름을 보이면서 수출이 늘어나고, 새 정부 출범에 따른 기대감에 주식 매수가 늘어난 때문으로 언제든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수 있다”며 “차기 정부가 국내외 정치적·외교적 갈등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논란이 되는 양극화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야 경기 회복세가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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