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서울 종로구에 거주하는 전 아무개 씨는 “문재인, 안철수, 홍준표 누구라도 임기 5년 동안 미세먼지 저감에 총력을 다 바칠 사람이라면 대통령으로 지지하겠다. 하지만 미세먼지 문제를 중요하게 얘기하는 대선후보를 한 명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안개가 끼지도 않았는데 흐린 하늘만 보는 날이 많아졌다. 매일 미세먼지 수치를 확인하는 일이 어색하지 않다. 남의 나라 얘기처럼 여기던 미세먼지가 생활 깊숙이 들어왔다. 미세먼지 대책을 호소하는 사람은 늘고 있지만 국방이나 경제 정책 홍보에만 집중하는 탓에 후보들이 어떤 정책을 공약했는지 알기 어렵다. 주요 대선후보의 미세먼지 공약만 따로 모아보면 어떨까.
정리하면 모든 후보가 미세먼지 기준을 높일 것으로 공약해 차기 정부에서는 미세먼지 기준이 현행보다 WHO 혹은 선진국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기준이 높아지면 매일 ‘매우 나쁨’ 수준이 될 수도 있다. 모든 후보가 한·중·일 3국이 모인 기후협약 체결을 약속해 차기 정부의 외교적 숙제로 남겨졌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제외한 4인의 후보는 석탄에너지 감축을 약속했다. 홍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가 당선되면 석탄발전소 비중이 낮아지거나 신규 계획은 백지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기후 주관 부서를 신설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안철수 후보는 미세먼지 대책의 일환으로 미세먼지 저감장치 개발 및 설치를 약속해 차별점을 뒀다.
1.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미세먼지 기준 강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WHO의 미세먼지 기준은 연평균 10㎍/㎥, 일평균 25㎍/㎥이고 미국과 일본은 이보다는 느슨한 연평균15㎍/㎥, 일평균 35㎍/㎥다. 우리나라는 WHO 기준의 2배인 연평균 25㎍/㎥, 일평균 50㎍/㎥을 기준으로 삼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좋음’이어도 WHO 혹은 미국과 일본에서는 ‘기준치 이상’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문 후보는 미세먼지 기준을 미국과 일본 수준으로, 차후 WHO 권고수준까지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기준 자체가 없는 초미세먼지의 기준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아이를 위해 학교 내 미세먼지 알리미 제도를 도입하겠다고도 했다.
미세먼지 자체를 줄이는 정책도 있다. 신규 화력발전소의 건설을 중단하고 설계수명이 다한 낡은 발전소는 가동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가동 중단한 발전소를 대체할 재생에너지 산업을 육성해 국민건강은 물론 미래 먹거리와 일자리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문 후보는 지난 3월 말 ‘국민이 만드는 대선공약’ 캠페인을 진행했는데, 이때 4만 명의 정책 제안 중 2000명이 미세먼지 대책이었다고 해 이에 대한 관심을 확인할 수도 있었다고 한다.
2.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도 미세먼지 기준이 WHO 및 선진국에 비해 2배 높은 수준임을 지적했다. 또한 OECD 국가 중 초미세먼지 농도 2위, 오존 농도 4위라는 현실도 적시했다. 홍 후보는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국제적으로는 한국과 중국 간 다양한 협력채널을 가동해 공동으로 오염물질을 연구하고 미세먼지 저감사업 등을 적극 추진할 계획을 밝혔다. 이를 위해 가칭 ‘동북아 대기질 국제협력기구’를 설립하겠다고 했다.
국내 대책으로는 석탄발전소 대기오염물질 배출기준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했다. 신규 발전소는 현존하는 최고 수준의 기준을 부여하고 기존 발전소는 단계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기존 발전소 가동 중단을 공약한 문 후보와 달리 발전소는 유지하되 기준을 강화하는 방향의 공약이었다.
2022년까지 연간 56만 대 규모인 신차 판매의 35%를 친환경차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친환경차 구매보조금을 확대하고 근거리 충전소를 확충하겠다고 했다. 이에 발맞춰 2022년까지 노후 경유차 운행제한지역을 모든 광역시 도심으로 확대하고 경유버스의 운행도 억제하겠다고 공약했다. 경유버스의 운행을 줄이기 위해 압축천연가스 버스에는 경유버스와의 연료가격 차이만큼 유가보조금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또한 병원 학교 등 다중이용시설에 공기청정기 설치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시 국민안전처에서 전 국민 대상으로 경보 발령도 약속했다.
3.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대통령 선거 공약집 외에 주요 공약만 모은 10대 공약을 발표했다. 그 중 9위가 국민이 안전한 ‘다음세대를 위한 깨끗한 환경, 안전한 에너지, 아름다운 문화국가’였다. 9번째 공약 목표 1번이 ‘미세먼지 걱정 없는 안심하고 숨 쉴 수 있는 권리보장’이었다.
안 후보 역시 미세먼지 환경기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능형 미세먼지 예보를 확대하고 측정망도 늘리겠다고 했다.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석탄발전 쿼터제를 시행하고 친환경 에너지를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는 대신 LNG 발전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후보 공약과 겹치는 부분이다.
미세먼지 배출의 주범으로 꼽히는 중국과 환경외교를 강화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어린이 등 취약계층과 다중 이용시설의 미세먼지 측정기 설치를 의무사항으로 하겠다고 했다. 미세먼지 대책으로 미세먼지를 국가 재해재난에 포함시켜 국가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홍 후보 공약과 겹치는 부분이다.
안 후보만의 미세먼지 공약도 있다. 그는 미세먼지 저감장치 개발 및 설치를 공약했다. 4월 9일 안 후보는 서울 성동구 한양대 기후변화대응센터를 방문해 미세먼지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이날 안 후보는 ‘스모그 프리 타워’를 발표했다. 안 후보가 직접 베이징에서 가동 중인 스모그 프리 타워를 보여주며 “높이 7m 정도 탑인데 다른 지역에 비해 미세먼지를 60%가량 정화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후 스모그 프리 타워 효과가 미미하다는 보도가 잇따랐지만 미세먼지 저감장치 개발 의지는 확실해 보인다.
4.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다른 후보와 비교해 미세먼지 분야에서 가장 많은 정책을 발표했다. 기후정책의 중요성을 고려해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분야와 환경부의 기후분야를 통합해 ‘에너지기후부’를 신설하겠다고 공약했다.
유 후보는 기후변화가 인류 생존을 위협하고 초미세먼지로 국민 건강권이 심각하게 침해되는 상황에서 에너지정책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에너지기후부는 공급자, 수요자, 경제, 환경의 조화로 에너지정책 방향을 설정하겠다고 했다. 저탄소 에너지 체제로의 전환도 약속했다. 4.3%에 불과한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발전량도 2030년까지 20% 비중으로 높이겠다고 했다.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늘리는 대신 미착공 원전과 신규 원전 계획을 전면 중단하고 석탄발전의 가동률도 낮추겠다고 했다.
또한 미세먼지를 국가 재난으로 포함시켜 미세먼지 대응 컨트롤타워 책임자를 총리로 격상시키겠다고 했다. 미세먼지 대책 예산을 2배 이상 증액하고 중국발 미세먼지 대책으로 한·중·일 환경정상회의체 운영으로 동북아 환경협약체계를 강화시키겠다고 밝혔다.
미세먼지 측정기는 65%가 수도권 및 대도시에 집중돼 있다. 예측정확도가 60%대에 머물고 있는 가장 큰 이유다. 유 후보는 미세먼지 측정기를 확대 설치하고 노후 측정기는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유 후보 역시 미세먼지 대기오염 기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5. 심상정 정의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공약으로 발표한 ‘10대 약속’ 중 8번째 약속에 ‘자연과 인간, 동물이 공존하는 사회’ 카테고리에 미세먼지 대책을 포함시켰다. 심 후보는 초미세먼지는 호흡기 질환, 암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우울증·자살·치매까지 초래하는 ‘만병의 근원’이 된다고 설명했다. 미세먼지 기준을 세계보건기구 수준으로 강화하고 예보·경보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심 후보는 대부분의 미세먼지는 화석연료에 기반한 공장, 자동차, 화력발전소 등에서 발생한다며,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하고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도 백지화시키겠다고 했다. 2050년까지 ‘탈석탄’하겠다는 목표로 로드맵도 수립했다.
또한 노후 경유차를 조기 폐차하는 대신 전기차 충전소를 확충하고 친환경차 보급을 확대해 자동차 미세먼지도 잡겠다고 했다.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화석연료에 세금을 부과하는 ‘미세먼지 및 기후정의세’ 도입과 환경유해보조금을 개혁해 환경분야 재정개혁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심 후보도 유 후보와 비슷하게 기후변화 대응정책과 에너지전환 정책을 주관하는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하겠다고 공약했다.
해마다 악화되는 중국발 미세먼지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는 기후변화와 함께 환경안보 차원에서 접근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심 후보는 ‘동아시아 환경협력 사무국’을 설치하고 미세먼지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협정을 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김태현 기자
toyo@bizhankook.com[핫클릭]
·
[단독] LG 'V30' 배터리 일체형 설계, 역대 최강 내구성 노린다
·
문 '오메가' 홍 '삼성' 안 '핏빗' 유 '티쏘'…대통령의 시계는?
·
대선 후 규제 가능성에 숨죽인 부동산 시장 '하반기 분양' 주목
·
공수처·수사권 '시한폭탄'…대선 앞둔 검찰 내부는 지금
·
신동빈 지배구조 개편안 '롯데 쪼개기 전략'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