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4월 말부터 대통령 선거일까지 11일 간의 징검다리 연휴가 한창이다. 휴가를 사용하면 11일까지 쉴 수 있다. 이참에 나라 안팎으로 여행을 떠나는(또는 떠난) 사람들도 많은 모양이다. 뉴스에 따르면 이번 연휴 기간 해외여행자 100만 명, 국내여행자 2000만 명을 넘어서고 총 4조 원의 경제 효과가 예상된다. 공휴일의 확대나 휴가 사용 촉진 등을 공약으로 내건 대선 후보가 여럿이고 국회에도 관련 법안이 7건 제출되어 있다고 하니 공휴일 정책이 좋은 경기 부양책이라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인 듯하다.
그러나 OECD 국가 중에서 멕시코와 함께 노동시간 많기로 1, 2위를 다투는 우리나라에서는 연휴를 즐기지 못하는 이들도 많다. 실제로 이번에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46%의 중소기업이 5월 2일, 4일, 8일에 정상근무를 하며 대통령선거일에 쉬지 않는 기업도 50.4%에 달한다. 그렇다면 이보다 규모가 작은 기업이나 비정규직 등 조건이 좋지 못한 노동자들의 경우에는 연휴가 그저 남의 얘기일 것이다.
그렇다면 ‘빨간 날’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매일 늦게까지 일을 하면 생산성이라도 좋은 걸까?
한국노동연구원의 2015년 연구에 따르면 휴일근로가 빈번하게 이루어지거나 초과근무가 긴 경우에는 노동생산성이 높지 못하다. 노사 협의가 이루어지거나, 노동자의 자율성이 어느 정도 보장되거나, 정규직이 많은 직종일수록 생산성이 높다고 하는데, 생각해보면 상식에 가까운 연구 결과이다. 그뿐 아니라 노동자 네 명 중의 한 사람은 가정생활이나 사회생활을 꾸려나가기에 노동시간이 적당하지 못하다고 여긴다는 내용도 이 연구에 담겨 있다. 미국 스탠포드대학 연구진이 2014년 발표한 연구결과에서도, 주당 근무시간이 50시간이 넘을 경우 생산성이 떨어지기 시작해서 55시간을 넘으면 생산성은 급격히 추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생산성이나 가정생활뿐만이 아니다. 노동시간이 길수록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사람의 체온, 수면, 다양한 호르몬 변화 등은 뇌의 상시각교차핵이라는 부분에서 조절되며, 약 하루의 주기를 가지는 일주기 리듬(circadian rhythms)을 따르게 된다. 야간작업이나 교대근무 등의 요인으로 이 리듬이 교란되면 대사작용과 호르몬 분비 등에 영향을 미쳐 수면장애, 우울증, 심혈관질환, 소화성 궤양 등의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주당 노동시간이 길수록 뇌출혈, 치매, 심혈관질환 등 여러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또 장시간 노동은 담배가 뇌에 미치는 악영향만큼 피해를 준다고 한다. 초과근무가 뇌의 인지기능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40세 이상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게이오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주당 노동시간이 25시간을 넘어서면서부터 인지기능이 떨어지기 시작해서 40시간을 넘어서면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그리고 1주일에 60시간 이상을 일하게 되는 경우에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사람보다도 인지기능이 떨어진다고 한다.
노조가 문제라거나, 젊은 사람들이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거나, 나라가 어려운데 왜 자꾸 놀려고 하느냐는 분들이 있는 모양이다. 어쩌면 그런 얘기를 하는 분들은 주당 60시간 이상 너무 일만 한 분들일지도 모르겠다.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살아오고 지금도 그렇게 살라고 말하는 분들은 자식들에겐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주고 싶어서 그렇게 열심히 일해 왔음을 되새겨 주시면 좋겠다. 필요한 만큼 일하고 건강히 가정과 사회 생활을 누리며 일한 만큼 쉬는 것이 그렇게 위험한 생각은 아니지 않는가.
정인철 사이언스커뮤니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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