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다양한 축제가 예정된 가운데, 축제의 상징이 된 ‘풍선날리기 행사’가 야생동물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한 지방자치단체가 풍선날리기 행사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이번 달 계획된 상당수 축제에는 어김없이 풍선날리기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염원의 의미로 진행되는 풍선날리기는 적은 비용으로 화려한 시각적 효과를 낼 수 있어 각종 축제 및 행사에서 빈번히 이뤄졌다. 그러나 풍선을 해파리나 풀 등 먹이로 착각한 동물들의 소화관이 막혀 굶어 죽거나 풍선에 달린 플라스틱 끈이 몸에 엉키는 사례가 많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국제사회에서 이를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문제 제기는 ‘벌룬 블로우(Balloons Blow)’, ‘영국해양보호협회(MCS)’ 등 미국과 영국의 환경단체로부터 시작됐다. 이들은 풍선 날리기 행사의 심각성을 알리고 전국적으로 풍선날리기 금지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영국해양보호협회는 지난 3월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50개가 넘는 영국 지자체가 풍선과 풍등 날리기 금지에 찬성한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이미 미국의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버지니아, 코네티컷 등의 주와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등의 일부 지역은 풍선날리기를 법으로 제한하고 있다. 국내에는 아직 규제법안은 없다. 환경부 관계자는 “추락 시 큰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드론에 대한 규제법안은 마련되어 있지만, 풍선과 풍등에 대한 규제는 없다”며 “만약 풍선날리기에 대한 규제가 있다면 실수로 놓친 풍선에 대해서도 규제를 가해야 할지 모호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엠마 커닝엄 영국해양보호협회 캠페인 팀장은 보도자료에서 “풍선이 천연소재인 라텍스로 만들어져 자연 분해된다고 알려졌지만, 라텍스는 바다에서 4년은 거뜬히 버틴다”고 지적했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풍선 노끈 역시 자연적으로 분해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국제사회의 풍선날리기 금지 캠페인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자 국내에서도 이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안상수 경남 창원시장은 지난 4월 24일 간부회의를 통해 “야생동물을 위협하고 환경을 파괴하는 풍선날리기 행사를 그만해야 한다”며 “창원시가 먼저 나서 풍선날리기를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빠른 시일 내에 국내에서 풍선날리기 규제 법안이 탄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생태전문가와 환경단체들도 풍선 잔해가 환경과 야생동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아직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다’는 분위기다. 다음 ‘아고라’에서 풍선날리기 금지 서명 운동을 펼치고 있는 동물보호단체 ‘애니멀아리랑’이 구글 설문조사를 통해 1551명에게 물어본 결과 66.8%가 ‘풍선이 동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고 답했다.
창원시 환경정책과 관계자는 “법제화보다는 유해성 홍보를 통해 자발적으로 동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우선 운동장, 시민센터 등 창원시에서 운영하는 시설을 이용하는 단체와 교육청 등에 풍선날리기 행사를 자제하도록 협조를 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과거 풍선날리기를 자제하겠다고 밝힌 일부 지자체들이 여전히 행사를 진행하고 있어 자발적 참여 유도의 실효성은 미지수다.
이번 달 공공기관이 주관하는 대부분의 행사에선 여전히 풍선날리기 행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어린이날 국회에서 열리는 ‘동심한마당 2017’ 축제 운영팀 관계자는 “개막식에 풍선날리기 행사가 예정되어 있다”고 밝혔다.
한편 영국해양보호협회는 캠페인을 통해 풍선날리기의 대안으로 ‘헬륨가스 대신 공기 주입하기’, ‘풍선 조형물 설치하기’, ‘깃발이나 배너 사용하기’, ‘플라스틱 노끈 대신 면 끈 사용하기’ 등을 제안하고 있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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