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제19대 대선이 벼락같이 시작됐다. 정치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기존 선거 보도는 대선후보 위주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 시점에서 유권자는 보도의 주변으로 쫓겨나며, 구경꾼으로 전락한다. 청년, 특히 기성 매체와 기자의 범위 바깥에 있는 청년들은 더욱 그렇다. ‘비즈한국’은 ‘미스핏츠’ ‘밀레니얼 오브 서울’과 함께 그들의 이야기를 ‘날이 선 채로, 날 것 그대로’ 풀어본다.
SNS에 비친 자신의 모습도 자아의 일부분이라고들 한다. 사실 나는 내 팔로워, 친구들의 반응이 두려워 SNS에는 내 의견을 잘 표출하지 않는 편이다. 나로서 그나마 적극적인 활동은 ‘좋아요’를 누르는 행위 정도. 신동연은 달랐다. 학과 교류 반 행사에서 만난 동그란 눈에 귀여운 얼굴을 한 소녀 같은 그녀는 나와 진로도 정치적 스탠스도 관심사도 많이 비슷했지만 그녀는 자기 목소리를 거리낌 없이 SNS에 표현하고 있었다. 노동문제에 분노하고 세월호 문제에 함께하며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정치적이면서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지도록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녀는 바라는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정치 참여
―사실 별로 이야기도 안 나눠본 사이인데 흔쾌히 인터뷰 응해줘서 고마워. 인터뷰이로 널 떠올린 게 평소에 SNS에서 정치적 이슈에 대한 영상이나 기사를 많이 공유하고 네 의견을 잘 표현하는 편이잖아. 예를 들면 세월호, 구의역 사고, 국회 노동자 문제, 비정규직, 여성문제까지. 여기에 대해서 이야기 해줄 수 있어?
“언니가 그렇게 느낄 줄은 몰랐는데? 음…. 나는 어릴적부터 다큐멘터리 PD가 꿈이었어. PD가 결국 언론인이잖아 결국은. 나중에 내 생각이 담긴 방송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려면 글을 쓰고 내 의견을 말하는 것에 대해서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 당연히 내 생각과 내 글이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냥 내 생각을 논리 있게 전달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부족한 부분이기도 하니까. SNS에 내 의견을 표현하는 것이 일종의 연습인 거지.”
―나는 내 페이스북 친구나 팔로어들에게 정치적 입장을 보이는 게 조금 조심스럽기도 하던데. 너는 어때?
“솔직히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어. 왜냐면 한국에서는 정치적인 사안에 대해서 이분법적으로 나뉘어 갈등하는 경우가 많고(예를들어 보수 vs 진보)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도 분명 팔로우 중이고 불편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SNS에 글을 올려서 다른 사람이 볼 수 있는 거랑 다이어리에 쓰는 거랑은 다르잖아. 근데 내 꿈이 아무래도 ‘언론인’이니까…. 내 생각을 SNS에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게 그 시작점인 것 같아. 그래서 조심스러운 부분은 있는데 부끄러워하지는 않아.”
“아, 또, 내가 만났던 기자 중에 크라우드펀딩을 통해서 억울한 판결을 받은 사람들이 재심할 수 있게끔 그 사건을 기사화하는 분이 있는데. 이분이 하는 일이 굉장히 의미 있다고 생각했어. 그분한테 글을 잘 쓰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봤는데, 나만 내가 쓴 글을 볼 게 아니라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도 있어야 한다고 했어. 그때 사실 내 의견을 SNS에 표현하는 걸 꺼리고 있었는데 그 얘기를 듣고도 생각이 많이 바뀌었지.”
# 사소하고 개인적인
―정치에 관심이 많아 보이는데 그럼 촛불집회도 많이 가봤어?
“벌써 14차(2월 4일 기준)인데 사실 나는 지난해 11월 중순에? 처음으로 백만이 모였다고 했을 때, 그때 한 번 다녀온 게 다야. 사실 항상 마음은 가고 싶었는데 그때가 학기 중이어서 본가가 대전이다 보니까 주말 집을 내려가면 참여를 못 하게 되더라고. 주말만 집에 내려갈 수 있어서…. 사실 사소하고 개인적인 약속도 대부분 다 주말에 있잖아. 안 가고 조금 후회하고. 전형적인 소시민의 모습?”
―왜 후회했어?
“사실 후회라는 단어가 제대로 표현하는 건지 모르는데, 그냥 찔리는 거? 친구들이랑 이야기하다 보면 우리나라 정치를 욕하고 국정농단이 말이 되냐,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집회는 참석 안 하고 말만 하는 게 좀….”
―집회에 참여하는 게 그럼 좀 더 효과적이고 적극적인 정치 참여라고 보는 거야?
“그렇지. 정치에 참여하는 방법은 다양하게 있을 수 있지만 내 생각에는 정치인들이 직접 국민의 목소리를 느낄 수 있게 하는 건 집회인 것 같아. 민중 총궐기도 큰 이슈가 됐고. 촛불집회가 계속 관심이 몰리는 이유는 참여하는 사람들의 표면적인 ‘수’가 많기도 하고 또 그 많은 사람들이 모였지만 큰 폭동도 일어나지 않아서인 것 같거든. 이런 집회에 관한 여러 이슈가 사회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치적 참여라고 생각을 하는데, 나는 결국 생각으로만 하고 결국 어떠한 작은 참여는 안 하고 있다보니까 솔직히 찔렸어.”
# 노동문제는 정치적 문제가 아닌 내 삶의 문제
―최근에 휴학한다고 했는데 왜 했어 뭐 하고 지내?
“가장 큰 이유는 내년에 교환(학생) 가서 쓸 경비를 모으려고. 그리고 문득 생각해보니까, 매 학기 가볍게 볼 수 없던 시험들이 가득했던 삶을 14년 동안 살고 있는 게 갑자기 큰 부담으로 느껴지더라. 단 한 학기, 아니면 두 학기라도 그런 시험의 부담 없이 살고 싶은 마음도 컸던 것 같다, 고 말하지만 지금 토플 준비 중이야(웃음). 스타벅스 알바도 하고 있고. 그리고 인턴도 해보고 싶고. 그냥 조금의 여유가 생기는, 말 그대로 ‘休學(휴학)’이 필요했던 것 같아.”
―스타벅스 알바를 하게 된 계기는 뭐야? 스타벅스 알바하면서 느낀 점 있어?
“인턴을 구하다가 못 구할 것 같은 마음에 얼른 알바나 구해야겠다 싶어서. ‘정말 급하지 않으면 과외는 하지 말자’라는 나름의 신념으로 카페 알바를 구하게 됐지. 사실 학창시절에 사교육을 여유롭게 받지 못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으면서 과외를 하며 다른 알바 임금보다 상대적으로 큰돈을 만지는 게 뭔가 불편했어. 그래도 내가 가지고 있는 나름의 공부법이라든지, 자신 있는 과목에 대한 도움은 필요한 학생들에게 나누고 싶다는 마음은 있어서 멘토링을 따로 하고 있지.”
“처음에는 이렇게 제대로 알바하는 건 처음이라 그런지 역시 돈은 벌기 힘들구나…. 그래도 내가 일하고 있는 스타벅스는 복지가 굉장히 잘 되어있는 편인 것 같아. 스타벅스의 다양한 복지정책들을 보면서, 어떻게 보면 주휴수당이나 연장근무에 대한 정당한 대우는 노동자로서 당연히 받아야 하는 권리인데 그것이 잘 지켜진다는 이유가 큰 장점으로 느껴진다는 것이 한국에서 아직 노동권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매장마다 다를 수는 있지만, 함께 일하는 파트너분들도 다들 잘해주셔서 매장 내 직급에 따라 느낄 수 있는 불합리함은 느낀 적은 없어. 스타벅스 내에서는 파트너들끼리 직급이 아니라 닉네임을 부르니까. 직급에 따라 있을 수 있는 권력적인 분위기를 최대한 없애기 위함이라고 들었어.”
―한국에서 노동권이 잘 지켜지지 않다고 말하는 걸 보면 노동권에 관심이 있어 보여. 음 필수 질문과도 연결되겠다. 노동권 말고도 그냥 한국 사회에 가장 큰 문제는 뭐라고 생각해? 아님 노동문제 말고도 하나만 바꿀 수 있다면 뭘 바꿀래?
“응 노동 문제에 관심이 있는 편이지. 학교 글쓰기 시간에 노동권, 노조 문제에 대해 썼던 적도 있어. 내가 생각하기에는 노동 문제가 가장 크지 않나. 구체적으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사람대우를 못 받는 문제를 해결했으면 좋겠어.”
―구체적으로 말해줄 수 있어?
“비정규직은 현실적으로 노조를 못 만들잖아.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을 못 누리는 거야 그건. 노조 가입하는 순간 정규직 전환 안 되거나 불이익 받으니까. 그니까 계속해서 노동자들의 권리는 있는 자들에 의해서 안 지켜지고. 비정규직이 전 세계적인 흐름인 건 맞는데 우리나라는 인간 대우를 못 받는 게 그냥 말이 안 돼. 또 노동과 노동자라는 워딩이 너무 진보 쪽에만 치우친 게 이상해. 고용주 아니면 다 노동자인데 말이야. 그 글을 쓸 때 드라마 ‘송곳’도 보고 그 내용도 썼지. 대기업에 맞서서 소수의 힘없는 노동자들이 연대해서 힘을 내는.”
―‘노동’문제 특히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이 있는 이유가 있어?
“비정규직 문제가 여성문제와도 연결되더라고. 사회에서는 애 낳으라고 난리고, 고민 끝에 애를 낳았더니 회사에서는 눈치만 주면서 휴직은 못하고 퇴사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고. ‘경단녀’라는 말도 있잖아. 솔직히 우리나라에서 맞벌이 아니면 애 한 명 키우기에는 부족한 게 사실인데 또 노후 걱정도 해야 하고. 결국 정상적인 부양을 위해서는 여자도 돈을 벌수밖에 없어. 원래 회사로 돌아갈 수는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비정규직으로 입사하는 거지.”
―그럼 결혼 생각은 있어? PD 되면 가정과 일을 둘 다 신경 쓰기 힘들다던데
“결혼 생각 없어. 애도 당연히 안 낳겠지. 커리어에 대한 욕심도 있고. 근데 조카가 정말 귀엽긴 한데 조카로 만족할래. 결혼 출산 다 포기 해야 하는 게 현실이니까. 그냥 동거하면서 행복하게 살고 싶어.”
# 삶과 정치 사이에서
―핵심 질문 하나 해보자. 대통령에 따라 너의 일상이나 삶이 바뀐다고 생각해?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변화는 없다고 생각해. 일상이라는 거 자체가 대통령이 바뀐다고 바로 바뀌는 게 아니라 관성적인 거잖아. 또 5년이라는 임기 동안 대통령이 어떤 정책을 펴고 싶어서 독단적, 빠르게 결정할 수 없는 제도니까. 근데, 즉각적인 변화는 없어도 대통령이 청!렴!하고 대의를 중요시하는 사람이라면 또 정말 국민을 위한 사람이라면(그런 사람이 있을까? 조은비 생각) 점진적으로 작은 부분부터 변화한다고 생각해. 그 사람이 제도를 한 번에 갈아엎지는 못해도 사회에 어떤 부분에 큰 영향이 미칠 수 있으니까.”
―정치에 대해 관심이 많은 편인 것 같은데 그럼, ‘정치적 무관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정치적 불신, 정치적 무관심이 우리 문제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정치인한테만 탓으로 돌리는 것도 그렇고 근데 또 하루하루 살아내기도 힘든 사람한테 관심을 갖고 정치를 믿으라고 강요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 선을 잘 모르겠어. 어쨌든 우리에게 닥친 현실이 삶이 있는데. 마치 일상에 지쳐서 집회에 못 나가는 사람한테는 뭐라 할 수는 없는 것처럼.”
“살기 바빠서 정치에 관심을 못 가지게 되는 걸 엄마를 보면서 알았거든. 사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여러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갖게 된 게 엄마의 영향이 커. 엄마가 사회학과를 졸업하셔서 그런 얘기를 많이 했었어. 근데 엄마가 나이가 들고 일도 하시면서 엄마가 일상이 바쁘니까 뉴스도 잘 안 보게 되더라는 얘기를 하시더라고. 뭔가 이게 현실인가라는 생각도 들고 씁쓸하더라.”
―너의 그런 정치관이나 그런 가치관은 어머니한테 많은 영향을 받은 거구나.
“응. 엄마 영향이 가장 큰 것 같아. 사회의 문제점을 바라보는 시각을 엄마를 통해서 알게 되었으니까. 그리고 내가 자라온 환경을 돌이켜 봤을 때 불평등함이나 양극화(빈부격차)를 직접 보고 느끼고 자랐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자연스럽게 정치관이나 내 사회적 시각이 생긴 것 같아.”
―어머니는 어떤 분이셨는데?
“엄마는 뉴스도 많이 보고 신문도 읽고 책도 읽으시고. 특히 신문은 ‘한겨레’를 읽었어(웃음). 아무래도 논조의 방향성이 진보적인 신문이니까 나도 엄마를 따라 신문을 읽다 보니 영향을 많이 받았지. 근데 사실 정치적인 사안에 대해 엄청 논리적으로 대화를 한 건 아니고. 그냥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 알게 모르게 영향을 많이 받은 거지.”
“그러고 보니 신문도 내 정치적 스탠스 확립에 많이 영향을 미친 것 같아. 우리나라는 아직 많이 불평등한 사회이고, 부의 양극화가 심하고. 엄마가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뉴스를 보고 신문을 읽으면서 점점 더 내 논리를 갖고 이해를 하게 되었지. 뉴스도 많이 보고 대학교 친구들이랑 이야기하고 책도 읽고 다양한 걸 보고 그러면서.”
―어머니나 언론 말고도 어떤 ‘경험’이 너의 정치관에 영향을 미친 적이 있어?
“고등학교 시절…? 우리 집 자체가 상위 층이 아니었고 나는 자사고(자율형 사립 고등학교)에 갔는데 잘 사는 애들이 많았어. 말 그대로 부모님 두 분 다 의사거나. 한 분이 공무원, 전문직. 진짜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애들이 많았어. 사실 우리 엄마 아빠는 전문직이 아니었지. 그래서 ‘빈부격차’가 뭔지 어렸을 때부터 피부로 느낀 것 같아. 어떤 감정적인 느낌보다는 ‘나랑 다른 삶이구나.’ 이렇게. 그러고 대학에 들어와서 사회학 관련 교양을 들으면서, ‘부’의 많고 적음을 개인에게만 책임을 부가하기에는 개인의 노력을 넘어선 사회적 구조적 문제가 분명 존재한다는 걸 보다 확실하게 깨달았어. 어찌 보면 대학 수업도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지. 내 가치관을 보다 확실하게 해준?”
―자사고면 되게 치열했겠다. 나는 일반고였는데도 엄청 치열했었는데 자사고면 더 했겠다. 과외나 학원 같은 건?
“나는 사실 어렸을 때부터 사교육을 안 받았어. 부모님 교육방식이었기 때문에 나는 그게 당연한 줄 알았어. 근데 고등학교로 와서 모의고사를 보니까 학교 수업이랑 내신이랑은 조금 거리가 있잖아? 거기에서 차이가 나더라. 사교육(과외, 학원)을 받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특히 수학은 선행학습 없이 따라가기 힘든 부분이 있으니까. 과외를 하고 싶었는데 한 달에 40만~50만 원이고….”
“차마 과외는 못 하고 성적이 안 오르기에 1년 동안은 학원에 다녔어. 인터넷 강의도 들었었고. 그때 부의 차이가 교육의 질의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피부로 느꼈지. 또, 같은 학교 내에서뿐만 아니라, 서울 경기 애들은 지방에 있는 우리보다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생했어. 서울에만 많은 교육이 집중되어있어서 차별받는 느낌이 들었달까. 물론 자본주의 사회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딘가 불편했어.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교육, 복지 제도에도 관심이 생겼던 것 같아.”
―다시 질문으로 돌아와서, 망상에 가까워도 되니까 바라는 정책 있어?
“성폭력과 관련한 법. 비정규직 같은 경우도 문제이지만 딱 떠오른 게 우리나라 성범죄와 관련한 법의 처벌 수준이 너무 약한 것 같아. 나영이 사건을 봤을 때 조두순이 3년 뒤 출소인데. 나영이가 22세 때 출소야. 말이 안 되잖아 이건. 그냥! 미디어 법제론 공부를 하면서 잠깐 배운 건데 형벌의 구성요소 중 하나가 ‘의도성’이어서 술을 마시거나 그러면 의도가 없었다. 이렇게 보는 거 자체가. 형벌이 진짜 너무 약해. 이 사건뿐만 아니라 기사화되지 않은 성범죄 사건들이 엄청 많겠지.”
“옆 대학교 단톡방 성희롱 사건도 우리나라 법상으로 법적 처벌을 할 수 있는 부분도 별로 없는 것 같아. 혹자는 법적 형벌을 높여서 범죄율을 낮출 수 있을까?라고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품고 단순히 형벌을 주는 것이 완전한 해결법은 아니라고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냥 솜방망이야.”
―그럼 혹시 관심 있는 차기 대선 후보나 바라는 이상적인 대통령상이 있어?
“솔직히 정치적 불신이 있는 사람으로서 지금 후보들이 다 비슷해 보여. 왜냐하면 이 사람들이 대선 공약을 하잖아. 이 공약 정말 맘에 든다고 해도 이게 현실적으로 과연 이루어질까? 라는 불신이 생겨. 물론 투표를 안 하겠다는 얘기는 아닌데, 다 ‘또이또이’한 것 같아. 바라는 대선 후보의 모습은. 높은 자리에 올라가도 청렴한 사람. 처음부터 자기 권력 다 누리기 위해서 정치를 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은데 부패한 걸 보면 다 초심이 변질되는 것 같아. 좋은 초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고 나서도 청렴함을 쭉 유지하면 좋겠어. 아 그리고 탁상공론 말고 직접 발로 뛰는 사람.”
―어 박주민 의원 떠올랐어.
“맞아. 그분 보면서 되게 감동받았어. 세월호 다큐멘터리 봤을 때 항상 그 자리에 계신 분이었어. 장면마다 뒤에 항상 계시고…. 그래서 그 사람들을 위해 바로 뛰고 그 사람들 옆에 있었구나 생각했지. 비슷한 것 같아. 아, 대선 후보는 아닌데 표창원도 논리적인 면이 꽤 맘에 들기도 해. 표창원이 되기를 지지하기보다는 그런 명석함과 결단력이 있는 사람. 너무 유하면 안 돼. 이거 다 합치면 너무 이상적인가? 국민의 뜻을 대변하겠다는 좋은 초심과 국민이 왜 나를 뽑았을까를 잊지 않는 사람. 모든 국민의 이해관계를 충족시킬 수는 없지만 특히 그래도 소외된 사람들을 바라보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 가진 사람만 계속 받는 구조였으니까.”
―네가 바라는 세상은 어떤 세상이야?
“자본주의 시스템하에서는 모두가 똑같은 위치에서 같은 부를 누릴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너무 많이 가진 사람도, 너무 적게 가진 사람도 없는 그런 사회. 비정상적인 양극화가 없는 사회. 중산층이 단단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
“특히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게 기업이 가진 돈이 가계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잖아. 우리나라 부자 기업가를 칭하는 ‘재벌’이라는 고유명사도 있고. 복지 제도나 세금 관련해서 우리나라는 물론 누진세를 적용한 소득세도 있어서 많이 버는 사람이 많이 떼이기도 하지만 복지 제도 좋은 나라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세금을 통한 사회 환원이 진짜 적다고 생각해. 과연 그들이 자신들의 능력만으로 돈을 벌었을까? 사회 전체의 흐름이 있고 그들이 가진 부는 단순히 그들의 개인적인 노력의 산물이 아니라고 생각해. 자기가 번 것에 대해서 사회적 의미를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아. 세금 덜 떼이는 방법 피해 가려고 하지 않고, 더 나아가서 환원할 수도 있는 그런 사회.”
―그럼 그 세상에서 너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데?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 인간 대 인간으로서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고. 뭐 직업적으로 능력을 펼치게 되면 다큐멘터리 PD가 돼서 작품을 만들면 사람들이 감동을 받고 위로 받는 것도 하나의 도움이라고 생각하고. 사회에 있는 많은 약자들이 가장 원하는 게 관심이잖아. 사회적 관심. 그들을 알아야 사회적, 행정적으로든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그리고 감사할 줄 아는 사람. 감사할 줄 알아야 남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아. 내가 가진 게 당연하지 않다는 생각에서부터 베풂이 시작되는 거지. 이 감사함을 통해 베풂이 시작되면 나중에는 불평등을 완화시킬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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