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제19대 대선이 벼락같이 시작됐다. 정치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기존 선거 보도는 대선후보 위주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 시점에서 유권자는 보도의 주변으로 쫓겨나며, 구경꾼으로 전락한다. 청년, 특히 기성 매체와 기자의 범위 바깥에 있는 청년들은 더욱 그렇다. ‘비즈한국’은 ‘미스핏츠’ ‘밀레니얼 오브 서울’과 함께 그들의 이야기를 ‘날이 선 채로, 날 것 그대로’ 풀어본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현재의 20대에게 “대한민국의 역사에 대한 자부심이 약한 것”이라 평가했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할 일이 없다면 봉사라도 다녀와봐라”고 했다. 많은 보수 논객들은 현재의 20대를 가장 좋은 시대에 살지만, 가장 노력 안 하는 세대로 비유한다. 그럴 때마다 묻고 싶다. 그들이 그렇게 셰도 복싱을 하는, 노력 안 하는 20대가 어디에 있는지 말이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청년들은 스무 살부터 끊임없이 일하고, 끊임없이 자기를 깎아내리며 끊임없이 생존을 고민한다. 치열한 삶의 전선에서 치열하게 생존한 스물일곱, 김혜지는 그 중 한 명이다.
―퇴근하고 바로 온 거지? 피곤하겠네.
“뭐 그냥저냥. 이거 끝나면 얼른 가서 잘 거야. 피곤해.”
―집에 들어가면 바로 뻗어? 코피 날 정도면 집에 가서 바로 뻗을만 하지.
“취업하기 전에 시작한 아르바이트 때문에 쉬지도 못하는데 그나마 좋은 건 일요일까지 일하니까 월요병이 없다. 푸하하. 남자친구랑 놀면 같이, 혼자 있을 때는 그냥 드라마나 영화 봐. 최근에 가장 재밌게 본 거는 ‘청춘시대’. 사람들 간의 이야기도 있고 감정선도 느껴지니 좋더라.”
―페이스북이나 유튜브는 별로 안 봐?
“여행 영상으로 대리만족할 수 있으니까 여행 영상이나 여행 페이지는 많이 봐. ‘여행에 미치다’ 이런 곳 보면 진짜 관광청 홍보영상 뺨 후려칠 정도로 잘 만든 영상 많아. 그런 거 볼 때마다 여행도 가고 싶어지는데, 그것보다 그런 영상 만들어보고 싶더라.”
―어차피 못 갈 거, 정신승리라도 해보자. 어디 가고 싶어?
“내가 따뜻한 날씨 좋아해서, 적도 근처 나라들이나 동남아시아 가고 싶어. 거기 말고는 포르투갈, 스페인, 남미, 아프리카, 모로코, 터키 다 가고 싶다. 내가 아직 밟지 못한 대륙에서 똥 싸고 밥 먹고 다 할 거야, 꼭!!!”
―그럼 가봤던 곳 중에 가장 좋았던 곳은?
“치앙마이. 야, 거기는 여행이 아니라 진짜 살고 싶더라. 거기서 카페 차려서 장사하면서 사는 게 꿈이야. 따뜻하고, 건조하고, 그늘 있으면 시원하고, 조용하게 쉬는 도시라서 진짜 살기 최고야. 기후도 좋고, 물가는 싸고, 밥은 맛있으니까 삼위일체 완성이야. 좀 조용한 올드타운에서 살면서, 여행객들 많은 뉴타운에서 카페 차려서 돈 벌어야지. 그리고 올드타운에 다시 게스트하우스 차리면 인생 완성이다. 돈을 버는 걸 넘어서 행복하게 사는 게 꿈인데, 그러려면 돈을 진짜 많이 벌어야겠지.”
―꿈 한 번 거창하네
“야, 내 많은 꿈 중 하나야. 나 망상하는 여자야.”
# 교도소에서 컨테이너 박스까지, 주거의 역사
―너 최근에 이사했다면서? 자취는 그럼 얼마나 한 거야?
“2010년부터 했으니까, 햇수로는 8년차네.”
―자취의 역사 한 번 읊어주이소.
“대구에서 처음 상경했을 때는 고시원 살았고, 다음엔 학교에서 임대한 원룸에 살았고, 그다음에는 친구랑 같이 투룸에 살았어. 그 다음이 지금 사는 곳. 친구랑 둘이 살 때는 둘이 합쳐서 70만 원 냈는데, 지금은 30만 원 내고 있어. 5만 원 벌었네. 근데 방음도 안 되고, 집도 좁으니까 그냥 똑같은 건가.”
―야, 근데 대학교 원래 기숙사 있지 않아? 지역 학숙 같은 것도 있을 텐데 왜 못 들어갔어?
“내가 아까 말한 학교 임대 원룸이 나름의 기숙사야. 학교에 자체 기숙사가 없어. 학교가 그냥 민간 건물을 빌려서 학생한테 다시 빌려주는 개념의 기숙사밖에 없어. 민간에서 7평 원룸 빌려서 2명한테 주는 거고 그럼 학생 2명은 보증금 안 내는 대신에 월세를 좀 비싸게 내게끔 계약해.”
“스무 살, 처음 올라왔을 때는 고시원에 살았어. 인터넷으로 보니까 고시텔이라는 곳이 되게 좋아 보였거든? 그때 살던 내 방만 한, 되게 좋고 살만한 곳인 줄 알았거든. 근데 서울 올라와서 고시텔 문 여는 순간, 진짜 충격 받았다. 뭐 1평짜리 방이 전부잖아. 본가 화장실만 한 공간에 자그마한 창문 달린 곳을 봤을 때의 충격이란…. 집이 화장실만 하니까 책상 앞에서 몸을 틀면 물건이랑 부딪치고, 방음이랑 환기는 두말하면 입 아픈 수준. 가보지 않았지만, 교도소 들어간 느낌이 이거인가 싶더라.”
―내가 자취를 안 해봐서 궁금한데, 넌 자취방 고를 때 뭐부터 봐? 돈? 위치?
“월세는 내가 어찌할 바가 아니니까 패스하고, 물러설 수 없는 건 화장실. 사실 벽지 같은 게 이상하면 내가 시트를 붙이든, 무엇을 하든 해서 고칠 수가 있는데 화장실은 그럴 수가 없어. 뭐 조금만 고치려고 해도 공사 크게 들어가니까 돈이 많이 들지. 화장실이 너무 열악하거나 너무 더럽거나 인테리어가 이상하면 고치기 힘드니까 주로 화장실부터 봐. 화장실은 무조건 좋아야 한다, 진짜.”
“그 다음은 방의 전체적인 구조나 신축 여부? 아무래도 새집이 깨끗하고 좋지. 예전에 친구랑 살던 투룸은 주택을 개조한 곳이었는데, 외풍도 심하고 바퀴벌레도 많이 나와서 좀 불편했어.”
―주거비용은 네가 냈어?
“엄마가 도와줬는데 이제는 내가 내. 아, 엄마가 도와줄 때도 공과금이랑 관리비는 내가 냈어.”
―그럼 용돈은 얼마나 받았어?
“보통 한 달에 40만 원 받았어. 공과금으로 15만에서 20만 원 정도 빠지고, 통신비로 6만~7만 원 빼면 한 15만 원이 남아. 하루에 한 끼만 먹고, 그것도 학생식당에서 먹으면 생활할 수 있는데 그게 안 되니까 아르바이트나 과외나 무슨 짓을 해서라도 돈을 벌어야지.”
“돈이 부족할 땐 식비를 줄이는 게 쉽더라. 생각해보면 먹는 건 어차피 똥으로 나오잖아. 공수래공수거니까 차라리 내 삶을 위해선 다른 거에 써도 된다 싶지. 먹는 거 줄여서 그 돈으로 옷을 사거나 책을 사거나 영화를 보거나 하는 게 나한텐 이득이야.”
# 1500원 일반 김밥과 3500원 참치 김밥에서 방황하는 청춘
―계속 뭐든 돈 벌려고 아등바등했을 텐데, 니가 한 일 역사 좀 읊어봐라.
“누구나 그렇겠지만, 인생의 첫 아르바이트는 서비스업이지. 수능 끝나고 전화로 영업하는 텔레마케팅을 했는데, 일주일 하니까 못하겠더라. 전화 받자마자 욕하는 사람도 많고, 막 끊어버리니까 멘탈이 남아나질 않아서 못하겠더라. 텔레마케팅은 실적이 나오지 않으면 돈을 못 받아. 그것도 스트레스니까 결국 그만둘 수밖에 없었지. 다른 사람들도 며칠 만에 그만두더라. 그래도 그 아르바이트는 돈 버는 것보단 경험에 가까웠으니까 괜찮았어.”
“서울 와서는 돈이 궁하니까 처절하게 아르바이트를 찾았지. 처음엔 카페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카페가 망했어. 원래 장사가 안 되는 곳이었고, 위치도 안 좋았어. 아르바이트는 평이했어. 두 번째는 부대찌개 집. 체인점이었는데, 진짜 큰 가게에서 인간 컨베이어벨트가 된 것처럼 노예처럼 일했어. 일은 일대로 힘들고, 식당 이모님들의 이유 모를 텃세 때문에 너무 힘들더라. 그래서 진짜 며칠 만에 그만뒀어. 지금 생각해보면 스무 살짜리가 뭘 알겠냐 싶기도 하고.”
“그거 이후에 학교 근처 칵테일 바에서 일했어. 맥주 따르고, 맥주 나르고 그런 일 했지. 그런데 거기서 다른 아르바이트생한테 성추행 사건이 일어났는데 사장이 아르바이트생을 보호해주질 않더라고. 날 보호해줄 사장도 아니고, 나도 당할까 봐 그만뒀지. 그 다음에는 학교 도서관에서 근로장학생 했어. 하루에 3~4시간씩 시간제로 했지. 최저시급이어도 공부할 수 있어서 좋았어.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일하고, 다시 일하다가 공부하고의 반복. 그거 말고 음성으로 하는 과외랑 실제 과외도 1년 동안 했었고, 다른 칵테일 바에서 일하기도 하고, 지금은 연극 매표소 아르바이트하고 있어.”
―진짜 끊임없이 했다. 거의 뭐 미친 듯이 일만 한 거 같네. 교환학생 돈도 니가 번거야?
“교환학생 갈려고 진짜 힘들게 살았다. 1학기는 영어 성적 얻으려고, 나머지 1학기는 돈 벌려고 총 1년 휴학했거든. 영어 점수 따려고 강남에 있는 어학원을 다녔는데, 학원비 벌려고 아르바이트도 같이했거든. 아, 그때 내가 처음으로 가난을 깨달았어. 내 돈으로 학원비 내고, 교환학생 비용 준비하고, 공부하면서 일하니까 진짜 개 처절하게 살았거든.”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아이엘츠 학원에 다녔는데, 나를 빼면 20대 후반이었어. 그때 학원 근처 식당 점심 가격이 최소 6000원이었는데, 다른 사람들이 그런 거 사 먹을 때 난 그거 비싸서 못 먹었거든. 돈 아깝잖아. 너. 편의점 도시락 3500원짜리랑 4300원짜리랑 개 고민하다가 3500원짜리 골라본 적 있냐? 근데 그때의 나에겐 그것도 사치였어. 만날 1500원짜리 김밥만 사 먹었어. 1500원짜리랑 3000원짜리 참치김밥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1500원짜리 김밥 골랐지. 학원 계단에서 엄마랑 전화하면서 울기도 했어. 우리 시대의 가난은 이런 거다.”
# 백날 열심히 일 해봤자 계약직이라는 통곡의 벽
―그러면 요즘 일하는 데는 어때?
“소셜콘텐츠 만드는 회사에 취직했는데, 아직 아르바이트 못 그만두어서 매표소 아르바이트랑 투잡 뛰고 있지. 졸지에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일하는 성실한 노동자가 됐다. 1주일 내내 일하니까 주말에 대한 구분이 없어지고, 월요일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져서 좋은데 아침에 코피 나면서 출근하고 과로사 가능성이 커지는 게 함정이다.”
―아르바이트만 전전하다가 정식으로 큰 회사에서 일하게 된 건데, 근무환경은 만족해?
“환경은 진짜 좋아. 선배들도 좋고, 동기들도 좋고, 심지어 회사 위치랑 풍경도 좋다. 야근하면 연차나 반차도 주는 정상적인 회사입니다. 어릴 때부터 정장 입지 않아도 되는 회사에서 일하고 싶었는데, 복장도 자유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다 주니까 땡큐지. 내가 계약직이라는 게 함정이지만.”
―그게 제일 큰 거 아니냐.
“계약직이 콘텐츠 만드는 업계에서 가장 흔한 형태지, 뭐. 노력해도 정규직은 안 돼. 자기네들이 내키면 해주고, 아니면 마는 거니까 불가능하다고 봐야지. 시스템이야. 내가 아무리 잘해도 내 공이 가려져. 정규직 상사들이 기획총괄로 이름 올리면, 상사들이 공 다 가져가고 나는 그냥 나가리 되는 거야. 게다가 계약직은 연봉협상 할 때마다 연봉인상 폭도 적고, 성과급 없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 월급 적은 건 너무 당연한 거니까 말 안 한다.”
“그러니까 내가 열심히 일할 이유가 없어. 계약직이어도 이 회사에 들어갈 때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이 있었거든. 내가 이 회사 바꾸고 싶고, 회사에서 대박 내고 싶은 그런 진취적인 마음가짐으로 들어왔지. 근데 정작 와서 일하다 보니까 의지 생기기가 힘들어. 야, 나만 의지가 있으면 뭐하냐. 계약직들이 뭐같이 일해 봤자 계약직이고, 연봉도 안 올라가니까 전부 다른 회사 공채나 준비하고 있지. 같은 팀원들 전부 다른 회사 정규직 공채 준비하고 있는데 누가 열심히 하고 싶겠냐.”
“진짜 회사랑 상사한테 물어보고 싶어. 진짜 이 업계의 문제를 바꾸고 혁신이든 뭐든, 대박이든 뭐든 내고 싶은 건지 아니면 그냥 그저 그렇게 하고 싶은 건지 말이야. 만약, 회사의 목적이 확고하다면 진짜 채용부터 바꿔야 해.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 중에 1명 빼고 싹 다 계약직이잖아. 그러니까 전부 ‘얼른 빠져나가야지’라는 생각밖에 더하겠냐.”
# 박 대통령을 넘어서, 불평등을 넘어, 다시 만난 세계를 만들자.
―불만이 가득한 게, 내 스타일이다. 주구장창 일하면서 촛불집회는 가봤어?
“11월 말인가, 12월 초에 총 두 번 가봤어. 솔직히 말하면 그때 스웨덴에서 친구가 놀러 왔는데 같이 돌아다니다가 그냥 가게 됐어. 두 번째는 엄마가 대구에서 왔을 때 가보고 싶다기에 갔어.”
―맞다, 고향이 대구라는데 엄마, 아빠랑 정치 얘기 많이 해?
“많이 하지는 않아. 이슈 터질 때나 하지. 하더라도 내가 일방적으로 많이 하는 편이야. 대구 얘기하니까 생각나는데, 대구에서 봤던 어른들은 대부분 새누리당에 대한 맹목적인 신앙이 있었어. 2002년 대선 때 내가 초등학생이었는데, 그때 1번인 이회창이 이겨야 우리 편이 이긴다고 생각했을 정도라니까.”
“고등학교 때 내가 머리가 크고 정치에 관심이 커지니까 어른들한테 지지하는 이유 등에 대해 물어봤거든? 근데 아무도 논리적으로 답을 못하고, 그냥 1번이었어. 이유가 있고 근거가 있으면 모르는데 그게 아니었어. 고등학교 때 내가 논술을 배울 때 처음으로 대구 지역지인 ‘매일신문’ 말고 다른 신문 읽었다. ‘한겨레’였냐, ‘경향’이었나 기억은 안 나는데 그런 신문 읽고, 토론이랑 논술 수업하다 보니까 완전히 다른 세계를 본 거지. 다시 만난 세계. 그때 학원 원장 선생님이 우리 엄마한테 나 서울로 보내지 말라고 했는데, 이유가 나 서울로 가면 데모할 거 같아서 그랬다는 거야.”
―반은 정답이네.
“그런가?”
―이번에 대통령이 탄핵당했잖아.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새로 뽑히면서 네 삶이 바뀐다고 생각하냐.
“응. 만약에 박 대통령이 자기 임기 때 하려고 했던 임대소득 과세를 미루지 않고 추진했으면, 임대업자들이 월세소득신고도 하고 세금도 냈을 거야. 그러면 과세도 투명해지고, 세금도 더 거뒀겠지. 월세 사는 입장에서도 장기적으론 그게 좋았을 거야. 설령 안 좋았다고 해도 바뀌는 거니까 영향을 주는 건 맞지.”
“설령 그 사람들이 엄청난 변화를 만들진 못하더라도, 조금은 영향 줄 수 있을 거로 생각해. 당장 그 사람들이 정책을 만들어서 사회를 바꾼다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사회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
“이번에 문재인, 안철수, 유승민 모두 페미니즘을 이야기했잖아. 남성 유력 대선 후보들이 그렇게 여성주의를 이야기하는 건 진짜 큰 변화잖아. 그런 변화가 장차 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시작이라고 생각해.”
―오케이. 장기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말했는데, 너는 그러면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이 뭐라고 봐?
“이게 하나만 문제가 아니긴 한데…. 그래도 하나 고르자면 노동문제. 아 물론 내가 당사자라 여성운동이 더 내게 와 닿기는 하는데, 이건 뭐 전 세계적으로 문제인 거 같아서. 당장 한국의 큰 문제가 불공정과 불평등이고 특히나 불평등 노동이라고 생각하니까 노동 문제라고 말할게.”
―불평등 노동?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좁힐 수 없는 격차. 일은 비정규직 계약직이 더하는데, 돈은, 음… 내 생각에 거의 한 달에 세배 차이 날 걸. 거기서 나오는 불평등이 크지. 쉽게 말해서 계약직은 열심히 일할 유인이 없어. 이렇게 일하는데 돈이 없어.”
“상은 관리자가 받는데, 관리자 밑에서 진짜로 일하는 사람들은 계약직이니까…. 다 열 받아 하지. 불만도 많고.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당장 내년에 연봉이 올라가는 게 차이 있지. 정규직이 성과급 받을 때 비정규직들은 못 받고, 언제 잘릴지도 모르고. 막말로 갑자기 회사가 상황이 나빠져서 인원 줄인다 하면 누구부터 잘릴까? 나겠지. 아, 솔직히 나도 비정규직 철폐는 불가하다 싶어. 그러면 차라리 비정규직에 돈이라도 더 줘야 하는 거 아니냐.”
―망상이더라도, 어떻게 해야 사회 문제를 풀 수 있을까?
“일단은 비정규직에 돈을 더 줘야 해. 그리고 원룸 임대업자들도 무조건 개별적으로 소득 신고하게끔 만들어야 돼. 이거 원래 박근혜 대통령 공약이었는데, 새누리당이 국회에서 유예해서 잊혀버렸어.”
“두 번째로는 월세를 올릴 때 물가랑 연동해서라든지 좀 합리적인 폭 안에서만 올릴 수 있게 하면 좋겠어. 그리고 월세 올리려면 월세가 올라가야 한다는 주장을 증명할 수 있는 근거를 서류로 보여주면 좋겠어. 월세를 올릴 때 그만큼 올라가야 한다는 근거를 증명하라는 거야. 그러니까 월세를 올리는 과정을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만들자는 거야.”
“마지막으론 관리비 내용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돼. 국토교통부든 뭐든 그런 정부기관 통해서라도 관리비가 적정한 수준인지, 임차인이 볼 수 있게끔 해야지. 갑자기 말도 안 되게 10만 원 이렇게 올리면 안 되잖아. 관리비 올리는 거랑 월세 올리는 과정만 투명하게 공개해도 부담 덜 할 거야.”
“사회의 변화에 있어선 인식이랑 제도가 같이 간다고 하는데, 적어도 주거 문제는 제도가 무조건 먼저야. 그냥 제도가 먼저 때려 박아야지. 뭐, 자본주의 사회니까 가격 인상 금지나 인하는 불가해도 가격 산정의 근거는 밝힐 수 있게 할 수는 있지 않나? 야, 내가 빨갱이여서가 아니라 자기가 번 돈에선 세금을 내야하고, 소득 신고하는 건 이 사회의 상식 아니냐? 그럼 상식 수준에서 법을 요구하는 거지.”
―자, 그럼 김혜지는 어떤 세상이 오길 바라냐?
“채용 과정에서 차별이 없고, 성 소수자 친구들도 결혼할 수 있고, 비정규직이 감당해야 할 고용 불안정, 임금 차별 중 어떤 거라도 해결되어서 비정규직도 살만한 세상. 딱 그 정도. 말해보니 유토피아네. 불가능합니다. 수고하세요.”
[핫클릭]
·
잇단 악재로 흔들리는 '우버', 실적보다 더 중요한 건?
·
혁신의 아이콘의 특별한 아이디어 발상법
·
[홍춘욱 경제팩트] 도시화율이 높을수록 잘사는 이유는?
·
우병우 특검법 보는 법조계의 시선 '글쎄~'
·
[날;청년] "사람값 사람값…, 사람값이 너무 싼 게 문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