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해 급성 편도염을 앓은 후 내 편도는 예민하게 굴기 시작했다. 편도염에 고생하던 때에 땡땡하게 붓던 임파선은 피곤하기만 하면 몽글몽글 만져진다. 잠을 잘 안 자거나, 체력 소모가 있을 때 습관처럼 목을 만진다. 그닥 피곤하지 않은데 목이 부으면 무리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술 약속이 있어도 취소하거나 과음하지 않고, 시험 전날 밤을 꼴딱 새는 일은 없다. 물도 삼키기 어려운 아픔이 또 생길까봐 두렵기 때문이다. 그만큼 편도를 신경 쓴다.
이런 노력과 상관없이 내 목을 괴롭히는 존재가 있다. 미세먼지다. 집에서 학교까지 큰 길로 걸어가는 편인데, 대로를 달리는 차들의 배기가스와 허공에 떠다니는 미세먼지는 목의 붓기를 가라앉게 두지 않는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한 정거장이라도 지하철을 타려고 아침마다 ‘통합대기’를 검색하는데, ‘좋음’인 날을 보기가 힘들다. 대기 수준에 관대하다는 네X버 날씨는 믿을 수 없어 통합대기알림 애플리케이션(앱)을 새로 깔았다. 편리한 점은 WTO 기준으로 설정할 수 있고 위젯으로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는 거? 뉴스를 보니 미세먼지가 생각보다 위험한 문젯거리던데. 대기 앱이 필수가 되는 세상이 왔다니, 이러다 정말 깨끗한 공기를 사고파는 세상도 오는 거 아닐까. 끔찍하다.
지난주 며칠은 나쁘지 않았다. 오랜만에 미세먼지가 WTO 수준에서도 좋음과 보통 사이를 오가는 청명한 날씨였다고! 주말부터 더워지더니 미세먼지가 ‘나쁨’을 넘어서 ‘매우 나쁨’까지 치솟았다. 이게 무슨 일이야. 황금 연휴의 시작이 미세먼지라니.
봄만 되면 간지러운 눈과 코에 이어 칼칼한 목까지. 이번 봄은 여러모로 너무 잔인한 거 아닌가? 긴 중간고사가 끝나고 완연한 봄 날씨를 만끽하고 싶은데 밖에도 못 나가고. 심해지면 심해졌지 나아지진 않을 텐데. 서울에서 일자리를 구하고 사는 게 평생에 도움이 되는 일일까? 아니, 서울뿐만이 아니지. 오랜만에 내려간 고향도 미세먼지가 엄청났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봄마다, 어쩌면 이제 여름, 가을, 겨울에도 ‘노약자는 바깥 활동을 삼가세요’ 이런 문구를 들어야 한단 말인가.
이민을 생각할 이유가 생각하지 않을 이유보다 늘고 있다. 답답해도 내 나라? 답 없는 정치, 과로, 갈등 사회, 끊임없이 터지는 젠더 이슈. 이제는 환경 문제까지. 언제까지 답답해야 해! 해외취업박람회를 가봐야겠다. 정말 심각하게 이민을 고민하고 있다. 관련 기사에 의하면, 한 설문조사에 대답한 직장인과 취업 준비생 1000명 중 반 이상이 해외취업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해외 취업을 진지하게 고려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도 40%를 넘었다고 하니, 나뿐만이 아니었어.
한때는 ‘헬조선’이라는 말을 나쁘게 생각했다. 지금도 그 어감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이 단어가 왜 한숨과 함께 쏟아질 수밖에 없는지 점점 실감하고 있다. 어떤 유명 강사는 헬조선 탓하지 말고 젊은이들이 정치에 관심도 갖고 노력하면 된다고 열변을 토하던데. 지금 이렇게 된 거, 젊은이들이 만들었습니까? 환경 탓하지 말고, 노력을 해라. 이 말은 항상 옳은 말도, 항상 틀린 말도 아니지만, 노력할 환경이 아니니까 우리 이제라도 같이 좀 만들어보자구요? 네?
날씨를 검색하다가 ‘미세먼지 오전 한때 나쁨, 오후 보통’이라는 기사를 발견했다. ‘오후에는 괜찮아지겠네’ 하고 안도하는 나를 발견했다. 언제부터 ‘보통’에 만족하게 되었지? 좋을 순 없는 거야? 긍정적으로 살고 싶은데 자꾸 불만이 생긴다구! 왜 보통이 어려울까? 중간이라도 가는 게 어려울까? 보통은 그냥 괜찮지도 않은 수준 아닌가? 괜찮은 회사에 들어가, 괜찮은 사람을 만나, 괜찮은 집에서 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어서 서러운데, 미세먼지까지 끼어들어 이렇게 힘들게 하냐. 마스크 더러워질 때까지만 쓰라고 했는데, 벌써 더러워진 것 같다. 내일은 새 마스크를 사러 약국에 가야겠다.
※필자는 열심히 뛰어다니지만 어딘가 삐걱거리는 삶을 살고 있는 대학생으로, 거둬갈 기업 관계자 여러분의 연락을 기다립니다.
이상은 취업준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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