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유니콘기업(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스타트업 기업을 이르는 말)의 대명사 우버가 흔들리고 있다. 들여다 보면 흔들리는 정도가 아니다. 무너질 것 같다는 게 더 적절해 보인다. 내우외환의 골이 깊다.
우버가 잘나가다 갑작스레 위기를 맞은 건 아니다. 우버는 탄생부터 지속적으로 불법 논란에 시달려왔다. 택시면허가 없어도 사실상의 택시영업을 할 수 있다는 우버의 사업모델 자체가 전 세계의 운수사업법과 부딪히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버가 현재 처해진 위기는 ‘공유경제’ 기업들이 흔히 맞게 되는 법적, 정책적 위기와 다르다. 우버 내부에서 시작된 문제가 많다. 올해 들어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터지고 있다.
지난 1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테러를 막겠다며 반이민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이 행정명령에는 리비아, 소말리아 등 무슬림 국가들의 불법이민자뿐만 아니라 영주권자, 합법적 비자 소지자의 입국도 금지했다. 이에 회원들 대부분이 이민자이거나 무슬림인 뉴욕 택시업계는 트럼프의 행정명령에 반발해 일종의 파업으로 JFK 공항 운행을 중단했다.
하지만 우버는 이 파업에 동참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JFK 공항 할증요금 받기를 중단했다. 뉴욕 택시업계 점유율의 약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우버가 할증요금 받기를 중단하자 택시업계 파업이 무력화됐다. 트래비스 칼라닉 우버 CEO(최고경영자)가 트럼프 대통령 자문단에 포함됐기 때문에 나온 결정 아니냐는 여론이 고조되면서 SNS상에서는 우버를 삭제하자는 ‘#DeleteUber’ 해시태그 캠페인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쟁업체인 리프트는 최고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반사 이익을 거뒀다.
2월에는 내부에서 일이 터졌다. 직장 내 성추행 의혹이었다. 엔지니어 파트 고위 임원이 여성 엔지니어에게 잠자리를 요구하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이야기가 공개됐다. 그녀가 이 일을 보고했음에도 우버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사건이 자세히 공개되자 또 다시 ‘#DeleteUber’ 해시태그 캠페인이 벌어졌다.
3월에는 트래비스 칼라닉 CEO가 우버 차량을 이용한 영상이 공개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우버 차량에 칼라닉 CEO가 여성 두 명과 동승했다. 목적지에 도착하고 칼라닉 CEO가 내릴 때 운전기사가 그를 알아보고 우버의 운임 정책에 항의하는 질문을 했다. 우버의 가혹한 작업환경은 줄곧 비판의 대상이었다. 질문을 받은 칼라닉 CEO는 “어떤 사람들은 삶의 모든 것을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린다”고 답하며 차갑게 내렸다. 영상이 공개되자 우버를 향한 비판 여론은 더욱 거세졌다.
4월에는 2015년 있었던 일이 공개됐다. 2015년 우버는 ‘핑거 프린팅’이라고 하는 개별 아이폰 추적 기술로 아이폰에서 앱을 삭제해도 지속적으로 사용자 정보를 가져가고 있었다. 애플사 지오펜스(지오펜스는 한 GPS 위치 값을 중심으로 하는 블록을 의미)에는 이걸 보이지 않게 해 더욱 충격을 줬다. 이를 발견한 팀 쿡 애플 CEO가 칼라닉 CEO를 불러 크게 화를 내기도 했다. 우버는 이 사건으로 앱스토어에서 지워질 뻔했다. 다행히 넘어갔지만 이 사건이 드러나면서 우버에 대한 ‘비호감’은 극에 달했다.
일련의 사건들로 우버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최고위 임원들이 책임을 지고 사퇴하거나 선제적으로 탈출했다. 홍보를 맡은 임원도 스캔들과 악재 대처에 힘겨워 떠나기도 했다.
지난 4월 우버는 총체적인 위기 속에 실적을 공개했다. 사업은 견고하다는 의미였다. 지난해 200억 달러, 우리돈 약 22조 원의 이용요금을 받아 전년 대비 2배 증가했다. 우버 기사에게 지급하고 남은 순매출은 65억 달러, 손실은 28억 달러에 이르렀다. 매출 신장이 손실보다 훨씬 크다는 의미였지만 생각보다 큰 손실 규모에 시장이 놀라기도 했다. 손실은 중국 시장에서 발생했다고 알려졌다.
우버 규정도 바꾸거나 이미 바꿨다. 우버를 타면 팁을 주지 않아도 됐지만, 팁 주는 기능을 신설해 우버 기사의 수입이 늘어날 전망이다. 성희롱 문제가 발생한 이후에는 우버가 지난해 채용한 직원의 41%가 여성이었다는 점을 밝히면서 여성과 소수인종 고용도 늘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국내 꽤 알려진 스타트업에 종사했던 박 아무개 씨는 “우버는 성추행 문제를 대충 무마하고 넘어살 정도의 기업 사이즈를 한참 넘었다. 실적이 제일 중요한 게 스타트업 생태계지만 매출만 바라보고 가는 게 아쉽다. 기업가치도 중요하지만 다녀본 경험으로서는 HR(인사관리) 만큼 중요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다른 스타트업 종사자 김 아무개 씨는 “상식적인 말이지만, 우버를 보면서 사회적인 영향력도 고려하면서 사업을 해야 한다는 교훈을 배웠다”고 답했다.
김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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