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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그공시] SK의 모태 섬유패션, 역사의 뒤안길로

2012-05-03 SK네트웍스, 패션사업 분사 추진…올해 한섬·현대백화점 품으로

2017.05.03(Wed) 06:00:00

[비즈한국] 지금으로부터 5년 전 2012년 5월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SK네트웍스는 “당사는 회사 성장방안의 목적으로 패션사업의 분사를 통한 경쟁력 강화 방안을 고려 중이며, 이의 결정을 위해 분사에 따른 재무적 영향 등을 검토했으나, 현재까지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공시했다.

 

SK네트웍스는 그동안 적자에 시달렸던 패션 사업부를 올해 초 현대백화점 패션 계열사 한섬에 최종 매각했다. 사진=우태윤 기자

 

SK네트웍스는 1953년 창립된 ‘선경직물’을 모태로 한 회사였다. 선경직물이 1970년대부터 해 오던 학생복 사업을 이어받아 SK네트웍스가 1991년 내놓은 교복브랜드 ‘스마트(SMART)’는 ‘아이비클럽’, ‘엘리트’와 함께 브랜드 교복의 시대를 열었다.

 

패션사업은 상징성은 컸지만, ​SK네트웍스의 ​‘​캐시카우’는 따로 있었다. SK네트웍스의 매출 대부분은 SK텔레콤의 단말기와 SK에너지의 유류 유통을 맡은 ‘​IM컴퍼니’​와 ‘​E&C컴퍼니’​에서 창출됐다. 두 사업은 SK그룹이 주력하는 통신·에너지 사업과 밀접했지만, 패션은 동떨어진 분야였다. 백화점 유통망을 가지고 있는 경쟁사에 비해 이렇다 할 안정적인 유통 채널도 없었다.

 

가장 먼저 정리된 것은 교복사업이었다. 여러 차례 ‘스마트’​ 분사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일축한 SK네트웍스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불거진 2012년 “여론을 받아들이겠다”며 스마트를 (주)스마트F&D에 양도했다. 

 

교복사업이 정리되자 그룹 내에서는 매출 기여도가 미미한 패션 사업을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힘을 얻었다. 그러나 세계적 불황으로 건설·기계 등이 침체기를 맞자 SK그룹이 면세점, 렌터카, 패션을 신성장동력 사업으로 지정하면서 패션사업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듯했다. 

 

그럼에도 SK네트웍스 패션사업부의 실적은 지지부진했고 2016년 적자를 기록했다. 패션산업이 불황에 빠지기도 했지만, 고위 경영진이 패션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 공시 후 5년이 지났다. 올해 2월 말 현대백화점그룹의 패션 계열사 한섬은 자회사 ‘한섬글로벌’과 ‘현대지앤에프’를 통해 SK네트웍스 패션 사업부를 3261억 원에 최종 인수했다. 지난 2010년 SK네트웍스가 인수를 위해 심혈을 기울였던 한섬이 역으로 SK네트웍스의 12개 브랜드를 운영하게 된 것이다. 

 

‘타미힐피거’, ‘스티브제이앤요니피’ 등 그동안 취약했던 한섬의 캐주얼 브랜드 제품군도 한결 강화됐다.​ SK네트웍스의 패션사업 인수로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업계 2위 경쟁에서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을 한 발 앞지르게 됐다.

 

한섬에게는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SK네트웍스의 패션 사업부가 지난해 적자를 기록하며 수익성 개선이라는 숙제가 남았고 인수대금 압박도 만만찮은 것이었다. 한섬 역시 지난해 순이익 577억 원으로 777억 원을 기록했던 전년 대비 역성장했다. 

 

패션산업의 위기는 SK네트웍스와 한섬만의 얘기는 아니다.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LS네트웍스는 지난해 패션사업부의 구조조정에 나섰고, 최근 신용등급에 빨간불이 켜진 이랜드그룹은 패션사업부를 나누고 비수익 브랜드를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2007년 LG그룹에서 독립한 LF그룹은 2010년 매출액 1조 원을 달성한 후 지금까지 정체다.

 

이러한 위기의 배경으로 변화를 빠르게 읽어내지 못하는 대기업의 수직적 문화가 원인으로 꼽힌다. 경영진들은 빠르고 과감하게 변하는 패션 트렌드를 읽어내기 역부족이었고, 과거 세련됨의 상징이었던 유명 브랜드들은 ‘비싼 데다 촌스러운 느낌이 든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빠른 제품 회전율과 가성비를 자랑하는 SPA 브랜드와 온라인 쇼핑몰의 성장도 한몫했다. 

 

한섬이 SK네트웍스 패션사업을 인수한 뒤 주가는 하락해 지난 3월 16일 2만 6050원까지 떨어졌지만, 최근 인수 논란을 털고 3만 1550원까지 올랐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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