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금으로부터 3년 전 오늘인 2014년 4월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동부건설은 “당사는 보유 중인 동부발전당진(주)의 지분 매각을 위해 매각자문사를 선정해 실사 진행 중”이라고 공시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제기된 동부그룹의 유동성 문제는 2013년 수많은 투자자에게 피해를 준 ‘동양그룹 사태’ 직후 실체를 드러냈다. 동양그룹 사태의 여파로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자 자금 상태가 부실했던 동부그룹의 신용등급이 일제히 떨어졌다.
기댈 것은 구조조정뿐이었다. 금융당국에 의해 현대, 한진과 함께 선제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으로 지목된 동부그룹은 2013년 11월 3조 원대 자구책을 내놓았다. 동부익스프레스, 동부특수강, 동부당진항만 등의 지분을 매각했다.
구조조정은 쉽지 않았다. 핵심 매물이었던 동부건설 소유 동부발전당진 매각이 그랬다. 2014년 6월 산업은행이 동부발전당진과 동부제철 인천공장을 패키지로 묶어 포스코에 매각하려 했으나 포스코가 거부해 무산됐다. 삼탄과의 협상도 송전선로 문제로 막판에 뒤집혔다.
우여곡절 끝에 2014년 10월 동부발전당진은 SK가스가 2010억 원에 지분 60%를 인수하며 그룹의 품을 떠나게 됐다. 뒤이어 동부그룹의 토대가 된 동부건설을 포함한 동부제철, 동부팜한농 등 핵심 계열사들이 그룹에서 분리됐다. 동부그룹은 2016년 말에야 2년여에 걸친 긴 구조조정을 어느 정도 마무리했다.
그 공시 후 3년이 지났다. 뼈 아픈 과정이었지만 한결 가벼워진 동부그룹은 한숨 놓는 분위기다. 핵심 계열사 분리 후 동부그룹은 동부대우전자와 동부하이텍 등의 제조부문과 금융부문인 동부화재를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동부하이텍의 변화는 놀라운 수준이다. 시스템반도체를 반도체 설계업체(팹리스)로부터 위탁받아 생산하는 ‘파운드리 사업’을 국내 최초로 시작한 동부하이텍은 1997년 창립 후 2013년까지 늘 적자였다. 국내 팹리스 업체들은 수 자체도 너무 적을 뿐더러, 선진국에 밀려 매출이 형편없었다.
골칫거리로 전락한 동부하이텍은 동부그룹 내부에서 정리대상 1순위였다. 그러나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3000억 원에 달하는 사재를 출연할 정도로 동부하이텍에 애정을 쏟았다. 가능성을 택한 셈이다. 여러 번의 매각 위기를 딛고 동부하이텍은 여전히 동부그룹에 남아있다.
김 회장의 예상은 적중했다. 동부하이텍은 2014년 첫 흑자전환에 성공한데 이어, 2016년 매출 7731억 원, 영업이익 1724억 원을 달성해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영업 이익률은 22.3%에 달한다.
동부하이텍의 실적 개선에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에 의한 수주 증가가 큰 역할을 했다. 메모리반도체에만 집중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중국은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인공지능(AI) 등을 중심으로 한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정부 차원에서 팹리스 산업을 육성 중이다.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상위 50개 팹리스 업체 중 중국업체가 11곳인 반면, 한국 업체는 단 한 곳에 불과했다. 대규모 공급을 하는 SK하이닉스나 삼성 반도체와 달리 중소 팹리스 업체들에게 맞춤형 공급을 해 주는 동부하이텍의 전략이 통한 것이다.
선전하는 동부하이텍과 달리 동부대우전자는 고전 중이다. 동부대우전자의 영업이익률은 2016년까지 수년째 1%를 밑돌며 정체다. 대부분이 해외실적이어서 국내 실적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다.
한편 SK가스에 인수된 동부발전당진(현재 당진에코파워)은 최근 대선후보들의 석탄화력발전소 관련 공약 이후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 불안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유력 대선후보들이 미세먼지 주범으로 꼽히는 석탄화력발전소를 제한·중단하는 공약을 내건 것이다.
환경단체와 지역사회에서도 강한 반발감을 나타내고 있어서 현재 산업통상자원부에 의해 실시계획을 승인받았지만, 원래의 계획대로 사업이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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