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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 130억 한진해운 투자손실 '보이지 않는 손' 있었나

학생·교수회 총장 사퇴 요구·외압 의혹도…한진그룹 “그룹이 결정할 사안 아냐”

2017.04.27(Thu) 18:03:39

[비즈한국] 인하대학교가 최근 ‘한진해운 투자’와 관련해 시끄럽다. 인하대가 사들인 한진해운 회사채 130억 원이 휴지조각이 될 위기에 빠진 것. 교수와 학생들은 최순자 인하대 총장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하대의 이해할 수 없는 결정에 모기업 한진그룹 측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인하대학교가 대학발전기금으로 사들인 한진해운 회사채 130억 원의 회수 여부가 불투명해지며서 학내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인하대 전경과 먹구름 이미지 합성. 사진=인하대학교 홈페이지


한진해운은 지난 2월 서울중앙지법의 파산선고를 받으면서, 사실상 청산절차를 밟고 있다. 이 불똥이 인하대에 튀었다. 인하대는 대학발전기금을 활용해 2012년 7월과 2015년 6~7월 각각 50억 원과 80억 원, 총 130억 원어치의 한진해운 회사채를 매입했다. 한진해운은 파산선고 후 주요 자산을 대부분 매각해 인하대는 투자금 회수 여부가 불투명하게 됐다.

 

인하대가 한진해운에 투자한 대학발전기금은 동문·학부모·기업들이 낸 기부금이다. 학생복지나 교육시설 확충에 사용되어야 한다. 사립학교법 등에 따르면 대학이 발전기금을 주식·채권 등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다. 문제는 한진해운이 해운업 불황으로 경영악화를 겪는 와중에 투자결정을 했다는 점이다. 인하대가 80억 원의 회사채를 매입한 2015년 6~7월 당시 한진해운 회사채 신용등급은 투자 적격등급 중 가장 낮은 ‘BBB-’였다.

 

회사채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최순자 인하대 총장 등 실무진이 적법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인하대교수회 관계자는 “대학이 채권을 매입하기 위해서는 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종목 선정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한진해운 회사채 매입 시 위원회가 열리지 않았고, 최순자 총장과 사무처장이 전결로 결정했다”며 “보유 회사채에 5% 이상 손실이 발생하면, 학교는 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채권 매도 또는 보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런 절차도 거치지 않아 손실이 커지도록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인하대 학생과 교수·임직원들은 최순자 총장을 성토하기 시작했다. 인하대 교수회,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직원노동조합은 지난 5일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학교발전기금 130억 원을 한진해운 부실채권에 투자해 날린 뒤에도 최 총장은 ‘발전기금을 더 걷어 손실을 보전하겠다’는 식의 무책임한 발언으로 일관했다”며 “무능·독선·​불통·​무책임의 극치를 보여준 최 총장은 4월 30일까지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최순자 인하대 총장이 학생들에 간식을 나눠주는 행사를 진행하는 자리에서 학생들이 최 총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


지난 17일 최 총장은 인하대 교내에서 시험공부 하는 학생들에게 간식을 나눠주는 행사를 진행했는데, 그 자리에서 학생들은 최 총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기도 했다.

 

지난 2월 최순자 총장은 담화문을 통해 “대학 운영을 책임진 총장으로서 인하대 모든 구성원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사과드린다”며 “대학발전기금의 안정적 운용을 위해 원칙을 준수해왔음에도 예상치 못한 한진해운 파산으로 13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해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재정 건실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사과했다.

 

이와 함께 인하대는 한진해운 공모사채 매입이 최순자 총장의 책임 아래 이뤄졌으며, 조양호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정석인하학원과는 무관한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조양호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에 책임론이 번지지 않도록 사전 진화에 나선 모습이었다. 한진그룹 관계자 역시 “한진해운 회사채 매입은 정석인하학교나 조양호 회장이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었고, 총장과 실무진이 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인하대는 학교법인 정석인하학원 소속이다. 정석인하학원의 이사장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고, 아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역시 이사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당시 한진해운은 한진그룹의 계열사였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지난 3월 보도자료를 통해 “인하대가 한진해운 회사채를 매입하는 과정에 모기업인 한진그룹의 직·간접적 외압이 있었던 것이 아닌지 의혹을 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하대가 한진해운 회사채를 누구로부터 매입했는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재계 관계자는 “인하대가 2015년 매입한 채권은 이전에 발행돼 유통되던 것이었다. 이 경우 매입대금은 한진해운이 아닌 전 소유자에게 간다”며 “원래 소유자가 한진그룹 오너 일가나 계열사였다면, 인하대가 이들의 유동성 확보나 손실 보전을 위해 그런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추정해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그룹이나 조양호 회장이 인하대에 외압을 가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일축했다.

 

인하대가 매입한 한진해운 채권의 원주인이 누구였는지는 검찰이나 금융감독원이 조사에 나서면 밝혀질 수 있다. 인천지역 시민단체인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지난 18일 조양호 회장과 최순자 총장, 인하대 전·현직 사무처장 등 4명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인천지검에 고발했다.

 

한편 이러한 한진 오너일가에 대한 비판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경영복귀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언론과 SNS 등을 통해 조현아 전 부사장의 근황이 공개됐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 4월부터 주 1회 서울 동작구 소재의 보육원을 찾아 유아들을 돌보는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땅콩회항’ 사건으로 받은 법적 처벌에서 사회봉사명령이 없었지만, 자발적으로 보육원을 찾았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소식이 전해진 것을 두고 조 전 부사장이 경영 복귀를 위해 여론을 조성하고 시기를 조율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됐다. 앞서 조 전 부사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 전 아버지 조양호 회장, 동생 조원태 사장과 마찬가지로 정석인하학원 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이 경영에서 손을 뗀 뒤 자원봉사를 하고 있었는지는 회사에서도 파악하지 못했다”며 “조 전 부사장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도 나오지 않았다. 경영복귀가 논의된 적도 없다”고 설명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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