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국내 유통업체 중 가장 먼저 중국에 진출한 이마트가 20년 만에 중국 사업을 접기로 했다. 그러나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직격탄을 맞은 롯데는 버티기에 들어가는 대조적인 양상을 보인다.
이마트는 25일 언론 등을 통해 “지난 2011년부터 중국 사업 구조조정을 진행해 현재 6개 매장만 남은 상태다. 중국사업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며 “이번 달 임대 계약이 종료된 상하이 라오시먼점을 폐점했으며, 남아있는 6개 점포도 연내 폐점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지난 1997년 상하이에 1호점을 오픈한 이마트는 이후 중국 내 매장을 27개까지 늘리며 사업 확장에 나섰다. 하지만 중국 유통업계의 배타적 문화와 높은 점포 임차료 부담, 중국 경기 둔화 등으로 2011년부터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최근엔 중국의 사드 보복 사태까지 겹치면서 경영 환경이 더욱 어려워졌다.
중국 유통업에 진출한 다른 외국계 기업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중국상업부동산연구센터(RET)에 따르면 최근 문을 닫은 백화점 중 외자 백화점 비중은 57.89%로 로컬 백화점 42.11%를 상회했다.
일본 편의점 브랜드인 세븐일레븐 중국 법인의 지분 25%를 소유한 왕푸징 백화점의 경우 2014년 세븐일레븐 지분으로 295만 1000위안의 손실을 입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자 상거래 발전으로 인한 유통채널 다양화로 소비자가 분산된 것이 주된 원인으로 관측된다.
이 때문에 이마트의 중국 시장 철수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및 대만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는 중국 할인점 시장에서 후발주자의 약점(입지 상품조달 등) 극복이 향후에도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이마트가 선택과 집중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주 연구원은 “이마트는 국내외에서 모두 내실경영을 진행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는 부실 점포(울산 학성점) 폐점 및 비효율 자산 처분(하남점 잔여부지, 평택 소사벌 부지 매각)을 통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10개 정도로 추산되는 부실점포들의 폐점 혹은 업태 전환이 완료될 경우 할인점 사업부문의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반면 사드 부지를 제공하면서 사드 보복의 최대 피해자인 롯데마트는 중국 사업의 뜻을 버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중국 사드 보복에 따른 지난 3월 그룹 전체 손실 규모는 2500억여 원이다. 또 중국 롯데마트 99개 중 87개가 중국 당국의 강제 영업정지, 불매 운동 등에 따른 자율휴업 등으로 문을 닫고 있다. 이로 인한 한 달 매출 손실액은 1000억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게다가 사드 보복과 별도로 롯데마트는 2008년부터, 롯데백화점은 2011년부터 중국에 진출했지만 흑자를 내지 못하며 현지 시장에 안착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는 중국에서 한 해 수천억 원대 적자를 내는데 이번 사드 보복으로 영업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이니 매우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불매 운동과 규제 기간이 길어지면 더 버티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며 롯데의 중국 철수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롯데 관계자는 “중국시장을 잡지 않고서는 향후 글로벌 무대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신동빈 회장의 뜻이 확고하다. 중국 롯데마트에서 근무하는 직원 99%가 현지인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자국민 위주의 정책을 펼치는 중국 당국의 롯데에 대한 제재가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반박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대형 마트(쇼핑몰)가 중국인들의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2%에 불과해 미국의 9.6%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이라며 “따라서 중국에서 대형 마트는 다른 유통 업종에 비해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롯데는 이런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구경모 영남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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