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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나들이] '바람' 몰고오는 매혹적인 봄꽃, 명자나무

명자나무 (장미과, 학명 Chaenomeles lagenaria (Loisel) Koidz.)

2017.04.26(Wed) 09:57:10

선연한 붉은 빛이 초록 이파리와 대비되어 더욱 화사한 명자나무 꽃.


[비즈한국] 화려하고 밝은 명자나무 꽃이 초록 이파리 속에 활짝 피어났다. 선연한 붉은 빛이 더욱 도드라진다. 명자나무가 푸른 새 이파리와 함께 꽃을 피우니 이제 완연한 봄이 시작되는가 보다. 명자나무 꽃은 봄소식을 알리는 봄의 전령은 아니다. 하지만 봄꽃 중 화려하고 깜찍하고 앙증맞게 고운 꽃을 꼽을 때 둘째 가라면 섭섭해할 꽃이다.

 

봄의 전령사 노릇을 하는 매화, 복수초, 영춘화 등 이른 봄꽃은 잔설이 채 가시지 않은 황량한 산과 들에 일찍 꽃을 피워 새 봄이 왔음을 알린다. 찬바람 파고드는 3월이 지나고 4월이 되었다. 봄날의 대표적인 꽃들이 다투어 피어난다. 개나리, 진달래, 벚꽃 등이 산과 들을 꽃 벌판으로 꾸민다. 

 

최근 들어 기후변화에 따른 온난화 현상으로 개나리, 진달래, 벚꽃 등이 그 순서를 잃은 것 같다. 한꺼번에 피어나는 탓에 봄꽃이 피어나는 춘서(春序)가 실종한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래도 봄꽃이 피어나는 순서가 어렴풋이나마 지켜지고 있다. 잎보다 먼저 꽃이 피는 개나리, 벚꽃이 지고 나면 앙상하고 메마른 나뭇가지에 새 이파리가 자라기 시작하면서 등나무, 라일락 등이 초록 이파리와 함께 꽃을 피운다. 이 무렵에 피어나는 화려한 꽃 중의 하나가 명자나무 꽃이다. 

 

명자나무는 명자꽃, 산당화, 풀명자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명자나무는 중국 원산으로 오랫동안 관상용으로 심었다. 혹자는 화투 그림에 나오는 2월의 매조 꽃이라고도 하지만 이런 꽃 이름은 없다. 명자나무 꽃은 4월부터 5월까지 비교적 오랫동안 피는데 흰색, 분홍색, 빨간색의 꽃이 있다. 빨강 꽃과 푸른 잎이 조화를 이루어 숨은 듯 드러나는 화려한 꽃이 매우 아름답고, 향기 또한 은은하여 보는 이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꽃이다. 화단의 가장자리나 화분에 심어 가까이 두면 봄의 정취를 물씬 풍기는 화사한 꽃에 마음이 사로잡힌다. 

 

꽃이 너무 아름답고 매혹적이라서 이 꽃을 보면 집의 아녀자가 봄바람이 난다고 하여 예전에는 집 안에 심지 못하게 하였다고 한다. 또 사대부 집안 도련님의 서재 앞에도 화사한 꽃에 마음이 산란해져 글공부에 지장을 줄까 봐 심지 않았다. 그만큼 명자나무 꽃은 사람 마음을 미혹할 만큼 매혹적인 꽃으로 여겼다.

 

명자나무는 가리는 곳 없이 잘 자라, 도심의 화단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대기 오염에 내성도 강하고 특별히 건조한 곳을 제외하고는 어디서나 잘 자라 공원의 생울타리나 도시 아파트의 화단에 많이 심는다. 그래서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꽃이다. 또 맹아력이 강하고 수형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가 있어서 분재로 많이 가꾸기도 한다. 

 

잎은 어긋나고 타원형이며 양 끝이 좁아지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높이는 1~2m 내외에 달하고 가지 끝이 가시로 변한 것도 있다. 꽃이 지고 나서 여름에 열리는 푸른 열매가 탐스럽다. 가을에 누렇게 익은 모과 모양의 과실이 아름답고 향기가 좋아 과실주를 담그기도 한다. 

 

명자나무는 중국 원산 산당화와 일본 원산 풀명자를 통칭한 이름이다. 언제부터인가 이 둘을 명자나무로 통칭하여 불러 왔는데 둘은 서로 다른 종이다. 나무 높이, 잎, 열매가 차이가 있으며 꽃 색깔도 다르다. 중국 원산 산당화는 키가 2m 내외로 크고 잎 끝이 뾰족하며 열매에 주름이 있고 꽃이 붉은색, 흰색, 분홍색으로 핀다. 반면에 일본 원산 풀명자는 높이가 1m 내외로 땅바닥에 넓게 퍼져 자라며 잎끝이 둔탁한 도란형이다. 열매가 훨씬 작고 주름이 없이 매끈하며 꽃도 붉은색뿐이다.

 

우리나라 남부지방에 풀명자가 자생한다고 일본 나카이 다케노신(中井猛之進) 교수가 발표한 바 있어 풀명자를 우리 자생식물로 분류하고 있지만, 아직 확실한 자생 군락지가 발견된 곳은 없는 실정이며 국제적으로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한다. 더구나 요즈음 우리 주변에 있는 산당화나 풀명자는 대부분 원예종이다. 또 산당화와 풀명자의 교잡에 의한 수백여 종의 원예종들이 보급되어 주변에서 만나는 것들 모두를 원예종 명자나무라 보면 무리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 보급된 장수매, 동양금, 고근금이나 흑광 같은 명자나무가 모두 원예종으로 개발한 품종 이름이다.

 

명자꽃 

 

이쁜 것도 죄라면 무기징역감.

벙그는 꽃망울에 가슴 부풀고

화사하게 열린 꽃 판에 마음 홀린다.

눈 감아도 활활 타오르는 네 모습

마른 가슴에 봄 불 지핀 네 죄를 알렸다?

박대문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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