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다. 2주에 한 번, 소주 두 잔 정도 먹으면 많이 마시는 수준이다. 술로 유명한 학교를 졸업해서 그런지, 술자리에서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하면 이상한 눈초리로 본다. 기호식품인 술을 기호에 따라 마시지 않을 뿐인데, 건강 또는 종교의 이유만이 술을 마시지 않는 것에 대한 면피가 되는 듯하다. 아프지도 않고, 종교도 없는 사람이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하면 외계인 보듯 한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술 때문에 연간 10조 원의 비용이 든다. 어떻게 해야 이걸 줄일 수 있을까. 일단 “술은 어른에게서 배워야 한다”는 이야기부터 집어치우자. 지금의 나쁜 술문화를 만든 사람들이 어른들이다. 술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선 문화의 재생산 및 수리가 아닌 아예 새로운 문화가 필요하다.
“술을 잘 먹는다”라는 문장의 개념을 바꾸어야 한다. 주량으로 잘 마신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남에게 피해주지 않으면서 스스로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마시는 것을 잘 마신다라고 지칭해야 한다. 본인이 제 발로 걸어가거나 택시 안에서 혼절하지 않을 때까지만 마시자.
지난 몇 년 새 술 생산과 소비에 질적 변화가 일어났다. 하지만 술 문화는 여전히 전근대적이다. 적폐청산이라는 단어가 유행이다. “술을 잘 먹는다”라는 말이 뜻하는 전근대적 술 문화야말로 적폐다. 일상의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시대의 문제를 바꿀 수 있을까. 전근대적 술 문화를 바꾸어야만 한다.
구현모 알트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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