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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G6가 '선점효과 오류'에 빠진 까닭

포화된 스마트폰 시장에선 선점보다는 '신상'이 효과적…색깔 있는 2등 전략 아쉬워

2017.04.24(Mon) 18:09:48

[비즈한국] 2017년 상반기 스마트폰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흥미롭다. 지난해 초유의 ‘갤럭시 노트7’ 전량 리콜 사건을 겪은 삼성전자와 ‘G5’​ 흥행 부진을 만회해야 하는 LG전자. 그리고 이례적으로 뒤늦게 레드 색상을 추가하며 ‘고춧가루’를 뿌린 애플이 격돌했다. 현재까지는 삼성전자의 ‘​갤럭시S8’​의 완승 분위기다.

 

차별화된 엣지 디스플레이 디자인과 현존 최고 성능을 자랑하는 갤럭시S8의 흥행은 어느 정도 예견된 상황. 앞서 갤럭시 노트7도 배터리 사고 전까지 역대급 돌풍을 일으킨 제품이다. 갤럭시 노트7에 대한 기대감은 그대로 갤럭시S8으로 이어졌다. 배터리 폭발에 따른 불안감은 아직까지 찾아보기 어렵다.

 

반면 LG전자 ‘G6’​는 당초 높은 기대감에 비해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두고 있다. 갤럭시S8 출시 이후 ‘19만 원 폰’​이라는 오명도 썼다. 판매가 부진하자 막대한 장려금이 투입됐고, 결국 19만 원에 샀다는 후기가 올라오면서 생긴 별명이다. 출시 한 달 만에 중고 거래 가격도 새 제품 대비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당초 G6에 기대를 받은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확 달라진 디자인, 충실한 기본기, 조기 출시에 따른 ‘선점효과’​다. 제품 방향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평가. 문제는 스마트폰 시장에 더 이상 선점효과는 없다는 사실을 간과한 데서 발생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선점효과가 통하지 않는 스마트폰 업계에서 LG전자 G6는 한 달 빠른 출시가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다. 사진=LG모바일 인스타그램


선점효과는 시장에 새로운 카테고리의 제품을 먼저 출시함으로써 손쉽게 큰 폭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마케팅 전략을 말한다. 소비자들은 선점된 제품에 익숙해짐으로써, 더욱 개선된 후속 제품이 나와도 이를 외면하는 행태를 보인다.

 

특히 IT업계에서는 이러한 선점효과가 후발 주자를 아예 진입할 수 없도록 만드는 ‘승자독식’ 구조를 만들었다. 단순히 하나의 서비스나 제품을 내놓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생태계를 함께 만들어나가기 때문이다. 혁신적인 차별화 없이는 후발 주자는 제대로 된 경쟁조차 못해보고 백기를 들게 된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PC용 운영체제 ‘윈도우’다. 윈도우는 불편한 인터페이스와 불안정성으로 악명이 높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이를 대체할 PC 운영체제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경쟁자가 아예 나오지 않도록 했기 때문이다.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등 오피스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다른 확장자가 끼어들 틈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스마트폰은 이미 선점효과를 논할 수 있는 단계를 지난 제품군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경쟁자들도 많아져 애플조차 이제 선점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만큼 전 세계 시장 자체가 포화 상태이며, 선진 시장에서는 성장이 둔화세에 접어들었다. 우리나라는 말할 것도 없다.

 

올해 상반기 스마트폰을 새로 구매한 사람 중 기존에 스마트폰을 갖고 있지 않은 비율은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서 스마트폰 보급대수는 인구 수를 훌쩍 넘은 지 오래다. 당장 스마트폰이 필요해서 바꿔야 할 사람은 별로 없다. 한 달 후에 또 다른 스마트폰이 나온다는 사실을 안다면 얼마든지 기다렸다가 신중하게 사도 늦지 않다.

 

따라서 후발주자가 노려야 하는 것은 선점효과​가 아니라 ‘신상효과’라고 한다. 기술 변화가 빠른 IT기기 특성상 제품이 더욱 진보된 제품으로 보이도록 출시 시기를 일부러 늦추는 전략이다. 

 

하반기에는 애플이 1년에 한번 새로운 아이폰을 발표한다.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9월 중순에 발표하고 2주 후 미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 단계적으로 출시한다. 삼성전자 역시 아이폰에 대항하기 위해 새 갤럭시 노트 시리즈를 선보인다.

 

흥미로운 부분은 출시일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4를 출시할 때까지 줄곧 애플 아이폰보다 1~2주일 출시일을 늦게 정했다. 애플이 대화면 스마트폰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아이폰6 플러스’를 내놓은 이듬해서야 조기 출시를 결단했다. 여기에는 갤럭시 노트 시리즈에 대한 선호 구매층이 굳건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삼성전자조차 애플보다 먼저 스마트폰을 출시하는데 5년을 기다린 셈이다.

 

물론 LG G6의 부진을 단순히 출시 시기 문제로만 단정할 수는 없다. 구형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스냅드래곤 821 탑재 문제는 물론, LG 스마트폰에 대한 해묵은 불신도 G6 판매 부진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그럼에도 스마트폰 분야에서 먼저 카드를 내미는 것은 후발주자가 결코 해서는 안 되는 전략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IT업계 마케팅 관계자는 “가령 갤럭시S8이 붉은 액정 논란을 겪을 때, LG전자가 G6를 뒤따라 출시하며 특유의 디스플레이 품질을 강조하는 마케팅을 펼쳤더라면 어땠을까 싶다”며 “​차라리 현실을 인정하고 신제품 출시를 한 해 거르는 한이 있더라도 완성도 높고 차별화 된 제품을 만든다는 인상을 주는 것도 묘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자동차 레이싱에서는 앞서가는 자동차 바로 뒤에 따라가면서 공기압력을 덜 받아 동력을 아끼는 ‘슬립스트림’이라는 주행 기술이 있다”​며 “​​지금 LG전자에게 필요한 것은 색깔 있는 2등 전략”​이라고 밝혔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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