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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응원 프로젝트 vol. 2] ‘내 마음의 무릉도원’ 임보영

2017.04.24(Mon) 11:28:25


[비즈한국] 예나 지금이나 현실에 사는 많은 이들은 이상향을 꿈꾼다. 그 꿈은 모두 다를 것이다. 그런 꿈의 상징이 무릉도원 혹은 유토피아다. 유토피아는 예술가들에게 매력적인 주제다. 그래서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꽤 많은 작품이 탄생했고, 지금도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다.

 

우리 회화 중에도 유토피아를 주제 삼은 걸작이 있다. 560여 년 전 안견이 그린 ‘몽유도원도’다. 조선 회화사 첫 장을 장식할 만한 작품이지만 우리가 품지 못하고 일본 수중(일본 텐리대 소장)에 있다는 안타까운 사연을 지녔다.

 

안견은 후원자였던 안평대군으로부터 자신이 꾼 꿈 내용을 그려달라는 부탁으로 3일 만에 완성한 그림이다. 어떤 꿈이었을까. 기록에 의하면 이렇다. 안평대군이 벗들과 어울려 복숭아꽃이 떠내려 오는 물길을 거슬러 오르니 험한 산과 구릉이 이어졌다.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고산준령을 넘으니 복숭아꽃이 만발한 아늑한 동네가 나타났다. 무릉도원이었다. 안평대군이 꿈꿨던 무릉도원은 어디였을까. 세종의 셋째 아들로 태어나 형 수양대군(세조)과 대립하다 희생당한 비운의 왕자. 풍류로 가렸던 정치적 야심이 그것은 아니었을까.

 

숨겨진 숲: 130.3X162.2cm, 장지에 채색, 2016년.



임보영이 그리는 것도 무릉도원이다. 작가가 생각한 이상향은 어디일까.

 

그는 구름 사이로 보이는 다채로운 꽃밭, 그 사이사이에 익숙한 건물과 가로등이 늘어서 있고 그 너머에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황금색 천체가 둥실 떠오르는 풍경을 그린다. 언뜻 보면 화려한 꽃밭이 있는 공원의 산책로에서 마주친 만월을 그린 것처럼 보인다. 그런가 하면 꽃밭이 만든 포물선의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무수히 많은 새떼가 하늘을 가득 메우기도 한다. 분명 우리 주변에서 마주칠 법한 풍경인데도 묘한 환상성이 묻어나온다. 왜 그럴까.

 

화려하고 장식적인 꽃밭, 그 속에 한가로이 풀을 뜯는 야생 동물과 신화에 나오는 유니콘 그리고 이것과는 다소 어긋나 보이는 낡은 건물이 하나의 풍경으로 연출돼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특별한 풍경 이미지로 다가온다. 작가는 이처럼 어색해 보이는 풍경으로 현대 물질문명의 질서에 길들여진 우리에게 유토피아 혹은 무릉도원의 의미를 묻고 있는 것이다.

 

달: 37.9x45.5, 장지에 채색, 2013년.


 

과연 현대인에게 무릉도원은 어떤 모습일까. 물론 사람마다 마음에 품은 이상향 다르겠지만, 임보영은 동양적 세계관으로 자신이 꿈꾸는 무릉도원을 보여준다. 자연의 질서 속에 공생하는 삶의 모습이 바로 무릉도원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인간이 만들어낸 물질문명도 자연의 흐름에 비하면 한순간에 불과하며, 장구한 시간 속에서 언젠가는 마모되어 자연의 일부로 돌아간다는 진리를 장식적 환상 풍경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곳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일상 속에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마주치는 생활의 다양한 사건과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무릉도원은 발견할 수 있을 게다. 천국이 마음속에 있듯이.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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