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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추가지원, 정부·산은 구조조정·시장 원칙 훼손 논란

열쇠 쥔 국민연금, 국민 노후자금 손실 무릅쓰고 채무재조정 동의

2017.04.19(Wed) 21:46:30

[비즈한국] 대우조선해양이 채무재조정에 성공하면서 정상화 기반을 구축했지만 이 과정에서 정부와 산업은행의 기업 구조조정 및 자본시장 원칙을 훼손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추가지원 가결의 열쇠를 쥔 국민연금이 국민 노후자금에 대한 손실 논란을 무릅쓰고 채무재조정에 동의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서울 중구 대우조선해양 건물. 사진=박정훈 기자

 

대우조선과 관련한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한계 대기업의 국책은행 인수 후 관리 실패에 따른 대규모 혈세 지원이란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는 외환위기 후 옛 대우그룹이 해체되자 지난 2000년 산은을 통해 공적자금을 투입해 대우조선을 소유해 왔다. 

 

대우조선의 부실한 경영 상태는 2015년 7월 총 5조 원대 분식회계 사실이 드러나면서부터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전까지 정부와 산은은 이러한 사실을 눈치조차 채지 못했다. 분식회계 후 정정된 대우조선의 연결재무제표를 보면 이 회사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영업 손실을 기록했고 이 기간 누적 영업 손실 규모만 5조 원에 육박하고 있다. 조선업 불황으로 주가 역시 폭락하면서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9월부터 1년간 대우조선 주식의 매매를 정지한 상태다. 

 

이런 연유로 정부는 대우조선에 대해 2015년 10월, 지난해 11월, 그리고 올해 3월 등 세 번에 걸쳐 13조 원에 육박하는 자금 지원책을 마련했다. 이 가운데 투입되는 혈세 규모만 7조 1000억 원에 달한다. 정부는 앞서 두 번의 지원 결정에서 “더 이상의 추가 지원은 없다”고 강변했지만 번번이 입장을 뒤집었다. 정부는 지난 3월 23일 채권 금융기관, 사채권자 등의 채무재조정을 통한 2조 9000억 원 규모의 출자전환(빚을 주식으로 전환)을 전제로 대우조선에 2조 9000억 원 규모의 신규자금을 투입하는 지원 방안을 확정했다. 

 

대우 조선의 주식매매가 정지된 현재 출자전환은 채권자에게 매우 불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출자전환을 통해 보유하게 된 주식은 만일 대우조선 청산 시 그대로 휴지조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채권자들에게 고통분담에 동의하지 않으면 공적자금을 투입하지 않겠다며 엄포를 놓았다. 

 

최종 난관으로 꼽혔던 17일과 18일 열린 사채권자집회에서 정부의 채무재조정 방안이 통과하면서 5월 대우조선에 대한 혈세 투입이 가능하게 됐다(관련기사 대우조선, 국민연금 입장 선회에도 사채권자 집회 회생 고비). 사채권자집회 통과는 전체 1조 3500억 원에 달하는 대우조선 회사채 중 약 30%를 보유한 최대 사채권자인 국민연금의 막판 동의가 결정적이었다. 

 

정부와 산은은 국민연금을 비롯한 사채권자들이 채무재조정에 막판까지 반대 입장을 고수하자 “회사채 원리금을 보장한다”는 내용의 이행확약서를 제출했다. 산은이 별도의 계좌에 1000억 원을 예치해 대우조선이 청산한다고 해도 회사채 투자자들에게 최소한 1000억 원의 상환을 보장한다는 내용이다.

 

이로 인해 정부와 산은이 자본시장의 근본 원칙을 훼손하면서까지 대우조선 지원에 나섰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식은 물론 회사채 투자에 대해선 투자자가 그 위험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진다는 게 자본시장의 원칙이다”며 “정부와 산은은 투자자에게 사실상 지급보증이라고 할 수 있는 이행확약서를 제출했다는데 이는 자본시장 원칙을 위배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번 사안과 유사한 사례가 발생할 때 정부가 어떠한 입장을 취할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정부는 구조조정 방식을 문제 삼아 대우조선에 신규자금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번번이 말을 바꿔왔다”며 “이처럼 원칙 없이 부실기업에 공적자금을 투입한다면 제2의 대우조선이 끊임없이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산은 한 관계자는 “대우조선에 대한 추가지원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회사의 법정관리 돌입과 청산마저 장담할 수 없다는 점에서 취한 어쩔 수 없는 방책이었다”라고 해명했다.  

 

국민연금은 유사시 투자액에 대한 최소한의 금액만을 보장받는 조건으로 국민 노후자금의 손실을 무릅쓰고 이번 채무재조정에 동의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대우조선의 앞날이 정부 구상처럼 밝지 못하다면 결국 국민연금 가입자인 국민들이 그 손실을 떠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대우조선의 핵심 사업 분야였던 해양플랜트 부실로 신용등급이 떨어지던 2014년과 2015년 회사채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사진=대우조선해양 홈페이지

 

한편, 대우조선과 관련한 주요 결정을 놓고 대통령 탄핵과 5월 대선을 앞두고 무너진 정부 컨트롤타워의 문제마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지난 3월 23일 관계 장관회의 직후 구조조정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는 대우조선이 도산할 경우 사회·경제적 손실 규모가 최대 59조 원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이로 인해 금융위가 대우조선 추가 지원을 위해 ‘공포 마케팅’을 펼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조선업종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불과 이틀 후 대우조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도 17조 6000억 원 손실에 그친다고 분석했다. 

 

두 주무부처의 엇갈린 손실액 산출은 시장에 막대한 혼란을 야기했다. 금융위는 현재 대우조선이 건조하는 선박을 발주처에 하나도 인도하지 못하고 고철이 될 경우를 가정해 추정한 결과였다. 반면 산업부는 대우조선이 수주한 선박까지 모두 건조를 마쳐 발주처에 인도될 경우를 가정했다. 결국 두 부처는 시장에 혼선이 제기되자 부랴부랴 해명에 나서야 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관계 부처 내에선 대우조선처럼 도산 시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이 큰 대기업의 경우 급한 대로 자금 지원을 통해 일단 연명시켜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5월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기업구조정의 세밀한 각론에 대해선 차기 정부로 넘기자는 시각이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대우조선의 회생 또는 청산은 올바른 새로운 컨트롤타워를 구성해 정확한 실사보고서를 만든 후 그 결과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며 “대우조선을 둘러싼 변칙과 부패 등 과거의 문제점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엄정한 책임 추궁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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