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국민연금이 대우조선해양 채무조정안을 수용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하면서 시장의 관심은 17일과 18일 열리는 사채권자 집회로 쏠린다. 모두 5차례 열리는 사채권자 집회에서 단 한 차례만 부결된다 해도 대우조선은 초단기 법정관리인 ‘P플랜(사전회생계획)’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앞서 시중은행과 사채권자들이 손실분담 원칙에 따라 채무조정안에 합의하면 채권단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대우조선에 2조 9000억 원의 신규자금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우조선 회생 전제조건이었던 노동조합과 시중은행 등 12개 채권금융기관은 채무조정안에 동의했다. 남은 것은 국민연금을 비롯한 사채권자들의 채무조정안 수용 여부다.
국민연금 측은 14일 “채무조정안에 대해 산업은행과 상호 간 협의점을 찾았다. 산은과 실무진 협상을 통해 사채권자집회 전에 투자위원회를 열고 채무조정안에 대한 수용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이 지난 11일 “현 상태에서 채무조정안을 받아들이면 국민 노후자금의 손실을 감내하는 선택이 될 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밝힌 것과 확연히 달라진 입장 변화다. 국민연금은 대우조선이 수년간 수조 원대 분식회계를 저질러 채권자와 투자자를 속였고 채무조정안을 따른다 해도 회생 가능성을 의문시 해왔다.
산은의 당근 제시가 국민연금의 입장 변화를 이끌어 낸 것으로 분석된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 13일 강면욱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과 만나 “국민연금이 당초 채무 재조정 방안에 따라 채권 50%를 출자전환 해주고 나머지 50%는 만기를 3년 연장해 주면 만기연장분의 상환을 100% 약속한다”는 협상안을 제시했다. 채무조정안에 대한 사채권자의 동의를 이끌어 내려면 대우조선 회사채 1조 3500억 원어치 중 약 30%에 달하는 3900억 원어치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동의가 절대적이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채권자들에게도 동일한 혜택 제공은 불가피할 전정이다. 국민연금 외에도 우정사업본부(1600억 원), 사학연금(1000억 원), 신협(900억 원), 수협(600억 원), 중기중앙회(400억 원), 한국증권금융(200억 원)이 회사채를 보유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도 1300억 원어치를 갖고 있다.
사채권자 집회는 17일 3차례, 18일 2차례 열린다. 사채권자 집회에는 법원에 자신이 가진 사채권을 공탁한 이들만 참여할 수 있다. 5차례 사채권 집회는 모두 총 발행액 3분의 1 이상의 공탁 조건이 충족돼야 열릴 수 있다. 대우조선은 각 집회에 참여 공탁액 중 3분의 2 이상 채권자 동의를 얻어야 채무조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단 한 번의 집회라도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대우조선은 곧바로 P플랜에 들어간다.
P플랜이란 법원이 강제로 대우조선해양의 빚을 조정해주고 산은과 수은이 기업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분담해 지원하는 방안이다. 산은 등에 따르면 P플랜 시 금융권의 대우조선 전체 채권액 7조 7362억 원 중 4조 3815억 원의 손실이 발생하지만 채무조정안에 들어가면 손실 규모는 3조 1478억 원으로 줄어든다.
어떻게 하든 천문학적 손실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P플랜에 들어가게 되면 금융 손실 외에도 선주들의 선박 발주 취소가 이어져 대우조선과 협력사들의 줄도산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러한 연유로 더 큰 손실을 막아보자는 차원에서 정부는 채무조정안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회사채 채무조정안과 별도로 2000억 원 규모의 CP(기업어음) 채권자들의 채무조정안 동의는 사채권자 집회 이후에 다뤄질 예정이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채권자들이 조선업과 지역경제를 위해 큰 양보를 해주기를 바란다. 추가지원을 받게 되면 전사적인 노력을 통해 회생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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