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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곤증의 계절, 나른한 오후 직장인들을 위한 ‘꿀잠팁’

점심시간 이용 50분 패키지 인기…영화 대신 수면 티켓 파는 극장도

2017.04.13(Thu) 10:11:35

춘곤증에 힘겨워하는 직장인들에게는 밥보다 휴식이 더 필요하다.   그래픽=이세윤 디자이너

 

[비즈한국] 직장인들에게 ‘나인 투 식스(오전 9시~오후 6시)’는 옛말이 됐다. 모바일 기기의 발달로 퇴근 후에도 업무는 끝나지 않는다. SNS를 하느라, 게임을 하느라, 야구중계 하이라이트를 보느라, 드라마 재방송을 보느라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자정을 훌쩍 넘기기 마련이다. 첨단기술이 발달할수록 잠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런 직장인들을 위해 휴식과 수면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인기다. 잠 쏟아지는 오후 사우나를 떠올린다면 당신은 ‘아재’다. 요즘 직장인들은 수면카페, 멀티플렉스, 안마의자 체험관으로 향한다.  

 

1. 달콤한 안마와 휴식, 그리고 허브티…수면카페

 

3년 전 서울 종로구 계동에 ‘낮잠(Nazzzam)’이라는 이름의 카페가 문을 열었다. 낮잠은 스페인의 시에스타(낮잠) 문화에 착안해 해먹에서 낮잠을 잘 수 있도록 꾸민 수면카페로, ‘고단한 직장인들의 오아시스’로 주목받았다. 이후 회사가 밀집해 있는 서울 도심가를 중심으로 안마의자, 빈백, 싱글침대 등을 콘셉트로 내세운 수면카페가 우후죽순 생겨났고, 현재 50여 개의 수면카페가 성업 중이다. 최근에는 프랜차이즈 수면카페 브랜드가 등장했고, 지방에도 하나둘씩 수면카페가 문을 열고 있다. 

 

K 다방에서는 안마의자 체험으로 수면을 취할 수 있고 다양한 허브티도 맛볼 수 있다. 사진=K 다방 잠실본점 제공

경기도 분당에서 포목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유영규 씨(36)는 지난 10일 ‘K 다방’을 찾았다. 이른 아침부터 거래처를 돌아다니느라 피곤한 나머지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였다. ‘○잠코스’(안마의자 50분+블렌딩허브티)를 선택한 유 씨는 50분간 수면모드 안마의자를 체험하며 낮잠을 청한 후 ‘편안하차’(캐모마일, 라벤더, 루이보스 블렌딩 허브차)를 마셨다. 

 

유 씨는 “사우나에 가려다가 발길을 돌려 수면카페로 왔다. 사우나는 너무 시끄럽거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잠자게 된다. 한두 시간의 짧은 휴식을 취하기에 수면카페만한 곳이 없는 것 같다”며 “안마의자 체험으로 찌뿌드드한 몸의 피로까지 풀려 너무 상쾌하다. 서울 거래처를 방문할 때마다 찾게 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문규 K 다방 잠실본점 사장은 “춘곤증의 계절이라 그런지 손님이 부쩍 늘었다”며 “점심시간과 야간에는 사무직, 오후 6시 이전에는 외근직 직장인들이 주로 방문한다. 주말에는 데이트를 하다가 지친 커플들이 많이 온다”고 설명했다. 

 

2. 영화관은 직장인을 위한 최적의 낮잠 장소

 

멀티플렉스 ​C 영화관 여의도점​은 점심시간 동안 프리미엄관을 낮잠 장소로 제공하는 ‘시에스타(Siesta)’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지난해 3~10월 운영되다 잠정 중단된 이후, 재개 요청 문의가 높아지자 최근 다시 선보인 서비스다. 

 

C 영화관 여의도점이 시에스타 서비스를 재개했다. 직장인들은 180도까지 각도 조절이 가능한 프리미엄 리클라이너시트에서 편안하게 누워 낮잠을 잘 수 있다. 사진=C 영화관 제공

평일(금요일 제외)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90분 동안 180도까지 각도 조절이 가능한 프리미엄 리클라이너시트에서 성인(19세 이상)이라면 누구나 낮잠을 잘 수 있다. 어두운 조명과 잔잔한 음악, 적정한 실내 온도로 최적의 환경에서 충분한 수면을 취할 수 있도록 배려했으며, 옆 사람의 수면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1인당 두 좌석을 쓴다. 

 

좌석 대여를 포함해 음료, 담요, 슬리퍼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용료는 1만 원이다. 최대 수용객은 48명이며, 카드 및 통신사 할인은 제한적으로 적용된다. 현장 발권을 통해서만 시에스타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여의도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이찬호 씨(33)는 “춘곤증이 찾아오면 밥보다 잠이 우선”이라며 “C 영화관이 시에스타 서비스를 재개했다고 하여 조만간 이용해볼 계획이다. 침대만큼이나 편안한 리클라이너시트에서 꿀잠을 잘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C 영화관 관계자는 “시에스타 서비스를 통해 직장인들이 충분한 휴식을 취함으로써 업무 효율도 높아질 것”이라며 “인천점, 상암점, 영등포점에는 각종 스포츠 게임 콘텐츠가 마련돼 있다. 직장 동료와 함께 스포츠 게임을 하면서 춘곤증을 이겨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3. 안마의자 전시장 무료 체험


안마는 피로 회복과 숙면,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한 B 안마의자 브랜드가 누구나 체험할 수 있도록 전국 직영점 및 백화점에 129개 전시장을 오픈했다. 이에 춘곤증으로 피로 회복을 호소하는 직장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B 사 안마의자 전시장 풍경. 이 업체 전시장에서는 누구라도 안마의자를 무료로 체험해볼 수 있다.

서울의 한 백화점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하고 있는 이재순 씨(여·42·가명)는 점심시간을 활용해 안마의자 전시장을 종종 찾는다. 최근 전시장 매니저와 친분을 쌓아 눈치 보지 않고 안마의자를 체험할 수 있어 방문 횟수도 늘었다고 한다. 

 

이 씨는 “근무시간 내내 서 있어야 하기에 다리의 피로가 상당한 편”이라며 “간단히 점심식사를 한 후 30분간 안마의자를 체험하면 피로가 풀리고 식곤증도 사라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마의자 업체로선 이 씨 같은 ‘​단골’​이 그리 달갑지 않은 눈치다. B 안마의자 업체 관계자는 “전시장은 안마의자 구매 및 렌탈 희망자를 위해 마련된 곳”이라며 “너무 자주 찾아오면 영업 활동에 방해가 될 수 있으니 되도록 방문을 자제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 

유시혁 기자

evernuri@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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