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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자회사끼리…현대상선-대우조선 ‘셀프 수주’ 논란

‘시장원리 거스른 관치’ ‘왜 진작 못했나’ 찬반 양측에서 산업은행 비난

2017.04.13(Thu) 05:01:13

[비즈한국] 대우조선해양이 현대상선 발주 초대형유조선 10척(최대) 수주를 따냈다. 그런데 두 회사는 모두 KDB산업은행의 관리 하에 있다. 또한 대규모 정부지원금이 투입됐다. 이에 위기의 대우조선해양을 구하기 위한 ‘셀프 수주’가 아니냐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해운업이 흔들리기 전 이 정책이 왜 미리 진행되지 않았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지난 7일 대우조선해양은 현대상선과 초대형유조선(VLCC)에 대한 본계약 전 건조의향서(LOI)를 체결했다. 건조의향서에 따르면 5척을 우선 발주하고 최대 5척을 추가로 발주할 수 있는 옵션이 포함됐다. 대우조선해양이 현대상선으로부터 최대 10척에 달하는 수주를 받은 것이다.

 

이번 수주는 지난해 10월 정부에서 발표한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조성한 2조 6000억 원 규모의 ‘선박 신조 프로그램’의 첫 프로젝트다. 현대상선은 지난 3월 22일 발주를 위한 입찰제안서 공고를 냈는데, 이번 입찰에는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빅3’가 모두 참여했다.

 

현대상선은 각사 제안서의 여러 조건을 고려해 대우조선해양을 입찰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현대상선 측은 대상선형 이행실적 및 프로젝트 이행능력, 기술 역량, 가격, 운영비용 경쟁요소 등 4가지 기준으로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양사는 계약금액에 대해 아직 협의 중으로, 본계약은 오는 7월 말까지 체결할 예정이다. 국내 해운사가 선박 발주에 나선 것은 2011년 이후 6년 만이다.

 

그런데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는 지분 79%(5183만 4073주)를 보유하고 있는 KDB산업은행이다. 현대상선의 최대주주 역시 산업은행으로, 지분 14.15%(2543만 7461주)를 갖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이 자회사인 현대상선을 앞세워 위기에 빠진 또 다른 자회사 대우조선해양의 지원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산업은행 자회사 간 체결한 일명 ‘셀프 수주’라는 것이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극심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채무 재조정 후 신규 자금 투입 계획을 세웠지만, 이마저도 난항을 겪고 있다. 전체 회사채 중 30%에 육박하는 3887억 원가량을 보유한 국민연금에서 손실을 우려해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 이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은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를 결합한 초단기 법정관리 P플랜(프리패키지드 플랜)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상선도 상황이 좋지 않아 정부가 국민 혈세를 투입했는데, 그 돈으로 대우조선해양 위기 돌파를 위해 사용하고 있다”며 “그렇다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입찰에 참여한 것은 대우조선해양 선정에 명분을 쌓기 위해서밖에 안 되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업계에서는 입찰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대우조선해양이 선정된다는 소문이 돈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산업은행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그렇게 오해할 수 있는데, 산업은행이 셀프 수주를 하려 했으면 수의계약으로 하지 않았겠느냐”며 “공개입찰에서는 산업은행의 의중대로 할 수 없다.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삼성중공업이나 현대중공업에 들러리를 서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조선업계는 이번 현대상선의 선박 입찰과 관련해 말을 아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수주는 공개입찰을 거쳐 선정된 것이니 따로 문제제기를 하거나 할 말은 없다”면서도 “국가정책에 협조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귀띔했다.

 

유창근 현대상선 대표(왼쪽)와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대표(오른쪽)가 초대형유조선 신조 발주를 위한 건조의향서(LOI)에 서명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상선 제공


한편 해운업계에서는 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이 늦은 감이 있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산업 연관성 측면에서 ‘정부가 해운사에 금융지원을 하고, 해운사는 이 자금으로 조선업체에 선박 수주를 넣어 서로 공생하자’는 방안은 2~3년 전부터 나온 주장이다. 당시에는 해운업체와 조선회사의 구조조정 방식에 차이가 있어 대우조선해양과 달리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해운업체들은 정부의 유동성 지원을 받지 못했다. 

 

해운업계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해운업의 중요성을 간과한 면도 있다. 그러다 국내 1위 선사인 한진해운은 무너지고, 2위 현대상선은 산업은행 관리 하에 들어갔다. 물류대란이 현실화된 것이다. 그제야 정부는 해운업의 중요성을 깨닫고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2조 6000억 원을 쏟아 붓는 등 지원을 하고 있다”​며 “​​정부의 산업경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것이다. 정부 대응이 빨랐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산업은행 관계자는 “너무 늦은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지만, 만약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각각 청산절차와 채권단 관리에 들어가기 전인 2015년 정부가 해운업 금융지원 발표를 했으면 어떤 반응이 나왔을까. 아마 언론이나 국민들이 ‘재벌 밀어주기 아니냐’는 등 반발이 만만치 않았을 것”이라며 “정책을 이끄는 입장에서 위기의 징후가 안 보이는데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힘든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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