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박근혜 전 대통령과 그의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구치소 생활이 공개된 이후 자괴감이 든다고 호소하는 고시원족(고시원에 사는 사람들)이 많다. 지난 6일 남부구치소로 이감된 최 씨가 독방에 누우면 발끝이 벽에 닿을 정도로 좁아서 답답함을 호소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불만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서울구치소 10.58㎡(약 3.2평), 최 씨는 서울구치소와 비슷한 규모(6.56㎡, 약 1.9평)의 남부구치소 독방에서 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2평 미만의 고시원의 월세는 40~50만 원, 박 전 대통령과 최 씨가 지내는 독방과 비슷한 2~3평 규모의 고시원방의 월세는 60만~70만 원대다. 지리적 여건, 창문의 방향 및 유무, 샤워실 유무 등에 따라 5만~15만 원의 차이가 발생한다. 서울권 고시원 기준이다.
3년차 세무사 준비생 A 씨(33)는 지난해 2월부터 서울 영등포에 위치한 한 고시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내년 합격을 목표로 외출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는 그는 방에서 1인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3.9㎡(약 1.2평) 방에는 침대, 책상, 샤워실, 냉장고 등이 구비돼 있어 공부, 빨래, 샤워, 숙식, 공부 등이 가능하다. 월세는 40만 원이며, 밥, 김치, 각종 공과금(가스요금, 전기료 등) 등은 월세에 포함돼 있다.
A 씨는 “국정농단의 주범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지만 생활하기에 부족함이 없다”며 “최순실 씨가 답답함을 호소했다는 보도를 보고 자괴감이 들었다. 최 씨 방보다 작은 1평 남짓 고시원에서 월세로 사는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다”고 호소했다.
고시원 생활 3년차 B 씨(34)는 “최 씨와 박 전 대통령이 생활하는 서울구치소 독방의 구조도가 언론에 공개됐을 때 충격을 받았다”며 “무료 숙식에 창문까지 달린 방에서 지내는 그들이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나보다 나아 보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시원 생활 3년차인 취업준비생 C 씨(29)도 최 씨 불평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 C 씨는 “넓은 집에서 살다가 좁은 곳으로 옮기면 답답하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라면서 “청년 취업난 속에서 고생을 자처하며 고시원 생활을 감내하고 있는 취업준비생들도 있는데, 무료 숙식을 제공받는 범죄혐의자 최 씨가 불평하면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또 “최 씨의 불평이 수많은 취업준비생들과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지내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괴감을 안겼다. 최 씨가 아직까지도 죄를 뉘우치지 못한 것 같다. 자신이 얼마나 큰 죄를 저질렀는지 안다면 결코 불평을 호소할 수 없었을 것”고 덧붙였다.
유시혁
기자
evernuri@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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