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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청년] “마흔 이하 대통령 못하면 예순 이상도 못하게 해야지”

청년 공감 프로젝트 ‘날 선,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 (2) 고졸 SI 노동자

2017.04.10(Mon) 10:23:50

제19대 대선이 벼락같이 시작됐다. 정치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기존 선거 보도는 대선후보 위주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 시점에서 유권자는 보도의 주변으로 쫓겨나며, 구경꾼으로 전락한다. 청년, 특히 ​기성 매체와 기자의 범위 바깥에 있는 청년들은 더욱 그렇다. ‘비즈한국’은 ‘미스핏츠’ ‘밀레니얼 오브 서울’과 함께​ 그들의 이야기를 ‘날이 선 채로, 날 것 그대로’ 풀어본다. ​


그에게 이 세상은 너무 갑갑하다. 요즘 애들 ‘디폴트(Default)’인 대학은 쿨 하게 건너뛰어 버렸고, 좋아하는 사람은 자기와 같은 남자다. 그저 꿈 따라 적성 따라 살고 있을 뿐인데, 월급은 깎이고 마음껏 사랑도 못 한다. 그리고 그에게 이 세상은 너무 평화롭다. 분명 화나는 일들도, 화내야 할 사람들도 많은데, 다들 촛불이나 흔들어 대며 가만히 서 있는 것이 웃기다. 사회 초년생 김수영 씨(가명·21)​에게는, 확실히 더 젊은 세상이 필요하다. 

사진=송유빈


# 고졸은 시작부터가 다르다고 

―그럼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취직한 거야? 계기가 뭐야? 
“중학교 때 벌써 결정을 내렸어. 대학교는 안 가기로. 그때부터 내 미래에 대해 고민을 시작해서, 대학교 커리큘럼도 이것저것 찾아봤는데 앞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도움이 될 만한 게 없더라고. 잠깐 유학 생각도 해 봤는데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포기했고, 그래서 프리랜서 좀 하다가 지금은 에이전시에서 일하고 있어.”

―어떤 에이전시인데? 지금 하는 일이 정확히 뭔지 궁금해. 
“에이전시인데, 말하자면 핀테크 쪽에서 일하고 있어. 웹 에이전시 같은 건데, 어떤 애플리케이션이나 서비스를 개발하고 싶을 때 개발팀을 직접 꾸릴 수 없는 상황이 있잖아. 그럴 때 제작 대행하는 일이야.” 

―되게 생소한 분야다. 재미있어? 
“사실 실질적으로 업무를 본 사람이 아니라면 이해하기 어려울 거야. 나는 원래 이 분야에 관심 있던 건 아니고, 그냥 이것저것 하다 보니까 지난해 초부터 여기로 흘러들어 가게 된 거야. 돈 되는 거 하는 거지 사실.”

―근데 다들 일 하려면 대학은 기본이라고 하잖아. 고졸 노동자로 지내면서, 불편하거나 그랬던 거 있어? 
“일단 제일 큰 건 돈이지. 대졸이랑 고졸은 같은 일을 하고 같은 능력을 가졌어도 연봉 테이블 자체가 아예 달라. 노임 단가표라는 게 있거든. 어느 분야에서 학사를 땄으면 얼마 추가, 경력이 몇 년 있으면 얼마 보너스, 이렇게 연봉이 정해지거든. 그리고 대우도 조금 다르지. 에이전시나 SI(System Integration·시스템 통합) 업계에서는 사실 클라이언트가 갑이잖아. 그래서 일을 맡을 때마다 직원들 명세를 제출해야 하는데, 그럴 때 고졸 직원들은 보수가 후려쳐지는 감이 없지 않아 있지.”

―이런 케이스가 많아? 
“응. 나랑 비슷한 고졸 취직 사례가 굉장히 많아. 내가 이번에 직접 뽑은 후배도 그렇고. 이쪽 업계는 작업물이 바로 나오고 실력 검증이 쉽기 때문에 능력만 있으면 바로 취직할 수 있어. 근데 경력이 쌓이다 보면 아까 말한 노임 임금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야간대학 같은 곳에서 학사를 따야 하는 때도 있어.”
 
사진=송유빈


# 정치는 화끈하게

―혹시 직원들끼리 정치 이야기도 해?  
“자주 해. 최근에 박근혜 탄핵 관련 보도 되었을 때 사무실에 스크린으로 크게 틀어놓고 다 같이 박수도 치고.” 

―아, 그러면 다들 성향이 비슷한가 보네? 
“보통 대부분 진보 성향이지. 기업이 작다 보니까 분위기도 잘 맞고. 연령대도 비슷하니까. 간부들 빼면 대부분 20대 초중반, 30대 한두 명, 그렇거든.”

―그러면 평소에 정치 이야기를 주변인들이랑도 해? 
“응. 굉장히 자주 하는 편이야. 인터넷에서도 많이 하고. 정치라는 게 현실이랑 뗄 수 없는 문제니까, 참여는 못 하더라도 일단 이슈가 발생하면 얘기라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 

―열혈 트위터리안이라고 들었어. 트위터에서 보는 정치세계는 어때?
“정치인들 계정 같은 경우는, 일단 젊은 세대를 전혀 모르지. 공감도 못 하고, 트위터라는 매체를 쓰지만 그걸 전혀 활용 못 하는 게 웃기고 아쉽고 그렇지. 워낙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나이가 들기도 했고, 그만큼 젊은 사람들이 정치에 참여할 기회가 없다는 거에 놀라기도 했지. 그나마 김광진 의원이 좀 젊어 보였는데, 팔로잉 목록 보고 절레절레할 수밖에 없었어. 진짜 아직 멀었어. 이런 것조차도 신경을 못 쓰는 사람들이 우리나라 젊은이들을 위하겠다고 나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실망을 크게 했지.”

―촛불집회 가봤어?
“응.” ​

―누구랑?​
“보통은 혼자. 아니면 트위터에 간다고 멘션을 올리면 그거 보고 같이 가자고 하는 사람들이랑 가기도 하고.” 

―어땠어?  
“확실히 한국의 집회는 너무 평화롭다고 생각해. 분명 이쯤 되면 경찰차에 불 한 번 지를 타이밍인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웃음).” 

―그럼 더 격해져야 한다?
“응. 일단 불 좀 지르고. 터뜨리고. 그래야 한다고 봐. 최근에 그런 일이 있었잖아. 정치인 번호 털어서 사람들이 문자 보냈던 거. 난 그게 되게 괜찮은 가치를 갖는다고 생각했거든. 지금 정치인들은 너무 걸러진 의견만 듣고, 그래서 국민의 불만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잖아. 우리가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는 걸 알려 주고, 막말을 좀 해야 해. 날 것 그대로의 의견 표출. 본때를 보여 줘야지.” 

―그럼 정치 이슈에 대한 본인의 관심도는 어느 정도라고 생각해? 
“한 중상 정도.” 

―그럼 이게 너의 일상에 얼마나 영향을 미쳐? 
“뭐 지금 당장 정치가 나를 죽이고 살리고 하는 건 아니니까 완전 큰 건 아니지. 근데 또 일상생활에서 정치가 영향을 안 미치는 경우는 없어. 오늘 장 볼 때 살 식료품 값부터, 미래에는 내가 동성애자니까 동성혼 이런 것까지. 골고루 구석구석.” 

―주로 정치 의견을 접하는 통로는 어디야? 
“트위터 아니면 플립보드(Flipboard)를 많이 이용해. 아니면 해시(Hash)도 이용하고. 최근 가장 관심 있게 보고 있는 건 해시(Hash)라는 앱인데, 트위터 뉴스를 큐레이팅 하고 미국 방송사 클립을 녹화해서 그걸 영어로 읽어 주거든. 그럼 아침에 일어나서 그걸 들어.”  

―그럼 너의 정치관은 어때? 어떤 성향이야? 
“되게 진보적이라고 생각해. 사실 지금 한국의 진보는 보수라고 생각하거든. 조금 더 도발적인 진보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 한국에는 없다고 봐.” 

―그러면 왜 이런 성향을 가지게 됐어? 
“자란 환경의 영향이 크겠지. 아버지가 공무원이어서 중산층으로 자랐어. 보통 이러면 보수적일 거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부족한 게 없으니까 오히려 진보적으로 자랐던 거 같아. 서양권 문물을 많이 접한 탓도 크고.” 

―또 다른 영향은? 
“여행에서 이것저것 많이 느꼈어. 외국에서 잠깐 산 적도 있는데 그건 너무 어렸을 때라 별 의미는 없을 것 같고. 유럽 여행을 처음 갔을 때 생활양식 같은 걸 보면서 아 저렇게도 살 수 있구나,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 

―그럼 지금 한국 사회의 문제점이 뭐라고 생각해? 
“너무 많은데, 하나만 뽑자면 일단 늙었다는 거지. 그러니까 젊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도 없고, 기껏 내면 뭐해. 어차피 결재하는 사람들이 나이 들어서 다 거절해 버리는데. 우선 대통령부터도 마흔 살이 안 되면 할 수가 없는데. 마흔 이하가 대통령이 못 되면 예순 이상도 되지 말아야 돼. 나이 제한이 아래로 있을 거면 위로도 있어야 하는데, 아래만 있고 위 제한은 하나도 없어. 그러니까 사회가 끝없이 고령화되고, 공기업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에서 젊고 새로운 생각이 나올 구멍이 차단되는 거지.” 

―네가 일하는 업계는 좀 젊은 편이잖아. 그런데도 이런 현상이 있어?
“사실 분야가 스타트업이면 비교적 젊으니까 잘 굴러가. 그런데 은행권이랑 얽히면 결국 결정권자가 나이가 있는 편이기 때문에 똑같지. 그리고 사실 이 업계도 생산직이라, 어떤 걸 생산할지는 결정권자한테 달렸잖아? 근데 그 사람은 임원이니까 못해도 60대에서 70대. 미치는 거지.” 

―정확히 어떤 식이야? 
“그러니까 일단 뭘 지시하는지 제대로 몰라. 애플리케이션에 대해서 모르는데, ‘애플리케이션이란 게 있다더라. 만들어 봐라.’ 이런 식으로 오더가 내려오니까. 아랫사람들이 알아서 어떻게 잘 만들어 가면 또 위에서 이건 아닌데 하면서 자르고. 그렇게 갈기갈기 찢기니까 제대로 된 기획이 나올 수도 없지.” 

사진=송유빈


# ‘못’ 하는 것과 ‘안’ 하는 건 다르지

―혹시 관심 있거나 바라는 정책이 있어? 
“일단은 동성혼 합법화지. 내가 동성애자니까. 물론 나 자신은 비혼주의자지만,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것과 내가 자발적으로 안 하는 건 하늘과 땅 차이라고 생각해. 전자는 나의 권리가 침해당하는 거니까.”  

―다른 건? 
“일단 복지가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해. 젊은 사람들을 지원해주는 사업에서 이해가 하나도 없다고 보고. 사실 박근혜 정부 때 스타트업 쪽에 1억 원 정도의 자금을 지원해 주는 정책이 있었거든. 근데 그걸 받아서 쓰려면 윗사람들 입맛에 맞게 진짜 말도 안 되는 보고서를 내고, 그거에 따라서 집행을 해야 해. 그래서 실제로 그 1억을 받아서 사업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스타트업이 없었고, 결국엔 다 망했지. 못해도 몇백 명한테 갔을 텐데, 그럼 그 자금이 다 낭비됐다는 거잖아. 더 잘 쓸 수 있었는데. 젊은 사람들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정책을 내야 해.” 

―그럼 혹시 바라는 대통령 후보는 있어? 꼭 대선 후보가 아니어도. 막 너희 아파트 경비 아저씨 추천해도 돼. 
“솔직히 아직까지는 내가 ‘대통령감이다’라고 말하고 싶은 사람은 없어. 굳이 말하자면 힐러리? 근데 그 이상으로는 아는 인물이 없네. 굳이 대권 주자 중에서 고르자면 안희정 후보 좋아했었는데 최근에 청년들을 고려한 언행들은 실망스러웠어.” 

―“미안하다 얘들아!”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애들을 동등한 권리를 가진 인간으로 안 보는 거잖아. 심지어 그 애들의 범위도 뭐 스물네 살까지로 너무 확장되어 있고. 그리고 같은 스물네 살이어도 수많은 삶의 경우가 있을 텐데. 그걸 다 ‘애들’이라고 하면 섭섭하지.” 

―어떤 세상이 왔으면 좋겠어? 
“나이 제한 없이, 국가 운영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면 그 사람들이 참여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 북유럽처럼 나라에 제대로 도움이 되는 정책을 내놓고, 그걸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정치를 했으면 해. 그리고 그 사람들을 뽑을 때 성별, 나이 같은 게 아무런 문제가 안 되었으면 해. 진짜 막말로 열 살, 스무 살 이런 사람들이 참여하고 싶다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게.” 

―그럼 투표 연령 제한도 싫겠네? 
“응. 솔직히 어이가 없다고 생각해. 한 열네 살 정도면 열어도 되지 않을까. 우리나라에서 나이에 따라서 민법상 제한되는 많은 행동에 대해 나는 이해가 잘 안 가서. 예를 들어서 술이나 담배가 몸에 해롭다고 청소년한테 안 팔잖아. 근데 그게 더 해로운 사람들한테는 잘만 팔잖아. 폐암 환자들한테는 팔고 곧 죽을 노인들한테도 팔고. 그건 잘못된 게 아닌가? 그러니까 굳이 그걸 왜 법으로 제한하는지가 의문이야.” 

―마지막 질문. 그럼 너는 앞으로 어떻게 살 거야?
“돈 많이 쓰면서 개랑 고양이 키우고 살려고. 난 비혼주의야. 한 사람이랑 오래 살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애도 딱히 좋아하지 않고, 혼인 제도에 대한 의문도 있어서. 일은 목숨 붙어 있는 한 하려고. 먹고살 수가 없으니까, 돈은 벌 수 있을 때까지 끝까지 벌려고.”

인터뷰=이혜민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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