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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서 시작해 CJ로 끝난 ‘이건희 동영상’ 수사에 이건희는 없었다

이건희 회장 ‘기소중지’ 촬영 일당 ‘기소’…“수사 본격화되며 이 회장은 사건에서 사라져”

2017.04.07(Fri) 15:14:37

[비즈한국]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성매매 의혹 동영상’ 사건이 사실상 검찰 수사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처음에는 성매매 의혹 당사자인 이건희 회장과 그룹 조직 차원의 개입 의혹으로 삼성그룹에 이목이 집중됐지만, 사건이 종결되는 마당에는 오히려 성매매 동영상 촬영의 ‘배후’로 CJ그룹이 지목되며 모든 관심이 쏠렸다.

 


사건은 지난해 7월 인터넷 독립언론 ‘뉴스타파’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수년에 걸쳐 젊은 여성 여러 명을 불러 성행위를 한 것으로 의심되는 동영상을 공개하며 불거졌다.

 

‘뉴스타파’는 지난 2011년 12월부터 2013년 6월까지 총 5차례에 걸쳐 서울 삼성동 자택과 논현동 고급 빌라에서 촬영된 성매매 의혹 동영상 일부를 공개하고 “등장하는 여성들은 한 번에 3~5명이다. 외모로 봤을 때 대체로 20대에서 30대 사이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영상에 녹화된 여성들끼리의 대화를 들어보면 이들에게는 한 번에 500만 원가량의 비용이 지급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성매매 장소로 추정되는 논현동 고급 빌라의 전세권 설정자가 삼성SDS의 김인 고문이라는 점 등을 들며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이 회장의 성매매에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 회장의 동영상이 공개되자 삼성일반노조(위원장 김성환) 및 삼성SDI 백혈병 피해 당사자·유가족 등은 이 회장과 비서실 임직원에 대해 성매매알선행위처벌에관한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어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와 시민 박 아무개 씨도 이 회장과 동영상에 등장하는 서울 논현동 빌라의 전세 계약자 김인 고문을 고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고발건을 성범죄 전담부서인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이정현)에 배당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는 별다른 진전 없었다. 그러던 중 최초 사건이 불거진 지 6개월이 지나서야 김성환 위원장 등을 불러 고발 경위를 확인하는 고발인 조사를 진행했다. ‘늑장 수사’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다.

 

고발인 조사 이후에도 다시 잠잠하던 여성아동범죄조사부의 수사는 약 한 달이 지나고 큰 변곡점을 맞는다. 이 회장 성매매 의혹 동영상 촬영을 지시하고, 이 동영상을 빌미로 돈을 뜯어낸 선 아무개 씨와 그의 동생 및 이 아무개 씨 등 일당을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촬영) 혐의로 ​구속한 것이다. 이때부터 검찰 수사는 활기를 띄기 시작한다.

 

특히 선 씨가 CJ제일제당 경영관리파트 심사팀 부장 출신으로 확인되면서 이번 사건의 배후에 CJ그룹이 있는 게 아니냐는 등 논란은 더욱 증폭됐다. 동영상이 촬영된 당시는 고 이맹희 CJ 명예회장과 이건희 회장 사이에 상속 재산 관련 소송이 벌어지고, 그 과정에서 삼성 직원이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미행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등 갈등이 최고조일 때여서 이러한 의혹에 무게가 실렸다.

 

그러면서 수사의 관심은 삼성이 아닌 CJ에 집중됐다. 하지만 CJ 측은 이건희 성매매 의혹 동영상과 관련해 “전직 직원의 개인 범죄”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선 씨 일당이 영상 구입 의사를 타진해 왔으나, 이를 거절했다고도 밝혔다.

 

검찰은 이재현 회장의 최측근이자 그룹 재무관리를 담당한 성 아무개 CJ헬로비전 부사장 등 임직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또한 서울 상암동 CJ헬로비전 등 네 곳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검찰 수사 초기 이건희 회장을 비롯해 김인 고문, 삼성에 대해 수사에 나서지 않은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문제제기에도 검찰의 수사는 사실상 종결됐다. 선 씨 등 일당은 동영상을 빌미로 이 회장 측에 접근해 9억 원을 뜯어낸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 공갈) 등으로 기소됐다. 또한 성매매 의혹 동영상에 등장한 중국 국적의 여성 J 씨는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 위반(성매매) 등의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성매매 의혹을 받고 있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사진=‘뉴스타파’ 방송화면 캡처


반면 의혹의 중심에 서있는 이건희 회장에 대해서는 검찰이 ‘시한부 기소중지’ 처분을 내렸다. 이 회장이 와병 중에 있어 조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성매매 장소 제공 등 의혹과 관련해 서울 논현동 빌라 전세 계약자였던 김인 고문은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 법률 위반(부동산실명법)으로 약식기소하는 데 그쳤다.

 

이렇게 검찰 수사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의혹은 여전하다. 우선 조사가 불가능한 이건희 회장의 건강상태다. 이 회장은 지난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현재 3년 가까이 삼성서울병원 VIP실에서 입원 치료를 받으며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이나 삼성전자에서도 이 회장의 건강상태에 대해 정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입을 통해서 잠시 언급이 된 바 있다. 지난해 12월 6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한 이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 아버님 건강상태는 지금 어떠한가”라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문에 “걱정해주셔서 감사하다. 저희 가족을 비롯해 의료진이 빠른 회복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의 건강상태는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지 않다. 다만 별다른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삼성이 이 회장의 성매매에 그룹 차원으로 개입했는지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했느냐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이 회장을 고발한 김성환 위원장은 “이 회장을 일반인이 아무나 만날 수 없다. 그런데 중국인 여성들이 개인적 차원에서 이 회장과 친분이 있어 접촉했겠느냐”​고 반문하며 “​조직적 차원에서 관여하지 않으면 결코 불가능하다. 그런데 검찰은 삼성에 대해서는 아무런 수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얼마 전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고소·고발사건 처분결과 통지서를 받았다.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결론”이라며 “시간을 두고 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 회장 성매매 의혹 동영상과 CJ그룹의 관련성도 의문이 여전히 남아있다. CJ 측의 주장대로 동영상 촬영이 CJ그룹 차원의 기획으로 시작된 것은 아니더라도, 이후 CJ그룹이 이 동영상을 활용하려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검찰 조사에서도 그룹의 감사업무를 맡은 A 상무가 선 씨 일당으로부터 짧게 편집된 동영상 일부를 받고 1000만 원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CJ그룹은 여전히 그룹 차원의 관여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이번 사건 주동자 중 한 명이 CJ그룹과 연관성이 있어, CJ그룹이 의도치 않게 주목 받은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검찰 수사를 통해 회사가 배후에 있다는 의혹은 ‘혐의없음’으로 나왔다. 한편으로 그룹 입장에서는 깨끗이 해결된 면도 있다”고 전했다.

 

재계 관계자는 “성매매 동영상을 촬영하라고 지시하고, 이를 타인에게 제공한 것도 처벌 받아야할 범죄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핵심은 이건희 회장이 불법 성매매를 했느냐다. 또한 이를 삼성그룹이 묵인했고, 더 나아가 조직적으로 개입했느냐는 점”이라며 “이건희 회장과 삼성에서 시작한 성매매 수사는, 동영상 촬영을 지시한 이들과 배후로 지목된 CJ에 대한 수사로 급격히 사건 프레임이 전환됐다. 어느 순간 삼성과 이건희 회장은 사건의 관심에서 사라진 것이다. 결국 이 회장은 조사도 받지 않고 기소중지 처분이 내려졌다. 아이러니한 지점”이라고 평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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