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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 경제팩트]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심정으로 투자하라?

격렬한 한국의 경기변동,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

2017.04.03(Mon) 13:48:33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코스피 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한 모습. 2009년 하반기가 되자 수출은 회복되고 주가 상승률이 47%에 이르렀다. 한국에서 주식 투자에 성공하려면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심정으로 해야 한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사진=비즈한국DB


[비즈한국] 한국 사람이 투자를 고민할 때에는 두 가지 고민이 있다. 하나는 격렬한 변동성이며, 다른 하나는 이 어마어마한 변동성을 억제할 적절한 자산배분의 짝을 한국 내에서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한국이 얼마나 변동성이 큰 나라인지, 아니 투자하는 데 용기가 필요한 나라인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아래의 그림이다. 한국의 종합주가지수와 수출증가율의 관계를 보여주는데, 한국 주식시장과 수출이 얼마나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으며 또 격렬하게 움직이는지 알 수 있다. 특히 2008년에는 수출과 주가 모두 폭락하면서 위기가 더욱 커진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수출이 급감하며 주가가 폭락한 시기가 항상 투자의 최고 적기였다는 점이다. 2008년 위기는 대단히 무서웠지만, 2009년 하반기 한국 수출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회복되었고 주식시장 역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주가 상승률이 47.7%(2009년 12월)에 이르렀다. 다시 말해, 한국 주식시장에서 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심정’으로 투자하지 않으면 성공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출처: 한국은행 경제통계정보시스템


주식투자에 성공하기 위해 ‘절벽에 뛰어내리는 것 같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면, 이건 너무 큰 스트레스다. 이럴 때 주변에서 들려주는 조언이 ‘분산투자 전략’이다. 자산배분이란 장기적으로 어떤 자산에 투자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개별 종목을 연구하고, 특히 수출의 변화와 같이 중요한 거시경제 데이터를 분석할 시간이 없는 일반 투자자에게 자산배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중요성을 가진다. 자산배분 전략을 시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어떤 자산에 투자해야 할까?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잠깐 아래 그림을 살펴보자. A 자산의 가격이 상승하면 B 자산의 가격도 상승하며, 반대로 A 자산의 가격이 하락하면 B 자산의 가격도 하락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통계학에서 이런 관계를 ‘완전한 정(+)의 상관관계’라고 한다.
 

여기서 상관관계(Correlation)란 두 자산의 변화 방향이 동일한지 측정한 것이다. 예를 들면 키가 큰 사람은 작은 사람에 비해 일반적으로 몸무게가 많이 나간다. 이와 같이 한쪽이 증가하면, 다른 쪽도 증가하는 관계를 정(+)의 상관관계라고 한다. 만일 A 자산과 B 자산에 50%씩 나눠 분산 투자했다면,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은 중간에 있는 점선처럼 나오게 될 것이다. 즉 힘들게 두 자산에 나눠 투자했건만, 자산배분의 효과는 0이었다고 볼 수 있다. 

 

완전한 정(+)의 상관관계를 가지는 자산으로 이뤄진 포트폴리오. 세로축은 자산 및 포트폴리오의 가치를 표시하며, 가로축은 시간의 흐름을 보여준다. 출처: 로저 C. 깁슨, ‘재무상담사를 위한 자산배분 전략’, 160쪽.


반면 아래의 그림은 정반대 현상을 보여준다. 자산 C와 D의 움직임이 정반대로 움직이는 덕분에, C 자산에 대한 투자에서 이익을 얻을 때 D 자산에 대한 투자에서는 손실을 기록한다. 만일 돈의 절반을 C에, 나머지 절반을 D에 투자한다면 이 포트폴리오의 수익은 점선처럼 놀라운 결과를 얻게 된다.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은 자산 C와 D의 평균이지만, 변동성은 완전히 제거된다. 즉 미래 수익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라져, 안정적인 자산 관리가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완전한 부(-)의 상관관계를 가지는 자산으로 이뤄진 포트폴리오. 세로축은 자산 및 포트폴리오의 가치를 표시하며, 가로축은 시간의 흐름을 보여준다. 출처: 로저 C. 깁슨, ‘재무상담사를 위한 자산배분 전략’, 160쪽.


따라서 한국의 투자자들은 C와 D처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자산에 투자해야, 2008년 같은 만일의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자산을 지키는 것은 물론 위기를 투자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자산은 매우 드물다. 특히 한국에서는 거의 찾기 힘든 게 현실이다. ​

 

최근 발간된 흥미로운 책 ‘마법의 돈 굴리기’에는 한국에 상장되어 있는 ETF(상장지수펀드)를 대상으로 분산투자의 효과를 측정했는데, 큰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한국 주식 대표로는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는 KODEX200 ETF와 국채 3년 물을 추종하는 KBSTAR 국고채 ETF를 사용하였다. 총 투자 기간은 2008년 7월 말 이후 7년 5개월이다. 두 자산의 움직임은 2011~2012년처럼 강한 부의 상관관계를 갖기도 하고, 2014년처럼 양의 상관관계가 되기도 하는 등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2015년 이후 제로 가까운 낮은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 측정 기간 전체적으로는 -0.11의 부의 상관관계를 보인다. 투자 결과는 아래와 같다. 

 

포트폴리오의 연 환산 수익률은 4.7%로 주식(4.8%)보다 0.1% 낮고 국채(4.0%)보다 0.7% 높다. 변동성은 주식과 국채의 절반 수준인 6.9%이다. 테스트 기간 중 포트폴리오는 주식의 위험을 절반 정도로 낮추면서 수익률은 많이 손해보지 않았다. (그러나) 위험 대비 수익은 국채가 제일 높다. 

 

테스트 기간 중 2011~2016년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박스피’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로 특정 구간에서만 오르내리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 덕분에 장기적으로 주식의 수익률이 높다는 명제에 걸맞지 않는 초라한 성적을 보였다. 특히 위험(=변동성)이 아주 낮은 국채에 비해 고작 0.8% 높은 수익뿐이다. 또한 주식과 국채의 상관관계가 그리 낮게 유지 되지 못했다. 이는 포트폴리오에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온다. -본문 201~203쪽

 

 

 KODEA200​

 KBSTAR국고채​

 포트폴리오​

 기간수익률​

 41.3%​

 34.1%​

 40.2%​

 연 환산 수익률​

 4.8%​

 4.0%​

 4.7%​

 연 환산 변동성​

 13.9%​

 1.6%​

 6.9%​

 위험 대비 수익​

 0.34​

 2.60​

 0.67​

출처: ‘​마법의 돈 굴리기’,​ 202쪽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마법의 돈 굴리기’​의 저자 김성일씨는 미국 달러자산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글로벌 투자자가 볼 때 미국 국채는 안전 자산이다. 유럽이나 아시아의 경제환경이 안 좋아지면, 위기를 느끼는 많은 돈이 미국 국채로 몰려든다. 그러한 특성이 미국 주식과 채권의 상관관계를 낮게 유지해주므로 포트폴리오 성과도 좋게 나오는 것이다. 

 

한국은 주식과 채권의 관계가 다르다. (중략) 우리나라에 투자하는 글로벌 자금의 생각은 다르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한국의 주식이나 채권 모두 위험 자산인 것이다. 즉 글로벌 경기가 안 좋아진다 싶으면 위험 자산인 한국의 주식과 채권 모두에서 돈을 빼가는 것이다. 경기가 좋아져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가 활발해지면, 다시 한국의 주식과 채권 모두에 돈을 넣곤 하는 것이다. 이런 외국인 투자자의 특성으로 인해 한국의 주식과 채권의 움직임은 양의 상관관계를 가지는 경우가 다분히 발생할 수 있다. -본문 203~204쪽

 

매우 흥미로운 문제 제기라 생각되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한 외국인 채권 매매 행태를 조사해보았다.

 

아래의 그림에 나타나는 것처럼, 한국에 투자하는 외국인 채권투자자는 한국의 수출경기에 매우 민감했다. 2007년처럼 수출이 잘될 때에는 한국 주식뿐만 아니라 채권도 적극 매수하며, 반대로 2008년처럼 수출 전망이 급격히 악화되는 시기에는 한국 주식이나 채권 모두 동반 매도의 대상이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 한국은행 경제통계정보시스템


즉, 김성일 씨의 이야기처럼 한국 채권은 외국인에게 ‘위험자산’으로 볼 수 있으며, 이 결과 한국 주식이나 채권 모두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특성이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2008년처럼 세계 경제가 얼어붙는 시기에는 한국 주식이나 채권 모두 가격 하락의 가능성이 높아지며, 더 나아가 앞으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고 볼 수 있다.​

홍춘욱 이코노미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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