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정말 죽을 지경입니다.” 한 달 전만 해도 “아직 구체적으로 매출 피해가 드러나지 않는다”며 말을 아꼈던 롯데그룹,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사드 성주골프장 배치 관련, 중국의 제재가 본격화되면서 관광객이 급감해 피해가 상당하다”며 “중국 시장이야 원래 적자였다지만 국내 매출도 이제 영향을 받고 있다. 내부적으로 집계한 피해 금액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이제 정말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토로했다.
롯데가 직면한 또 다른 문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되면서 롯데그룹이 검찰 발 ‘CEO 리스크’에 노출됐다는 것.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의혹 관련 신동빈 롯데 회장을 소환해 조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검찰 관계자는 31일 언론 브리핑에서 “아직은 특별히 소환 계획이 정해진 것은 없지만 필요하면 조사할 예정”이라고 다시 한 번 밝혔다.
검찰은 수사를 특검에서 다시 넘겨받았을 때부터 ‘롯데 등 대기업은 필요하면 조사할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날 언급은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게 법조계 내 중론이다.
검찰 관계자는 “그동안 롯데 등 대기업 수사에 대한 설명은 정말 ‘원칙’이었다”며 “박 전 대통령 영장이 기각되면 수사팀이 다시 박 전 대통령 수사를 정리하고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2주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언제 수사를 본격 시작할지 모르는 의미의 원칙적 발언이었다면, 이제 박 전 대통령을 골인(구속) 시켰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의 혐의를 늘릴 수 있는 대기업 수사를 본격화 할 것이고 롯데 임원진에 대한 소환을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미 롯데 관련된 수사 자료 정리와 분석을 끝냈을 정도다.
그런 면에서 총수가 이미 검찰 조사를 마친 SK그룹이 상황은 더 나은 편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박 전 대통령 소환 전, 김창근 전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부터 최태원 회장까지 소환 조사를 마치고 총수 독대와 면세점, 사면 간 특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박 전 대통령 소환 조사에 집중해야 했기 때문에 최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청구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때문에 형평성을 고려해 롯데그룹 역시 비슷하게 수사 구조를 적용(불구속 기소)할 가능성이 높지만, 수사 과정에 따라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검찰 관계자들의 설명. 특히 앞선 수사에서 구속에 실패하며 체면을 한 차례 구겼기 때문에 검찰이 확실한 혐의를 잡으면 명예회복을 위해 구속을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엎친 데 덮친 기업은 롯데 말고 또 있다. 바로 사면 의혹을 받고 있는 CJ그룹.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이재현 CJ그룹 회장 사면과 관련해 CJ가 투자한 ‘K컬처밸리’ 사업의 대가성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K컬처밸리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문화융성 프로젝트의 핵심 과제. CJ는 이 사업에 모두 1조 4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는데 이와 관련, 손경식 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지난해 6월 한 행사에서 만나 사면 청탁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CJ는 SK와 롯데그룹 다음 수사 대상으로 거론된다. 5월 9일 조기 대선까지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점쳐지는데, 대선 이후에는 새로운 정권의 시작과 함께 다른 부분의 적폐청산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비리의 정점’으로 지목한 박 전 대통령을 구속하며, 기소까지 20일의 시간을 벌은 검찰이 4월 중순 박 전 대통령 구속 기소시점에 맞춰 2개 기업 정도를 추가로 기소할 것이라는 분석이 자연스레 연결된다.
최효정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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