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금융사들이 최근 직원들의 횡령·사기 사건을 막기 위해 ‘명령휴가’ ‘신용조회’ 등의 내부통제 제도를 도입하면서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사들은 금융당국의 권고사항이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고, 금융당국은 도입에 강제성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사들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횡령·사기 사건을 막기 위한 내부통제 방안으로 ‘명령휴가 및 신용조회’ 등을 시행하고 있다. 이는 금융감독원이 금융사 직원들의 횡령사고가 빈번해지자 지난해 9월 불합리한 영업 관행 시정을 위해 내놓은 ‘금융투자사 표준내부통제기준’에 따른 제도 보완책의 일환이다.
명령휴가는 금융사고 발생 우려가 높은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임직원을 대상으로 회사가 일정 기간 휴가를 명령하고, 이 기간 동안 휴가자의 금융거래내역·사무실 수색 등을 실시해 업무수행 적정성을 들여다보는 제도다. 신용조회는 회사가 직원의 자산 및 부채 상태를 들여다보고 문제가 되는 자금거래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금융사 중에서는 증권사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6월과 11월 두 차례나 직원이 수십억 원의 고객 투자금을 횡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한국투자증권은 사고 예방을 위해 명령휴가와 신용조회를 동시 시행하고 있다. 특히 두 번째 횡령사고 직후인 지난해 말에는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신용조회를 실시하기도 했다.
미래에셋대우는 명령휴가만을 실시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신용조회와 명령휴가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해서 명령휴가를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대신증권 역시 지난 2월말부터 명령휴가를 시작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대신증권지부(위원장 이남현) 측은 “금감원에서 지난 2월 각 증권사별로 왜 명령휴가를 실시하지 않느냐고 채근해 실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여러 증권사들은 금감원의 권고에 명령휴가 및 신용조회 제도를 실시하거나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중은행, 증권사에 비해 보험사는 명령휴가 및 신용조회 제도 도입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영업은 보통 보험가입 영업이다. 증권사, 은행과 달리 직원들의 계좌에서 돈이 오가지 않는다. 돈을 관리하는 직원은 재무팀 등 몇몇 부서를 제외하고는 많지 않다. 그래서 제도 도입을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보험사에 대해서도 제도를 시행하라고 금감원 지시가 계속 내려오는 것으로 안다”고 지적했다.
금융사 직원들은 이러한 제도에 대해 인권침해 소지가 다분한 제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금융당국이나 회사가 직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행태라는 것이다.
특히 금융사들이 명령휴가의 취지를 확대 해석해 악용하려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위원장 김현정) 관계자는 “제도의 취지는 ‘금융사고 발생 우려가 높은 업무를 수행하는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금융사들은 전 직원 혹은 저성과자, 문제가 있는 직원 등 직무가 아닌 사람을 지적해 명령휴가를 보내려고 하고 있다. 남용 위험을 내포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직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금융사들이 명령휴가나 신용조회 제도를 도입한데는 앞서 언급했듯이 금감원의 권고사항이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금감원에서는 권고나 강제사항은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한투 직원 횡령 등이 발생하면서, 금감원에서는 ‘금융사들이 자체적으로 내부통제 시스템을 실시해 사고를 예방해 달라’고 두 차례 공문을 보낸 것뿐이다. 그러면서 명령휴가가 입법 통과돼 시행됐다고 소개하기만 했다”며 “금감원에서 제도 시행을 강제할 순 없다. 그건 노사 협의 하에 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은 강제성은 없었다고 하는데, 금융사들 입장에서는 금감원에서 명령휴가를 입법해 고시하면 당연히 압박으로 여기지 않겠느냐. 안 할 방도가 없을 것”이라며 “금감원의 그런 주장은 책임을 미루는 꼴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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