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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의무 고용 제로’ 지오다노의 꼼수

“다음 명단엔 빠질 것…내용 안 밝히겠다”…다른 회사도 장애인사업장 물품구매 등으로 회피

2017.03.30(Thu) 20:00:50

[비즈한국] 올해 정부가 장애인 의무 고용률을 또다시 인상한 가운데, 장애인 고용 의무를 방치했던 기업들이 늘어난 부담금을 줄이기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이 부담금 줄이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전체적인 장애인 고용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장애인 의무고용 제도는 국가·지방자치단체와 50명 이상 공공기관·민간기업 사업주에게 일정 비율 이상의 장애인을 고용하도록 하는 제도다. 의무 고용률 이상을 고용한 사업주는 규모에 상관없이 초과인원에 대한 장려금을 받는 반면, 달성하지 못한 100인 이상의 사업체는 미고용 인원에 대한 부담금을 내야 한다. 여기에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 재활법’에 따라 장애인 고용 저조 기업 및 기관은 일정 기간 명단이 공표된다. ​

 

지난해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홍콩 의류 브랜드 지오다노는 단 한 명의 장애인도 고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고용노동부


지난해 10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장애인 고용 저조기업 및 기관 명단에 따르면 홍콩 의류 브랜드 ‘지오다노’는 ​장애인을 단 한 명도 고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 고용 불량 업체로 14년 연속 지목된 4개의 사업장 가운데서도 고용률이 가장 저조하다. 지오다노를 포함한 기업들은 장애인 고용으로 인한 어려움을 떠안는 대신 차라리 부담금을 내는 편을 택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책정하는 장애인 의무 고용률이 계속해서 오르며 기업들도 장애인 고용을 모르쇠로 일관하기 힘든 상황이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따르면 민간 기업의 장애인 의무 고용률은 2년마다 0.2%씩 오르며 올해는 2.9%까지 상향됐다. 상시 근로자 수 450명에 경증장애인 1명을 고용하고 있는 사업체의 경우, 12명의 고용이 미달하여 1억 6370여만 원의 부담금을 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많은 기업은 직업 재활시설과 장애인표준사업장의 상품을 납품받아 미달 고용에 대한 부담금을 일부 감면받는 ‘연계 고용 부담금 감면 제도’를 이용하고 있다. 14회 연속 장애인 고용 저조 기업 명단에 오른 ‘에이에스엠엘코리아’는 올해 초 연계 고용 계약을 체결해 앞으로는 부담금을 덜 낼 수 있게 됐다. 에이에스엠엘코리아 관계자는 “발달장애인들이 물건을 만드는 ‘베어베터’라는 기업에서 생산하는 사무용품을 납품받기로 계약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기업들이 ‘부담금 줄이기’에만 적극적으로 나설 뿐 장애인에게 적합한 업무를 개발하는 데에는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따르면 정부와 기업의 의무고용률 상승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고용률은 2013년 36%, 2014년 37%, 2015년 34.8%, 2016년 36.1%로 수년 전에 비해 큰 변화가 없다. 해오름장애인자립생활센터 관계자는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업무에 적응하기 힘들어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워낙 많다​​”고 말했다. ​

 

대기업의 장애인 의무고용률은 중소기업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주들은 장애인에게 적합한 업무를 찾는 것에 어려움을 토로한다. 에이에스엠엘 코리아 관계자는 “엔지니어링 회사이기에 방진복을 입고 고된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인원이 90% 이상이어서 현실적으로 고용이 어렵다”며 “또 우리가 원하는 학력 조건을 갖춘 직원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의무 고용인원을 다 채우지 않더라도 장애인 고용 저조 기업 명단에서 빠질 수 있는 여러 방법이 있다는 점도 장애인 고용을 회피하는 이유가 된다. 지오다노 관계자는 “다음 명단에서는 빠지게 될 것이다. 이외의 내용은 밝히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관계자는 “지오다노는 장애인 고용 의무 인원이 10명 정도 되는데 현재 2명의 장애인을 고용 중이고 2명은 기존 직원 중에 발굴했다”며 “5명 정도면 저조 기업에서 제외될 수 있어서 다음에는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애인 고용 저조 기업 명단에 올랐​던 홍콩 의류 브랜드인 지오다노는 “​다음 명단에는 빠지게 될 것”​이​라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사진=지오다노 페이스북


관계자들은 장애인 고용에 대한 대기업의 인식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해오름장애인자립생활센터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현실적으로 장애인 시설 구비도 어렵고 여러모로 장애인 채용이 쉽지 않다”며 “여기에 ‘돈 많은 대기업도 고용 안 하는데’라는 인식이 겹쳐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관계자도 “중소기업의 장애인 고용률은 높아지고 있지만 대기업의 고용률은 이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며 “장애인이 맡을 업무가 마땅하지 않다고 기피하기보다 선진국처럼 사회적 책임의 하나로 일자리를 개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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