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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공습에도 석탄 발전소만 잘나가는 이유

석탄 20기 추가 건설 논란…친환경 LNG는 갈수록 찬밥

2017.03.29(Wed) 19:07:25

[비즈한국] 언젠가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매일 날씨를 확인할 때 비가 오는지보다 미세먼지 농도에 더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으면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마스크를 쓰는 등 호흡기 건강 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 시각적으로도 뿌연 하늘을 보고 있으면 공포감마저 든다. 요즘 공기청정기가 불티나게 팔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세먼지의 절반가량은 중국에서 유입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를 원천 차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현실적인 방법으로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라도 대폭 줄이자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많은 환경단체들은 주요 미세먼지 발생 원인 중 하나인 석탄 화력발전을 줄이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전 세계적으로도 석탄 화력발전소는 환경적인 이유로 감축 추세에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예외다. 미세먼지로 신음하고 있는 와중에도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것. 여기에는 철저한 돈의 논리가 숨어 있다. 

 

# 석탄 발전, LNG보다 미세먼지 최대 1682배 배출

 

발전 과정에서 발생되는 환경 오염 물질에는 대표적으로 온실가스, 미세먼지(PM10), 초미세먼지(PM2.5), 황산화물(SOx), 질소산화물(NOx) 등이 있다. 그러나 발전에 필요한 연료별로 환경 오염물질 발생량은 크게 차이가 난다.

 

발전 과정에서 환경 오염을 가장 적게 일으키는 연료는 아이러니하게도 원자력이다. 다만 원자력 발전 과정에서 나오는 폐기물과 지진 등 천재지변에 따른 사고 발생 시 괴멸적인 환경 피해를 입힌다는 점이 문제다. 물론 현재 가동되는 원자력 발전소를 당장 폐쇄하기에는 비용이 만만치 않고, 전력 수급에도 상당한 지장을 초래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지속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으며, 이번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여러 후보들도 원전 확산 중단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서울 당인리 발전소는 우리나라 최초의 석탄 발전소이나, 환경 오염을 이유로 1993년부터 LNG 발전으로 전환 운영되고 있다. 사진=비즈한국DB


반면 환경에 ​가장 ​악영향을 미치는 발전 연료는 석탄이다. LNG 대비 온실가스의 경우 2.5배,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각각 1235배, 1682배 더 많이 배출된다. 산성비의 원인이 되는 황산화물은 무려 3226배나 더 많이 배출된다. 석탄 발전소가 집중된 충남 당진 지역의 주민들이 석탄 발전소 추가 건립 반대 시위를 연일 펼치는 이유다.

 

반면 LNG는 연료 자체에서도 오염 물질이 덜 배출될 뿐 아니라 열병합 발전과 연계돼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도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발전 과정에서 나오는 열이 지역난방에 활용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환경단체들은 신재생 에너지 개발이 완료될 때까지 LNG 복합 발전을 대안으로 꼽고 있다. 

 

# 석탄 발전소 전기를 우선 매입, 왜?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석탄 발전소 밀집 국가다. 무려 59기의 석탄 발전소가 가동 중이며, 그중 절반이 당진을 중심으로 서해안에 몰려 있다. 심지어 지난 2015년 발표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에 따르면 앞으로 석탄발전소 20기가 추가로 건설될 예정이다. 이미 정부의 인허가가 내려졌고, 민간 자본이 투입된 상황이어서 되돌리기도 쉽지 않다.

 

화력발전은 원자력 다음으로 생산 비용이 저렴하다. 2016년 기준 1kWh당 연료비 단가를 비교해보면 원자력은 5.53원, 유연탄은 34.71원, 무연탄은 49.94원, LNG는 80.22원, 유류는 123.61원 순이다. 지난 15년간 정부 통계를 살펴봐도 국제 유가에 따라 변동은 있을지언정, 순위는 바뀐 적이 없다.

 

발전소는 건설 및 운영 주체에 따라 공공과 민간으로 나뉜다. 민간 사업자가 전기를 생산하면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한국전력이 이를 일괄적으로 사들여 공급한다. 문제는 한국전력이 생산 비용이 저렴한 순서로 전기를 사들인다는 점이다.

 

한강대교 인근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이 미세먼지로 가득 차 있다. 사진=고성준 기자

 

2016년 기준 대한민국의 시간당 전기 생산 설비용량은 105.9GW(기가와트)다. 물론 이는 공급 최대치로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이 전기를 모두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에너지 전환 효율 측면에서 연료비가 저렴한 원자력, 석탄, LNG, 석유 순으로 전기를 생산한다.

 

설비 용량만 놓고 보면 석탄과 LNG는 각각 32GW, 32.6GW로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지난해 전원별 발전량 비중을 보면 전체 발전량 중 석탄은 36.4%를 차지한 데 반해 가스는 20.9%에 불과했다. 설비 용량은 비슷한데 가동률은 크게 떨어지는 것이다. 민간 자본에서 석탄 발전소를 더욱 선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전기 생산 원가에 환경비용 포함해야

 

주무 기관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오는 하반기로 예정돼 있는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석탄발전을 축소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당장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감축할 뚜렷한 대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석탄 발전소의 가동률을 낮추고 LNG 발전소의 가동률을 높여 미세먼지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이러한 요구에 대해 정부는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는 국가적 관점에서 에너지 전환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가 깔려 있다.

 

한국전력은 민간 발전 사업자로부터 전력도매가격(SMP)을 정해 전기를 사들인다. 어떤 연료로 전기가 생산됐는지는 따로 구분하지 않는다. 전력도매가격은 국제 유가를 중심으로 여러 가지 요인이 종합적으로 검토돼 결정된다. 지난 2012년 SMP는 kWh당 160.12원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계속 하락하다가 2015년 101.54원, 2016년 76.91원으로 곤두박질쳤다. 경기 불황으로 전기 수요가 줄어들고 국제 유가도 지속적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력 생산원가가 높은 LNG 발전소의 가동률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 10년간 LNG 복합 발전소 가동률은 2013년 67.1%로 최고치를 찍고 계속 곤두박질치기 시작해 지난해 38.8%까지 떨어졌다. 반면 석탄 발전소는 지난해 최저치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76.7%다. 약 두 배의 격차가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환경단체들은 석탄 발전에 세금을 매겨 원가를 높이거나, 환경오염에 따른 비용을 원가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는 전체적인 발전 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반론도 있다. 지난해 한국전력의 연간 영업이익은 무려 12조 16억 원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밝힌 우리나라 대기 오염에 따른 사회적 비용 역시 연간 10조~12조 원 정도로 추산된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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