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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스업] 중독되지 않을 권리

스마트폰 중독, 일 중독, 운동 중독…제일 위험한 건? 정치인에 대한 중독 아닐까

2017.03.27(Mon) 12:36:38

[비즈한국] 며칠 전 오후 4시쯤, 업무로 방문했던 빌딩 주차장에서 실수로 손에 든 스마트폰을 떨어뜨렸다. 그동안 숱하게 떨어뜨렸지만 매번 멀쩡했던 그 녀석이 이번엔 드러누웠다. 화면이 켜지질 않았다. 그날 마침 아내는 홍콩으로 출장 갔던 터라 도착 이후 전화나 카톡을 했을 텐데 묵묵부답인 날 보며 뭔일인가 했을지도…. 업무적인 연락도 유난히 많던 날이라 일정 등을 다시 통화하면서 조율하자고 넘긴 것들도 여럿 있었다. 급한 연락들은 이메일로 보냈지만, 스마트폰이 없어지니 꽤 불편했다. 일이 끝나고 급하게 AS센터를 찾아갔지만, 이미 문 닫은 시각. 결국 다음날 AS센터로 달려갈 때까지 총 18시간 동안, 나는 스마트폰으로부터의 ‘자유’를 강제적으로 누렸다.

 

중독은 ‘그것 없이는 견디지 못하는 병적 상태’다. 우리 모두는 스마트폰 중독이 아닌지. 사진=flickr.com/kumarsedit


고백하자면, 한밤중 서랍을 뒤져 예전에 쓰던 스마트폰을 꺼내서 유심칩을 꽂으려는 나를 발견하곤 화들짝 놀랐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유심칩이 달라서 스마트폰으로부터의 자유는 중단되지 않았지만 이런 게 중독이구나 싶었고, 스마트폰 없던 시절엔 어떻게 살았나 싶기도 했다. 사실 이건 스마트폰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일종의 중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사전적으로 중독은 ‘그것 없이는 견디지 못하는 병적 상태’ 혹은 ‘어떤 사상이나 사물에 젖어 버려 정상적으로 사물을 판단할 수 없는 상태’를 뜻한다. 한국인은 하루 3시간 정도 스마트폰을 쓴다고 하는데, 대개 아침에 눈뜨면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이 스마트폰을 잡는 것이고, 잠자기 전 가장 마지막으로 하는 행동은 스마트폰을 내려놓은 것이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다. 그래서 한밤중 소파에 몽롱한 자세로 누워서 천장을 보며 생각했다. 내가 중독된 게 또 뭐가 있을까?

 

생각해보니 나는 일에도 좀 중독된 듯하다. 너무 바쁘게 일을 계속하고 있는데, 일이 주는 성취나 즐거움이라 우기며 워커홀릭임을 숨겨왔던 듯하다. 한국 남자들 가운데에는 워커홀릭이 유난히 많다. 기성세대에선 일이 가족보다 우선이라 여긴 이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나마 요즘 들어 일과 삶의 균형에 관심이 커졌지만, 여전히 한국의 많은 직장인들은 자발적이건 타의에 의해서건 워커홀릭이다.

 

통장 잔고에 대한 강박도 꽤 많이들 갖고 있다. 얼마를 모아둬야 하느냐에 대한 기준은 각자가 다를 수 있어도, 이런 기준을 목표로 삼지 않는 이들은 별로 없을 듯하다. 여전히 미래를 위한 준비를 돈이라고만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아마 전 세계에서 가장 물질만능주의가 견고한 나라가 우리나라가 아닐까? 그래서인지 한탕주의와 도박에 대한 중독도 만만치 않다. 국내 연간 도박 시장 규모는 합법과 불법을 합쳐서 100조 원 정도라고 한다. 과시와 체면을 가뜩이나 중시하던 이들은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중독적으로 일상을 과시한다.

 

개인적으론 자동차에 대한 중독도 있다. 가까운 거리도 걷기보단 차를 타고 다니는 걸 보면 아무래도 중증이긴 하다. 다행히 담배는 끊었다. 술도 크게 줄였다. 담배나 술이나 없으면 안 될것 같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나고 나니 없어도 아무 문제 없더라. 여자, 명품, 운동, 여행… 세상엔 별의별 중독이 많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중독은 사람, 특히 정치인에 대한 맹목적 중독이 아닐까. 사진=고성준 기자


맹목적으로 누굴 믿고 지지하는 것도 일종의 중독일 수 있다. 논리적, 이성적 판단은 하지 않은 채 무조건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 한다. 잘못이 드러났음에도 음모론이라 우기기도 한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사람에 대한 맹목적 중독이 아닐까? 

 

그 사람이 가족이나 연인이라면 그나마 낭만적이기라도 하다. 하지만 정치인이라면 좀 다르다. 정치인은 맹목적으로 따라야 할 대상이 아니다. 잘잘못을 따져가며 최선의 길을 가도록 도와줘야 한다. 특정 정치인을 위해 정치나 국가가 존재하는 게 아니기에, 언제든 과감히 내치고 더 나은 리더를 선택할 수도 있어야 한다. 낡은 구시대적 정치는 과감히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 맹목적 중독이 아니라,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것도 우리의 클라스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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