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원하는 공기업에 갔다. 그곳에서 만난 과장님, 부장님의 모습이 내가 원하는 미래는 아니었다.”
공기업을 다니다 AICPA(미국공인회계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남들이 바라는 선망의 직업을 걸어오다 갑자기 요가 강사로 전향했다. 주위에서 미쳤다고까지 했다. 그래도 그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 김은영 젠요가 여의도센터장 이야기다.
그녀가 속한 ‘젠요가’는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에 의해서 운영되는 조합 형태 기업이다. 요가를 통해 다양한 꿈을 꾸고 있는 김은영 센터장을 지난 17일 여의도지점에서 만났다.
―회사를 그만둔 계기가 있나.
“인생은 장단점이 있는 게 아니라 좋다 나쁘다의 차이다. 뉴스 보면 먹고 살기 힘들다고 하고, 내가 꾸는 꿈은 불가능한 꿈이라고 생각했다. 부모님이나 주변에서 안정적인 것이 좋다고 해서 공기업에 갔다. 안정적이고 좋았다. 월급도 많고 대우도 좋았다. 그런데 재미가 없었다. 공기업만의 좋은 점이 있지만 나한테 맞지 않았다. 거기서 본 과장님, 전무님은 각자의 삶에 만족하고 행복해한다. 내가 원하는 것은 안정적인 삶이 아니라 도전하는 삶, 새로운 도전이 들어오고 그걸 펼치는 삶을 원했다. 주어진 것들을 하는 삶은 아니었다. 그래서 내가 그들을 볼 땐 답답했다. 그렇게 살면 너무 숨 막힐 것 같아서 5년 있다가 나왔다.
―요가는 언제부터 했나.
“회사 다니면서 몸매 관리 차원에서 요가를 했다. 몸매 관리에 굉장한 효과가 있었다. 요가를 시작하기 전에는 독불장군이었다. 내가 원하는 대로 해야만 했다. 요가를 하고 나서 내가 얼마나 이기적이었는지, 주위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었을 지도 알게 됐다.
―미국 회계사 자격증을 취득한 이유가 있다면.
“사업을 하고 싶었다. 재무제표도 작성하면서 기업을 분석하는 회계사가 비즈니스 감각을 키우기 적합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한국보다 해외에 기회가 많다고 봐서 미국공인회계사를 취득했다.”
―왜 사업을 하고 싶었나.
“‘인생 어차피 한 번 사는 것인데 왜 안정적으로 살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안정적인 직장을 이유로 놓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원래 사업에 관심이 많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몰랐다. 다만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면서 나도 건강해지고 고객도 건강해지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요가 센터에 와보니 내가 그리던 큰 그림과 맞았기 때문에 같이 일하고 싶다고 했다. 예전에 하고자 했던 ‘힐링’ 사업이 지금의 요가 사업과 다르다고 보지 않는다.”
―미국으로 떠난다고 했을 때 주위 반응은 어땠나.
“서른두 살에 미국 간다고 하면 누가 안 말리겠나. 결혼도 안한다고 하니 누가 정상으로 보겠나. 부모님은 많이 불안해했다. 주변에서도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선택한 것에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끝까지 설득을 했다.”
―그렇게 가고자 했던 미국행은 왜 취소했나.
“아무 준비 없이 미국으로 떠나면 너무 힘들 것 같았다. 그때 미국에서 요가 티칭을 하면 페이가 세다고 들어서 요가 강사를 하려고 했다. 미국에서 티칭을 할 수 있도록 영어를 배우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하고 싶었던 힐링 사업이 여기 있었다. 미국을 갈 이유가 없었다. 비자 인터뷰 중 미국행을 취소하고 한국에 남았다.”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을 것 같다.
“부모님이 제일 반대했다. 부모님은 이해를 못하셨다. 친구들도 이해를 못했다. 요가를 그냥 일반적인 헬스로 생각했다. 충분히 설명 드렸다. 어머니한테 그냥 믿어달라고 했다. 보통 요가가 운동이라고 생각하시니까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요가는 운동을 넘어 삶의 밸런스를 맞춰줄 수 있는 도구 역할을 한다고 끝까지 설득했고 어머니도 믿어주셨다.”
―공기업을 다니면서 미국회계사 자격증을 취득한 비결이 있나.
“회사 다니면서 2년을 준비했다. 쉽지는 않았다. 공부는 평일에도 3시간 정도 해야 하고, 주말에는 12~14시간 해야 한다. 그럼 머리가 자기 의지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한번은 쉬어줘야 한다. 요가 홍보 같지만 쉬는 시간에 요가를 했다. 퇴근하고 요가를 1시간 하면 머리가 맑아진다. 그 다음 목욕을 하고 공부를 했다. 최대한 집중할 수 있는 컨디션을 만든 다음에 공부를 하되, 절대 12시를 넘기지 않고 잤다. ‘셀프 매니지먼트’가 중요했다. 주말에는 무조건 아침 9시부터 시작해 7시간을 공부했다. 7시간이 뇌가 작동할 수 있는 한계인 것 같다. 7시간이 지나면 의지가 있더라도 머리가 안 돌아간다. 이때 1시간 요가를 하고 다시 7시간 공부했다.”
―무언가에 도전하고 있는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하다 보면 결국 거기 가 있다. 그러니 끊임없이 도전하라’고 하고 싶다. 나는 이제까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했다. 남이 반대하는 건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확신이 들면 무작정 했다. 그러다 보니 원하는 곳에 와 있었다. 고민이 많다면 고민하지 말고 그냥 행동하라고 말하고 싶다.”
―가장 힘들었을 때는 언제인가.
“회계사 공부할 때다. 회계 전공도 아닌데다 영어를 못하니까 힘들었다. 고민만 했으면 미국 회계사를 못했을 것 같다. 고민을 안 하고 시험을 준비하고 보니까 ‘내가 이걸 왜 한다고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이미 시작을 해서 포기할 수 없었다. 그때 많이 힘들었다. 그래도 중심을 잘 잡고 ‘하던 것을 끝까지 마무리하자’는 마음으로 공부했고 결국 목표를 이뤘다. 목표를 이루니 힘들었던 문제들도 해결됐다.”
―꿈이 있다면 무엇인가.
“일단 젠요가를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리는 것. 젠요가의 여러 가지 사업을 통해 사회에 선한 가치를 전달하고 싶다. 언젠가 젠요가 혹은 젠요가가 하는 다른 사업, 또는 전혀 다른 분야의 CEO(최고경영자)가 되고 싶다. 어쨌든 CEO가 되는 것이 목표다.”
김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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