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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연임? 한국건설자원협회 ‘환경부 낙하산’ 파열음

환경부 고위 공무원 출신 독식에 현 김형섭 협회장 연임 앞두고 이사들과 골프회동 구설수

2017.03.22(Wed) 11:00:13

[비즈한국] 한국건설자원협회가 ‘환경부 관피아(환피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환경부 고위 공무원 출신들이 협회장을 독식해온 데다, 최근 5대 협회장이 연임을 위해 임원들과 함께 골프회동을 가졌다는 의혹까지 불거졌기 때문이다. 지난 17일에는 ‘환경부 낙하산 인사가 사라져야 한다’는 고충 민원이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되기도 했다. 

 

한국건설자원협회에 12년 연속 환경부 고위 공무원 출신이 협회장으로 취임해 건설자원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류철상 전 금강유역환경청장이 초대 및 2대 협회장, 변주대 전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위원장이 3·4대 협회장, 김형섭 전 원주지방환경청장이 5대 협회장을 지냈기 때문이다. 

 

한국건설자원협회는 건설 폐기물의 적정 처리와 고부가가치 자원화를 통해 국가의 환경 보전 및 경쟁력 향상을 위해 환경부의 승인을 받아 2005년 2월 설립된 민간단체다. 건설 폐기물 처리업체들이 주요 회원사들이다. 협회장의 임기는 3년이며, 1회 연임이 가능하다. 

 

‘환경부 관피아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 한국건설자원협회의 5대 협회장 김형섭 전 원주지방환경청장. 3년 임기를 마친 그는 6대 협회장 연임을 위해 단독 협회장 후보로 출마했다. 사진=한국건설자원협회​ 홈페이지

 

건설자원업계에서는 환경부의 낙하산식 인사가 한국건설자원협회로 내려온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환경부와 관피아의 합성어인 일명 ‘환피아’가 유행어처럼 떠돌 정도다. 환경부로부터 건설자원업체로 등록된 업체는 550개, 협회 가입사는 모두 374개다. 

 

한 내부 관계자는 “환경부로부터 협회장을 추천해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 벌써 6대째 환경부 고위 간부 출신이 낙하산 인사로 내려왔다”며 “정부기관이 민간단체 협회장 인사에 개입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일부 협회 관계자들은 정관이 개정되지 않으면 환피아 방지가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협회 정관에는 건설폐기물 허가 사업자만이 정회원이 될 수 있고, 정회원은 협회장을 포함한 임원의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있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단서조항에 대외전문가를 임원으로 선출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대외전문가의 자격 요건에 관한 내용은 정관에 언급돼 있지 않다. 

 

다른 내부 관계자는 “정관 제정 및 승인에 관여한 환경부가 애매모호한 내용을 삽입했던 것으로 안다. 환경부가 협회장 인사를 주무르려고 했던 것으로 의심된다”며 “협회장이 전문가인지부터 검증해봐야 한다. 관련 전공자도 아니고 자격증조차 없는 것으로 안다”고 지적했다. 환경부 고위 공무원 출신을 대외전문가로 인정해줄 수 없다는 얘기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환경부에서는 입장을 밝히기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건설자원업계의 비판이 거세다는 걸 알고 있다”면서도 “환경부가 어떤 입장을 밝혀야 할지 모르겠다. 낙하산 인사가 있었는지 확인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건설자원협회는 6대 협회장 선임을 앞두고 있다. 23일 협회 총회에서 단독 출마한 김형섭 5대 협회장의 연임 안건이 처리될 예정이다. 이를 두고 내부에서는 협회가 후보자 등록 일정조차 공지하지 않은데다 단독 후보가 공약조차 내세우지 않아 반발이 거세다. 하지만 협회장 의결권을 지닌 임원들 대다수가 지방환경청의 표적 감시 및 단속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김형섭 협회장의 연임이 사실상 확정된 것이나 다름 없다는 분석도 있다. 

 

앞서의 관계자는 “긁어 부스럼 나지 않을 업체는 없을 것이다. 다들 협회장 말 한마디에 불이익을 당할까봐 두려워하고 있다”며 “건설자원업계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비전문가가 억대 연봉을 받으며 협회장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건 분명한 문제”라고 꼬집어 말했다. 

 

한국건설자원협회 총회 진행 방식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사진=한국건설자원협회​ 홈페이지

 

총회의 진행 방식도 문제로 지적됐다. 한국건설자원협회에 따르면 총회의 진행을 5대 협회장이자 6대 협회장 후보인 김형섭 협회장이 맡을 예정이다. 협회장 후보가 선임 안건을 진행하게 된다는 얘기다. ‘반대하는 분 있습니까’ 대신 ‘다들 찬성하시죠?’라는 식으로 회의를 진행하면 반대 의사를 표명할 사람조차 발언권을 포기한다는 게 내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앞서 김형섭 협회장이 전북지회 골프모임을 가졌다는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협회장 의결권을 지닌 이사들 대다수가 참석한 이 자리에서 김형섭 협회장은 협회장 추천 및 선출에 도움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지회가 협회장 선출에 도움을 주기 위해 자리를 마련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으며, ‘김영란법’ 저촉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전북지회와 김형섭 협회장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강 아무개 전북지회장은 인터뷰 거절 의사를 밝혔고, 김형섭 협회장은 ‘비즈한국’의 연락에 수신을 거부했다. 

 

한편 한 건설자원업계 관계자는 환경부의 협회장 채용 압력 시정 요청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국민고충민원 신청서를 지난 17일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출했다. ​ 

유시혁 기자

evernuri@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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