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오늘, 2012년 3월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현대건설은 정기주주총회 결과를 통해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현대건설의 사내이사(기타 비상무이사)로 신규 선임됐다”고 공시했다.
이어 “김용환 현대자동차 부회장을 사내이사(기타 비상무이사)로, 2011년 6월 새로이 사장직에 오른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을 사내이사로 각각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날 현대건설은 서울 계동 본사 대강당에서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이같이 의결한 것이다.
정몽구 회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된 것은 2011년 3월 현대건설을 인수한지 1년여 만이다. 현대건설은 ‘왕회장’ 고 정주영 명예회장 창업의 모태가 된 회사다. 하지만 2000년 ‘현대 왕자의 난’으로 불리는 정몽구 회장과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 간의 경영권 분쟁이 일어났고, 이듬해 현대건설은 현대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돼 채권단의 공동 관리를 받게 됐다.
2010년 6월 채권단은 현대건설 매각 작업에 들어갔고,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이 참여했다. 현대건설 인수전은 시아주버니(정몽구 회장)과 제수(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간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재계에서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했다. 규모나 자금력에 있어 정 회장의 현대차그룹이 현대그룹보다 압도적이었기 때문. 현대그룹이 TV·신문 광고 등을 통해 고 정몽헌 회장을 내세우며 ‘현대차 깎아내리기’에 적극적이었던 반면, 현대차는 조용한 대응으로 일관했다.
모두의 예상을 뒤집고 현대그룹이 2010년 11월 16일 현대건설 인수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현대그룹은 4조 원대로 예상되던 인수가를 크게 웃도는 5조 5100억 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가 써낸 금액보다 4000억 원가량 높았다. 2010년 워크아웃 돌입 이후 10년 만에 현대건설이 현대그룹 품에 돌아올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변수가 작용했다. 현대건설 채권단이 한 달 만에 현대그룹과 맺은 현대건설 인수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해지하며 협상을 종료한 것이다. 채권단은 현대그룹이 제출한 인수자금 조달방안 중 현대상선의 프랑스 나티시스은행 예금 1조 2000억 원에 대한 자료가 미흡하다고 판단했다.
현대그룹은 “본입찰 때 문제 없다 판단했던 채권단이 이제 와서 발목을 잡는 것은 법과 입찰규정을 무시한 일방적 폭거”라고 반발했다.
일각에서는 정치적 외압이 작용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현대건설을 현대차그룹에 밀어주기 위해 ‘친MB 인사’ 등 특정 정치세력이 채권단 및 금융당국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현대그룹은 법원에 ‘채권단과 맺은 현대건설 인수 MOU 효력을 유지해 달라’며 가처분신청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현대건설은 2순위 예비협상대상자였던 현대차그룹 품에 안겼다. 인수 1년여 만에 정몽구 회장은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정 회장의 사내이사 참여는 우여곡절 끝에 품에 안게 된 현대건설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됐다. 당시 현대차그룹 측은 ”정몽구 회장의 이사 선임은 오너의 책임경영 강화와 동시에 건설경기가 불황인 가운데 그룹의 ‘3대 핵심 성장축’인 건설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은 현대차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이후 승승장구하고 있다. 2011년 11조 9201억 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18조 7445억 원으로 늘었다. 영업이익 역시 2011년 7540억 원에서 지난해 1조 527억 원으로 증가하며, 설립 이후 최초 영업이익 1조 원 돌파에 성공했다.
또한 현대건설은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과 함께 정 회장에서 아들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으로의 승계 과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회사다.
민웅기 기자
minwg08@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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