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 대통령의 검찰 소환이 이뤄진 21일 이른 새벽, 사람들이 교대역 10번 출구 부근 법원·검찰청 삼거리에 모였다. 누군가는 응원하는 마음으로, 누군가는 엄벌을 촉구하는 마음으로 제법 쌀쌀한 날씨에도 아침 잠을 포기하고 새벽부터 채비를 서둘렀을 것이다.
이들은 삼거리 양쪽에 서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 차량이 지나가는 짧은 순간이나마 자신들의 메시지가 전달되기를 바랬다. 한쪽에서는 ‘박근혜를 구속하라’고, 다른 한쪽에서는 ‘탄핵 무효, 검찰 해체’를 외쳤다. 출두 예정 시간 30분전인 오전 8시부터는 박 전 대통령이 지나갈 때에 딱 맞춰 외칠 구호를 연습하기도 했다.
아침 잠을 포기한 건 기자들도 마찬가지다. 그토록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박 전 대통령이 마침내 검찰 소환에 응한 매우 중요한 날이기 때문이다. 새벽부터 제한된 매체를 대상으로 기자들에게 비표가 발급됐고, 8시가 되자 비표 유무에 상관없이 아예 출입이 통제됐다.
비표를 받지 못한 일부 매체와 외신들은 검찰청 동문 출입구에 빼곡히 모여 박 대통령이 탄 차량이 서울중앙지검에 들어가는 장면이라도 담으려고 새벽부터 나와 있었다. 그나마도 자리 싸움이 치열해 입구를 중심으로 모든 빈틈없이 카메라를 든 기자들이 메웠다.
경찰도 빼놓을 수 없다. 박 전 대통령 소환을 지켜 보기 위해 모여든 사람과 그것을 취재하러 온 취재진을 합한 숫자보다 더 많은 경찰이 곳곳에 배치됐다. 이렇다 할 돌발 상황은 없었지만, 간간히 집회 참가자 양측의 충돌이 있었고 그럴 때마다 중재에 나서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8시 15분 방송 생중계를 통해 박 전 대통령이 삼성동 자택에서 출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법원·검찰청 삼거리는 급박하게 움직였다. 양측 집회 참가자들의 목소리가 한층 더 커졌고, 경찰들은 폴리스 라인을 2중 3중으로 빈틈없이 쳤다. 서울중앙지검 정문은 물론 주요 건물 옥상에도 이미 카메라 기자들이 제자리에 위치했다.
마침내 박 전 대통령을 태운 자동차가 테헤란로를 지나 교대역에 도착했다. 하늘에서 헬기 소리가 들리고 몇 대의 오토바이와 함께 검은색 에쿠스가 검찰청 삼거리에 등장했다. 불과 3초나 지났을까. 눈깜짝할 사이에 이 차량은 삼거리를 그냥 지나쳤다. 그리고 서초역 사거리에서 우회전 해 서문을 통해 검찰청에 진입했다.
검찰청 서문은 경호상의 이유로 전날 9시부터 출입이 아예 봉쇄된 곳이었다. 그래서 언론들도 소환 직전 박 대통령이 검찰청 정문(동문)을 통해 들어갈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동문에 진을 치고 있었던 취재진은 말할 것도 없고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과 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이들 모두 허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상황이 종료되자 한 친박집회 참가자는 “분명 차 안에서 태극기를 보고 힘을 얻었을 것이라고 믿는다”며 “검찰 조사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집회 측 사회자는 “뭐가 무서워서 정문이 아니라 뒷문인 검찰청 서문을 택했는지 모르겠다”며 “반드시 구속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박근혜 전 대통령은 9시 25분쯤 포토라인에 서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는 짧은 소감만 남기고 검찰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핫클릭]
·
[박근혜 소환 임박] ‘대목’ 섰으니 재벌총수들은 불구속?
·
[박근혜 소환 임박] ‘각별한’ 포토라인, 조사는 ‘법대로’
·
[박근혜 소환 임박] 불똥 튈라, 재계 조마조마…황창규 ‘뭉개기’
·
소환 통보에 다시 뭉치는 ‘박근혜 방패’들
·
박근혜 ‘진지전’ 돌입, 검찰 소환 ‘전두환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