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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아프리즘] 한국인은 행복해질 수 없는 것일까

인도인 방송 강연을 보고…물질적 풍요는 행복과 반비례한다는 논리는 편협하다

2017.03.20(Mon) 19:21:19

[비즈한국] 얼마 전 우연찮게 방송 프로그램에서 한국에 오래 거주한 인도인 방송인이 ‘행복’이란 주제로 강연을 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인도경제 연구자이자 인도에 머문 지 햇수로 5년차인 나에게 인도 관련 방송은 관심사다. 이번엔 한국 거주 경험이 있는 인도인의 강연이라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강연을 시청했다. 

 


행복이라는 주제였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강연의 절반 이상은 사기와 배신으로 얼룩진 험난한 한국 생활 적응기에 할애되었다. 하숙집 주인 아줌마부터, 매니저 형까지 부정적 일화는 끊이지 않았다. 중반 이상으로 가서야 촬영차 들른 인도 한 시골의 마을 청년으로부터 경제적으로 풍족하나 여유 없는 삶이 과연 행복한 삶이냐는 질문에 깨달음을 얻었다는 다소 진부한 이야기가 시작됐다. 결론적으로 강연은 ‘행복은 내 안에 있는 것’이라는 진부한 주제로 막을 내렸다.

 

‘화엄경’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사상을 강조한다. ‘행복은 결국 내 안에 있는 것’이라는 결론에 반박의 여지는 없다. 그러나 강연은 물질적 풍요와 정서적 빈곤이 갖는 괴리를 단정적으로 결론지음으로써 끼워 맞추기식 논리 그 이상, 그 이하도 보여주지 않았다.

 

방송 제작진의 의도인지는 알 수 없으나, 논지와 거리가 먼 ‘추한 한국’에 대한 시각은 불편했다. 방송 다음날 우리 언론들은 강연의 주제였던 ‘행복’이 아닌 외국인이 겪은 사기 이야기를 집중 보도하며 “부끄럽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모든 국민이 강연자가 겪은 사건들에 대해 죄책감과 미안함을 느끼고 반성을 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만 각박한 생활에 찌든 한국인은 행복하지 않고,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는 않지만 여유로운 인도인은 행복하다는 식의 논리에 나는 불편하다. 여유 있는 한국에 사는 한국인들은 행복할 수 없다는 선동적이고 감성적인 논리로 불행위를 강요당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참고로 지난해 발표된 행복지수에서 인도는 118위, 한국은 58위를 기록했다.

 

통신기술의 발달로 인해 대중매체의 사회화 기능이 확대되면서 지식은 물론 가치관과 태도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그와 비례해 사회적 책임이 증가했는지는 깊이 새겨볼 문제다. 매체와 대중 사이 책임 유무가 가늠키 어렵지만, 뛰어난 전달력과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중매체가 부정적이고 자학적인 메시지로 국민들에게 희망을 앗아가는 행위는 계도가 필요하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헬조선’ 등 자국을 비하하는 말들이 많이 쓰이고 있다. 물론 비판받을 부분이 있지만, 국가 전체를 놓고 본다면 외국에 비해 열악한 상황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사회체제의 과도기에 와 있기 때문이다. 이 과도기를 넘길 수 있는 힘은 국가에 대한 국민들의 믿음과 미래에 대한 희망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주지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박소연 국제학 박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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