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국내 전기차 보급은 전체 등록차량의 1%를 넘어선 정도지만, 화제성만으로는 전기차가 압도적이다. 테슬라, 한국GM, 현대·기아차 등 국내외 자동차 제조사들이 연이어 전기차를 출시하고 있고, 언론보도 등 관련 콘텐츠도 넘쳐난다.
동시에 전기차에 대한 회의론도 줄곧 제기된다. 전기차가 친환경적이지 않다거나 혹은 내연기관보다 공해물질 총량이 많다는 주장이다. 환경전문가들의 주장은 일리 있는 것도 있지만, 자동차전문가가 아니라 나오는 말들도 있다. 전기차에 대한 몇 가지 논란을 짚어보자.
1. 오염물질 배출 총량은 동일하다?
‘웰 투 휠(well to wheel)’이라는 말이 있다. 전기가 생산되는 곳(well)에서 자동차(wheel)까지의 에너지 총량을 따질 때 쓰는 말이다. 전기차 자체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제로(0)에 가깝지만, 발전소에서 나오는 오염물질까지 따지면 전기차와 내연기관 자동차의 에너지 소모량과 공해물질 배출량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전기차의 운행 속성을 감안하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일반적인 가솔린 자동차는 시속 60~80km에서 정속운행을 할 때 가장 연비가 좋다. 그런데 이렇게 운전할 수 있는 구간이 그리 많지 않다. 도심에선 신호대기로 멈춰선 경우가 많고, 고속도로에서는 너무 느린 속도다.
내연기관은 신호대기로 멈춰 있는 동안에도 엔진이 가동되고 있다. 전기차는 멈춰 있는 동안에는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는다. 에어컨을 돌리고 음악을 재생하는 전기는 들겠지만, 초당 5~6회의 피스톤 내 연소가 불필요하게 일어나지 않는다. 초당 5~6회는 가솔린엔진 정차 시의 엔진회전수인 600~700rpm(rotation per minute: 분당 엔진회전수) 기준이다. 쏘나타처럼 4기통 엔진이라면 멈춰 있는 동안에도 초당 20~24회의 폭발이 엔진 내부에서 일어난다.
따라서 전기차는 정체구간이 많은 도심에서 효율적이다. 상식적으로 자동차가 도로에 많이 몰리는 출퇴근 시간에는 시속 60km로 주행하는 시간보다, 멈춰 있거나 멈추기 위해 브레이크를 밟는 시간이 많을 것이다. 자동차 사용의 대부분이라 할 수 있는 출퇴근 시간의 짜투리 에너지 소모를 모으면 상당한 양이 된다.
2. 전기차 보조금으로 경유버스를 모두 교체할 수 있다?
노후화된 경유버스가 내뿜는 매연에 불쾌해본 경험을 가진 이들이 많을 것이다. 서울 시내버스는 거의 CNG(액화천연가스)를 사용하는 버스로 교체됐다. 경기도는 예산상의 이유로 경유버스가 많다. 얼마 전 서울시가 경기도의 경유버스 진입제한을 시도했을 때, 경기도민들이 “앞으로 서울시 쓰레기를 경기도에 버리지 말라”고 반발하며 무산된 바 있다.
현재 대당 2000만 원에 가까운 전기차 보조금 예산 총액으로 경유버스를 모두 교체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전기차에 주는 보조금은 환경개선보다는 미래산업에 대한 투자 목적이 크다. 이미 일본, 독일, 미국의 자동차 메이커들은 전기차 주도권을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내년 3만 5000달러의 ‘모델 3’를 판매할 예정이다. 현대차의 대표적 전기차 ‘아이오닉 일렉트릭’, 기아차의 대표 전기차 ‘쏘울 EV’보다 경쟁력 있는 가격이다.
경유버스가 아니더라도 출산지원, 육아지원, 취업지원, 은퇴지원, 노후지원에 쓸 세금을 전기차에 쓰는 건 ‘소 팔아서 자식 대학 보내는’ 것과 비슷하다. 적극적으로 전기차 시대를 대비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의 방어는 해야 한다.
3. 도심의 공해를 시골로 분산하는 것에 불과하다?
‘웰 투 휠’ 논리로 보면 시골에 위치한 발전소에서 전기를 만들어 도시에 있는 전기차가 사용하게 된다. 도시의 공해를 시골에 전가시키는 것이므로 비도적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다만 그런 주장은 전기차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가전제품에도 적용 가능하다. 도시 거주자가 편리하게 사용하는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는 땅값이 싼 시골에 있다. 굳이 전기차에만 그런 딱지를 붙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웰 투 휠’ 논리에서 간과한 부분은 열효율이다. 자동차의 효율성을 위해서는 가벼워야 한다. 엔진에서 나오는 열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완벽하게 바꾸려면 엔진의 밀폐도를 높여야 하는데, 그러려면 엔진블록을 두껍게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무게 때문에 오히려 운행효율이 떨어진다. 이동의 효율성을 위해 열효율을 희생한 것이다.
그러나 발전기가 한 곳에 고정돼 있다면 밀폐를 위해 벽을 두껍게 만들고 열효율을 높이기 위한 보조장치들을 대거 장착할 수 있을 것이다. 발전소의 열효율이 자동차의 열효율보다 높으므로,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내연기관보다 발전소 전기를 쓰는 전기차의 에너지 소모가 작다.
4. 배터리 폐기는 또 하나의 공해다?
전기차용 배터리에는 리튬이온 등 화학물질이 들어간다. 이런 물질들이 새로운 공해를 유발한다는 주장이 있다. 새로운 기술은 새로운 문제를 야기한다. 다만 기존의 내연기관과 비교했을 때 어떠한가를 따져볼 필요는 있다.
자동차 한 대에는 수많은 부품이 들어가는데, 운행에 필수적인 것으로 엔진, 변속기, 구동축, 등속조인트, 차동기어 등이다. 이 부품들은 자동차에서 가장 무겁다. 하나의 엔진에서 두 개의 바퀴 또는 네 개의 바퀴를 움직이기 위해 수많은 부품을 연결해야 한다. 또한 엔진과 변속기가 들어가는 부분이 차체의 상당한 공간을 차지한다.
전기차는 배터리와 전선으로 연결된 모터가 바퀴를 직접 구동하므로 복잡한 동력계 부품을 단순화할 수 있다. 엔진과 변속기가 들어가는 자리가 사라지므로 탑승공간은 그대로 두면서 차체를 작게 만들 수 있다.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 데 드는 자원 소모량이 내연기관보다 적다.
엔진오일, 냉각수, 미션오일 등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하는 오염물질도 확 줄어든다. 오일류는 무단 폐기의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전기차용 배터리는 크고 비싸기 때문에 수거율이 높다.
추운 겨울 밀폐된 자동차 안에서 시동을 켜고 잠들었다 사망한 뉴스를 종종 볼 수 있다. 자동차 매연에 포함된 일산화탄소 때문이다. 시내버스 정류장, 지하주차장 등 매연농도가 높은 곳은 인간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운전자 개인의 입장에서 친환경이라는 대의를 위해서가 아니라, 쾌적한 생활을 위해서도 전기차 보급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기술 외적인 부분은 정부와 기업이 해결해야 할 몫이다.
우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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