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소송과 재선거를 치르는 진통 끝에 박홍배 후보가 제5대 KB국민은행 노동조합 위원장에 당선됐다. 성과연봉제 도입 반대파인 박 위원장이 노조를 이끌게 되면서 국민은행의 노사관계가 간단치 않을 전망이다.
박근혜 정부는 공기업·준정부기관에 이어 금융권에까지 성과연봉제 도입에 드라이브를 걸어왔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와중에서도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올해부터 성과연봉제를 시행하라고 시중은행에 압박해 왔다.
이에 발맞춰 지난해 12월 12일 국민은행을 포함한 7개 시중은행이 일제히 이사회를 열고 성과연봉제 도입을 의결했다. 아울러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금융권에서 성과연봉제 도입 동력이 상실된 가운데서도 KB금융 전 계열사로 확산을 추진해 계열사 노조와 마찰을 빚어 왔다.
박홍배 위원장은 지난 15일 제5대 국민은행 노조위원장 당선증을 받았다. 앞으로 그가 이끄는 국민은행 노조는 인수위원회와 노조 집행부 수립 절차를 거쳐 오는 4월 5일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17일 박 위원장은 ‘비즈한국’과의 통화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을 저지하겠다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사측과 협의, 단체협약 등 일련의 모든 노사 협의 과정에서 국민은행 전체 직원들의 뜻을 따르겠다”며 “당선증을 수령한 후 허권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위원장을 만났고 금융권 전반에 대한 성과연봉제 도입을 저지하는데 금융노조가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전달 받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성과연봉제를 통해 직원의 성과를 정확히 계량해 측정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더 많은 성과급을 받기 위해 동료와 선후배의 실적을 가로채고, 실적에 도움 안 되는 일은 서로 미루고, 무리하게 실적을 늘리는 일이 반복될 수 있다”며 “결국 기업도 영속하지 못하고 직원도 경쟁과 갈등, 반목과 불만 속에서 조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도입을 반대한다”라고 덧붙였다.
국민은행은 2012년 업무성과가 부진한 직원들을 상대로 재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성과향상추진본부를 운영했던 적이 있다. 교육을 받은 후 영업목표를 채우지 못하면 감봉, 면직 등 징계 조치를 추진했다. 성과연봉제와 상당히 유사한 개념이었다. 당시 박 위원장은 노조 간부로서 강제적인 구조조정 수단일 뿐이라며 강력히 반발했고 결국 국민은행은 성과향상추진본부를 1년 만에 폐지했다.
박 위원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스트레스만 가중되었고 경쟁으로 인해 직원들의 협업에도 문제가 생겼다. 동기부여를 통한 성과향상을 기대한 사측도 결과에 만족하지 못해 1년 만에 원래의 집단성과급제로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그의 입장과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려는 사측과의 마찰은 불가피했다. 지난해 12월 열린 노조위원장 선거에서 박 위원장은 2차 투표 끝에 당선됐고 당선증을 받았다. 하지만 국민은행 지부(노조) 선거관리위원회는 그가 선거법을 위반했다며 경고 3회, 주의 3회란 중징계를 결정하면서 당선 무효처리했다.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지만 기각됐다.
선관위는 그의 후보자격 박탈까지 시도했지만 그는 법원으로부터 후보 자격을 인정받아 재선거에 출마할 수 있게 됐다. 결국 지난 8일 열린 노조위원장 재선거에서 다섯 명의 후보가 경합한 가운데 그는 1차 투표에서 득표율 57%로 당선됐다.
하지만 선관위는 또 다시 그가 12건의 선거규정 위반 혐의에 대해 징계양형을 심의했다. 선관위는 지난 13일 1건의 경징계를 결정했고 15일까지 다른 후보들의 이의 신청이 없어 결국 그에게 당선증을 교부했다. 복수의 국민은행 직원들은 선거 과정에서 “간부급들이 면담 등을 통해 박 후보 말고 특정후보를 지지하라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토로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노조위원장 선거에 사측은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 박홍배 위원장의 당선이 확정됐으며 더 이상 노조에서 위원장 선출 문제로 불협화음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추진하는 개념은 성과연봉제라기보다 성과주의문화가 정확한 표현이다. 성과연봉제는 1년 연봉을 확정한다는 개념이고 성과주의문화는 성과에 따라 적정한 보상을 한다는 의미다”며 “무엇보다 노사 협의를 통해 합의가 이뤄져야 최종 시행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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