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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자찬’ 한미 FTA 5주년 세 가지 그림자

서비스·자동차·농산물…양적 성공 이뤘으나 질적으론 미국에 뒤져

2017.03.17(Fri) 09:19:53

[비즈한국] 지난 15일 한미 FTA 5주년을 맞아 산업통상자원부, 한국무역협회,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는 코엑스에서 대대적인 행사를 가졌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제프리 존스 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 김인호 한국무역협회 회장 등이 축사를 하는 등 공식적인 한미 FTA 5주년 기념 행사였다. 

 

2012년 3월 15일 발효된 한미 FTA는 5주년을 맞고 있다. 정부는 한미 FTA가 성공적이라 평하고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좋아할 일만은 아닌 것으로 지적된다. 사진=우종국 기자


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한미 FTA의 지난 5년간의 성과는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됐다. 한미 FTA 발효(2012년 3월 15일) 전인 2011년 대미(對美) 상품 수출은 562.1억 달러에서 발효 5년차인 2016년 대미 수출은 664.6억 달러로 18.2% 증가했다. 대미 수입은 2011년 445.7억 달러에서 2016년 432.2억 달러로 소폭 감소했다. 5년간 수출은 늘고 수입은 줄어 대미 무역수지는 2011년 116.4억 달러에서 지난해 232.5억 달러로 99.7% 늘었다. 

 

미국측도 한미 FTA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제프리 존스 전 회장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TR)에 따르면 한미 FTA가 없었다면 2015년 미국의 대한(對韓) 상품무역 적자는 440억 달러였을 것으로 추정되나, 한미 FTA의 영향으로 적자규모는 283억 달러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에서는 한국 제품의 점유율이 발효 전 2.57%에서 지난해 3.19%로 늘었고, 한국에서의 미국 제품 점유율도 발효 전 8.50%에서 지난해 10.64%로 늘었다”고 말했다. 

 

행사는 한미 FTA를 자찬하는 자리였으므로 아쉽거나 부족했던 것에 대한 평가는 발표되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이 마냥 한미 FTA 성과를 좋아해야만 하는 것인지는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 상품 무역보다 서비스 무역이 중요하다

 

무역은 크게 상품, 서비스, 투자로 나뉜다. 한국은 대미 상품 수출에서 무역수지가 증가하고 있지만, 서비스 교역에서는 140.9억 달러 적자다(이하 2016년 기준). 상품무역에서 232.5억 달러 흑자였으나 서비스까지 포함한 무역수지는 117.2억 달러 흑자에 그친다.

 

서비스 수지 중 가장 큰 부분은 여행서비스로 67.2억 달러 적자다. 미국인의 한국 여행보다 한국인의 미국 여행이 더 많았다. 둘째로 지적재산권 사용료로 57.3억 달러 적자다. 서비스 수지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는, 상품 수출보다 서비스 수출의 부가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제조업의 영업이익률은 10%를 넘기 어려운데, 서비스 수지 중 여행과 지적재산권은 원가가 높지 않다. 미국은 베짱이 방식, 한국은 개미 방식으로 돈을 버는 셈이다. 단순히 상품 교역 수지가 증가했다고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 미국산 자동차 수입 증가의 속내

 

한국의 미국 자동차 수입액은 2011년 3.5억 달러에서 2016년 16.8억 달러로 5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미국차의 한국시장 점유율도 9.6%에서 18.1%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주의해서 볼 것은 ‘미국차’가 미국 브랜드는 아니라는 점이다. 한미 FTA 발효에 즈음해 도요타는 미국에서 생산된 캠리, 시에나, 벤자를, 닛산은 알티마, JX를 미국에서 한국으로 들여왔다. 2012년 당시 ‘미국산 일본차’는 GM 캐딜락, 포드, 크라이슬러의 미국차 ‘빅3’의 수입량에 육박했다. 

 

2013년부터는 혼다도 어코드, 크로스투어, 오딧세이, 파일럿을 미국에서 들여왔다. 독일차 브랜드들도 미국산을 대거 들여왔다. 폭스바겐 파사트, 메르세데스-벤츠 M 클래스, BMW X1, X3, X5 등이 미국산이다. 

 

2012년 한미 FTA 발효 당시 정부는 “FTA 효과로 미국에 수출하려는 해외 기업들이 한국에 공장을 지으려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일본이나 중국의 자동차 회사가 미국 수출을 위해 한국에 공장을 대거 짓지는 않았다. 

 

대신 미국에 공장을 지은 많은 타국 기업들이 한미 FTA를 이용해 미국 생산 제품을 한국으로 수출했다. FTA의 투자 유발 효과를 한국보다는 미국이 더 많이 보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런 내용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FTA가 미국 일자리를 뺏어 갔다’는 주장을 반박할 만한 내용이다.

 

# 쇠고기 등 농산물의 미국산 수입 증가

 

쇠고기, 오렌지, 커피류, 포도주 등에서는 미국 제품의 수입이 확연하게 늘었다. 2011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액은 6억5300만 달러였으나 2016년 수입액은 10억 3500만 달러로 58.4% 늘었다. 오렌지 수입액은 2011년 1억 6180만 달러에서 2016년 2억1000만 달러로 늘었다. 특히 레몬 수입액은 같은 기간 890만 달러에서 3080만 달러로 246% 증가했다. 

 

와인 수입액은 2011년 1230만 달러에서 2016년 2180만 달러로 늘었다. 로열제리 수입액도 같은 기간 3억 160만 달러에서 6억 3290만 달러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커피류 수입액은 같은 기간 3270만 달러에서 7230만 달러로 2배 이상 늘었다. 

 

한미 FTA 체결 당시 국내 소 사육농가에 대한 지원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꾸준히 늘고 있다면 국내 농가 지원에도 좀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또한 오렌지, 레몬 등 수입과일이 국산 과일을 대체하는 비율이 늘고 있어 과수농가 지원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한국 정부는 한국이 맺은 여타의 FTA 성과에 대해 알리고 싶은 부분만을 강조해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데 노력해왔다. 그러나 단순히 상품 분야 무역수지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수출의 질까지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 

우종국 기자

xyz@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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