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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이사회 vs 피해자단체 ‘주주명부 줄다리기’ 진짜 이유

이사회 의결 대상 금액 대폭 상향, 일부 사업부문 매각 관측에 채권자 비대위 반발

2017.03.16(Thu) 18:56:44

[비즈한국] 옛 동양그룹의 모회사 동양의 최대주주이자 지난해 4분기 계열사로 편입한 유진그룹이 동양의 실질적 경영권 장악을 위한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동양그룹 채권자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권리 확보 차원에서 주주명부 제공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동양은 현행 상법상 근거에도 수개월째 비대위에 주주명부를 제공하지 않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 사진=유진기업 홈페이지

 

동양 사태는 동양 기업어음(CP)에 투자했다가 2013년 동양그룹의 부도로 피해자 수만 4만여 명, 피해금만 1조 7000억여 원에 달하는 사건이다. 2014년 3월 법원은 동양이 피해자들에게 채권 원금의 55%를 주식으로, 45%를 현금으로 10년에 걸쳐 분할 상환하는 조건의 회생계획안을 인가했다. 따라서 현재까지 피해자들이 동양의 전체 주주 중 상상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피해자들의 모임이 비대위다.

 

비대위는 동양을 둘러싼 최근 움직임을 유진이 동양의 현금성 자산에 눈독을 들이고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동양의 일부 사업부문을 매각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동양은 법정관리 상태였던 2015년 8월 옛 계열사인 동양시멘트를 삼표그룹이 인수하면서 채무를 변제했고 지난해 2월 법정관리를 졸업했다. 이를 통해 동양은 현재도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현금성 자산 4000억여 원을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진은 삼표가 동양시멘트를 인수한 시점부터 동양의 지분을 사들였고 지난해 10월 기준 주력 계열사인 유진기업과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동양 지분 30.03%를 보유하고 있다. 

 

최대주주지만 이사회에 참여하지 못하는 반쪽 경영권을 행사해오던 유진은 지난해 말 이사회 장악에 나섰다. 유진은 지난해 12월 동양 임시 주주총회에서 유경선 회장 동생인 유창수 유진투자증권 대표, 정진학 유진기업 사장, 이동명 변호사 등 유진 쪽 인사 세 명을 이사회에 진입시켰다. 

 

또한 동양은 같은 달 이사회를 열고 김용건 대표를 해임했다. 동양은 오는 24일 정기주총을 열고 김용건 전 대표와 오수근, 정동민, 이헌욱 사외이사를 해임하는 안건을 다룬다. 문제는 주총 해임 안건에 오른 네 사람은 법원으로부터 동양의 적대적 M&A(인수·합병)를 막기 위한 보호 장치 차원에서 임기를 2018년 12월 31일까지 보장받았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김 전 대표는 내년 말까지 임기가 남은 상황에서 해임됐다. 그의 표면적인 해임 사유는 실적부진으로 발표됐다”며 “하지만 그가 동양의 자사주 매입을 주도해 경영권 방어에 적극적이었다는 점에서 유진 쪽에서 불편해 했고 이로 인해 해임됐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사회 구성이 변모되자 동양은 지난 1월 이사회를 열고 의결을 거쳐야 하는 금액 기준을 대폭 상향했다. 구체적으로 특수관계인과 영업을 제외한 거래, 자금대여·담보제공·연대보증의 경우 6개월 누적 30억 원 이상일 경우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했지만 100억 원으로 늘렸다. 영업용이나 비영업 자산의 취득이나 처분의 경우 10억 원 이상이면 의결 절차를 거쳐야 했지만 300억 원으로 30배 늘렸다. 

 

비대위는 유진이 동양의 현금성 자산에 눈을 돌리는 과정이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한다. 지난해 9월 기준 유진에서 실질적 동양 인수 주체인 유진기업의 현금성 자산은 단기성금융상품을 포함해 동양 4028억 원에 비해 훨씬 적은 717억 원 규모다. 금융감독원은 유진기업이 2014~2016년 3년간 손실 항목인 대손충당금을 과소 계상했다며 현재까지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유진은 2014년 161억 원 흑자에서 51억 원 적자로 전환됐다.

 

김대성 비대위 대표는 “동양 사업부문 중 경쟁력이 떨어지는 섬유나 건설플랜트 사업 부문에 대해선 유진에서 매각을 추진하려 한다는 관측도 시장에서 끊이지 않고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럴 경우 주주가치 손실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지난해 말부터 주주명부를 제공하라고 동양에 촉구하고 있다. 상법 시행령은 주주와 회사채권자가 언제든지 서면 또는 파일의 형태로 전자주주명부에 기록된 사항의 열람 또는 복사를 청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비대위는 동양이 지난해 11월 말일 기준 일부 소액주주에게 주주명부를 제공했지만 비대위에겐 제공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비대위에서 동양에 주주명부 제공을 요청하는 이유는 주주의 권리로서 명백히 따져보겠다는 의도에서다”라며 “현행법상 주주들의 동의 절차를 거쳐 3%의 지분을 확보하면 임시 주총을 열 수 있다. 주주명부를 제공받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면 되지만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발생한다. 동양은 즉각 주주명부를 제공하라”고 촉구했다.

 

동양 사옥. 사진=비즈한국DB

 

이에 대해 유진 관계자는 “동양은 지난해 4분기 이후 계열사가 돼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며 “김용건 전 대표에 대한 해임 건은 동양 이사회에서 결정한 사안이다. 동양의 일부 사업부문에 대해 매각 여부에 대해서도 동양 이사회에서 결정할 사안이다”라고 해명했다.

 

동양 관계자는 “비대위가 주주명부 제공에 대해 당사에 대해 명확한 이유를 밝히면 제공을 검토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비대위는 명확한 제공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에 일부 소액주주에게 주주명부를 제공한 이유는 그 주주가 주주들에게 위임장 권유 활동을 하겠다는 명분을 밝혔기 때문이다”며 “주주명부에는 주소 등 개인 정보에 대한 내용들도 상당수 기재돼 있다. 함부로 제공했다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그간 법정관리에서 회사 규모에 비해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할 지출 대상이 너무나 많았고 빈번하게 이사회가 열려왔다. 법정관리를 졸업한 만큼 회사 규모에 맞춰 금액을 상향했으며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결정된 사안으로 주총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라고 덧붙였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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