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대증권의 매각주관사인 산업은행이 최근 진행한 인수의향서(LOI) 접수 마감 결과 DGB금융지주, 일본의 금융그룹 오릭스, 사모투자펀드(PEF)인 파인스트리트와 자베즈파트너스 등이 예비입찰을 위한 LOI를 제출했다.
이번에 매각하는 현대증권 지분은 현대상선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25.9%)을 포함해 36%로 시장에서 예상하고 있는 매각가격은 6000억원 이상이다. 현대증권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인 현대자산운용과 현대저축은행도 매각대상에 포함돼 있다.
산업은행은 원활한 매각을 위한 자회사 분리매각 가능성도 열어뒀다. DGB금융지주는 현대증권 전부가 아닌 현대자산운용만 인수하기 위해 LOI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증권과 자회사들을 별도로 매각하는 방안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다.
유력 인수후보로 꼽히던 현대자동차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 등은 참여하지 않았다. 다만 이날은 1차 마감이어서 추가로 의향서를 제출하면 인수전에 참여할 수 있다. 산업은행은 예비입찰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하지 않았더라도 인수에 관심을 가진 투자자들에게 추가로 의향서를 받기로 했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증권은 시가총액 1조원이고, 작년 우선주 배정을 보통주로 전환하면 자기자본은 3조원 정도로 된다. 그렇게 된다면 프라임브로커 서비스가 가능해져 장점이 오히려 커질 것이다. 현재 3조원이 넘는 증권사로는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대우증권, 현대증권 정도다.”고 말했다.
프라임브로커(PB)란 헤지펀드가 운용될 수 있도록 펀드에 기초자산과 투자금 등을 지원하는 투자은행(IB)을 말한다. 증권사들이 프라임브로커 업무를 하고자 하는 이유는 기존의 IB 업무는 기업의 IPO와 자금조달 주선 업무로 이루어져 있지만, 프라임브로커의 경우는 일반 주선 업무에 비해 자금모집, 순용자금대출, 주식매매위탁 등 다양한 분야를 취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예비입찰에 참가하지 않은 현대차와 현대중공업이 결국 현대증권을 흡수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관계자는 “현대증권은 최근 한진해운의 상황과 상당히 비슷하다. 한진해운은 2006년 조수호회장이 별세하면서 회사 상황이 안 좋아졌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운업이 장기 침체에 빠지면서 유동성 문제를 겪어왔다. 이로 인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으로부터 운영자금을 긴급 수혈현대증권의 최대주주는 현대상선 22.4%, 현대상선의 최대주주는 현대엘리베이터가 23.73%, 현대중공업 20.03%, 현대건설이 6.53%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현대증권의 최대주주인 현대엘리베이터는 쉰들러 홀딩과의 소송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따라서 자금 여력이 현저히 약회된 현대그룹 계열사 중 현대증권은 현대차에게, 현대상선은 현대중공업에게 인수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이렇게 된다면 현대그룹은 주력 계열사를 잃어 남는 것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