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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 경제팩트] 경제학의 본령은 예측이 아니라, 경제적 분석방법에 있다!

“지금도 3월에 연준이 금리인상 안한다고 보세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

2017.03.13(Mon) 11:03:48

[비즈한국] 요즘 블로그 방문객이 부쩍 늘었다. 탄핵과 사드 사태 등으로 인해 세상이 너무 복잡하고 위험해 보여 ‘경제학자의 예측’에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리라 생각된다. 특히 최근 유입된 방문객들이 관심을 가지는 글은 2월에 발간한 보고서, ‘3월 FOMC, 금리인상 가능성 높지 않다’다. 매일처럼 “지금도 3월에 연준이 금리인상 안한다고 보세요?”라는 질문이 달리니까 말이다. 

 

이 대목에서 잠깐 금융 사기꾼들이 자주 사용하는 수법 하나를 살펴보자. 자기를 믿고 돈을 맡기면 큰돈을 벌어주겠다고 광고해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의 수법은 다음과 같다. 

 

첫 달은 무작위로 수집된 10만 명의 주소(혹은 이메일로) 편지를 보낸다. 5만 명에게는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예측을 담은 편지를, 다른 5만 명에게는 주가가 빠질 것이라는 예측을 담은 편지를 발송한다. 

 

한 달이 지난 후 주가가 오르면,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예측을 담은 편지를 보냈던 사람만 다시 편지를 보낸다. 2만 5000명에게는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내용을, 남은 2만 5000명에게는 주가가 빠질 것이라는 예측을 담은 편지를 보냄은 물론이다. 

 

이런 식으로 6개월이 지나면 ‘백발백중의 예측력을 가진’ 편지 발송인에게 감명 받은 1000여 명의 투자자들이 남게 된다. 물론 이들 모두가 사기꾼의 펀드에 돈을 불입하지는 않겠지만, 사기에 속아 넘어갈 가능성은 굉장히 높아질 것이다. 

 

반면 자신의 성과를 낱낱이 공개하는 사람은 인기가 별로 높지 않다. 실패와 성공을 거의 50 대 50으로 반복하며, 적나라한 실패의 사례가 보이는데 신뢰가 가지 않을 테니까. 그러나 앞의 사기꾼 사례에서 보듯, 자신의 성패를 공개하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필자라고해서 성공담만 남기고 실패한 예측을 지워버리고 싶지 않을까. 그러나 경제학의 본령은 예측이 아니라, 경제학적인 분석에 있기에 앞으로 더 나은 분석을 위해 반면교사 거리로 남겨두는 쪽을 택할 뿐이다. 

 


오늘 소개하는 책 ‘냉정한 이타주의자’는 이런 생각에 딱 들어맞는다. 사람들은 끔찍한 가난으로 고통 받는 사람, 특히 눈빛이 애처로운 아이의 사진을 보면서 기부를 결심한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 윌리엄 맥어스킬은 “잠깐! 당신의 돈이 정말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지 고민해봅시다”라고 제동을 건다. 

 

기부금이 잘못 사용된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플레이펌프’다(책 13~14페이지).

 

남아프리카 사람 트레버 필드는 한 농업 박람회에 갔다가 특이한 급수(汲水) 펌프를 발견했다. (중략) 이 펌프는 가난한 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동펌프나 풍력펌프와는 달랐다.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빙글빙글 돌리면서 노는 회전 놀이기구인 일명 ‘뺑뺑이’와 펌프 기능을 결합시켜 아이들이 기구를 돌릴 때 발생하는 회전력으로 지하수를 물탱크까지 끌어 올리는 원리였다. (중략)

 

필드는 당시를 회상하며 “아프리카 아이들은 할 일이 거의 없어요. 이렇다 할 놀이기구도 없고 책도 부족한 형편이죠. 그런데 물을 긷는 건 어느 집에서나 큰 문제거든요. 플레이펌프를 보는 순간 이만한 아이디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출처=The PlayPump: What Went Wrong?


언뜻 보기에는 멋진 아이디어다. 그리고 수많은 기부단체는 필드의 주장을 받아들여 어마어마한 돈을 플레이펌프 생산과 보급에 투입했다. 결과도 만족스러웠을까? 

 

실상은 전혀 달랐다(책 16~18페이지).

 

월드비전이나 유니세프에서 비관적 보고서가 쏟아졌다. 대대적인 광고와 각종 수상실적, 수백만 달러의 자금지원에도 불구하고 여태 그 누구도 플레이펌프의 실질적 효과를 진지하게 검토해 보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뺑뺑이는 가속도만 붙으면 저절로 돌아가는 놀이기구다. 아이들이 신나게 타는 것도 그래서다. 그런데 물을 끌어 올리는 동력을 공급하려고 쉴 새 없이 힘을 가해 돌리다 보면 아이들은 금세 지치고 만다. (중략) 결국 뺑뺑이를 돌리는 건 여자들의 몫이 되었다. 하지만 성인 여성들에게는 전혀 즐겁지 않을뿐더러 품위 없고 모욕적인 ‘일거리’일 따름이다. (중략)

 

겉보기에는 매력은 떨어져도 기능은 훨씬 더 뛰어난 기존 수동펌프에 비해 플레이펌프는 어느 모로 봐도 열등했다. 그런데 플레이펌프의 대당 가격은 1만 4000달러로 4배나 비쌌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그 답은 간단하다. 경제성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 없이, 직감적인 판단을 내렸기에 어마어마한 돈이 낭비되고 또 아프리카 여성들이 굴욕감을 맛보았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방법은 바로 수지타산을 냉정하게 따져보고 결정하는 것이다. 

 

그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기생충 구제’사업이다(책 20~21페이지).

 

ICS는 아이들의 학교 출석률과 성적 향상에 목적을 두고 교사/교재/교복 등을 후원하고 있었다.  (중략) 크레머는 무작위 대조시험으로 사업효과를 측정해볼 것을 제안했다. (중략)

 

우선 학교에 교과서를 지급하는 사업의 효과를 살펴보았다. 학생 30명이 1권의 교과서를 보는 경우가 많아 교과서를 지원하면 분명 도움이 될 터였다. 그런데 교과서를 지원받은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의 시험 성적을 비교한 결과 웬일인지 최상위권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략)

 

물질적 지원이 효과가 없다면 교사수를 늘려보면 어떨까. 대다수 학교에서 교사 1명이 대규모 학급을 담당하는 실정이니만큼 학급당 학생 수를 줄여보기로 했다. 이번에도 효과는 없었다.

 

직관적으로 보기에는 분명히 효과가 있어야 하는데, 왜 학생들의 성적에 변화가 없었을까. 이 고민을 풀기 위해 다양한 대조실험을 하던 ICS와 크레머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었다(책 22페이지).

 

세계은행에서 근무하던 한 친구가 기생충 구제시험을 권했다. 선진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기생충에 대해 잘 모르지만, 전 세계 10억 명 이상이 기생충에 감염되어 있다. 에이즈, 암, 말라리아처럼 수많은 목숨을 앗아 가는 것은 아니어도 기생충 감염으로 병드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푼돈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중략)

 

기생충 감염 치료가 학습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해 봤더니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크레머는 “기생충 구제가 그렇게나 효과가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학교 출석률을 높이는 데 비용 대비 효과가 가장 뛰어난 방법이었어요”라고 말했다. 

 

플레이펌프에 들인 돈의 일부만 있었더라도 케냐 전역의 학생들에게 구충제를 먹여, 학업 성취도를 비약적으로 올릴 수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무분별한 선행은 오히려 무익할 때가 많다. 

 

반대로 크레머와 ICS처럼 신중하게 조사하고 ‘비용대비 효과가 가장 큰 사업’에 집중하는 태도를 지니면, 최소한의 자금으로 엄청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리고 기부자의 입장에서도 무익한 사업에 투자해 실망해, 추가적인 기부를 중단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기쁨을 누릴 수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잘 보여주었듯, 경제학자들도 경제위기를 예측하는 데 대단히 무능하다. 그러나 경제학자가 예측하지 못했다고 해서 ‘경제학은 쓸모없다’는 식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ICS 사례에서 보듯, 비용대비 효율을 측정하고 더 효과적인 자선단체에 자금을 몰아주도록 유도하는 등 경제적 방법론이 기여하는 곳이 수없이 많기 때문이다. 

홍춘욱 이코노미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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