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헌법재판소가 1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을 인용하면서 박 대통령은 헌재 결정과 동시에 대통령직에서 파면됐다. 헌재의 인용 결정으로 한국 정치는 물론 경제까지도 당분간 격랑에 휩싸이게 됐다. 정국이 대선체제로 재편되면서 연이어 터지고 있는 국내외 경제적 이슈에 대한 대응력이 떨어지게 된 때문이다. 또 박 대통령 파면으로 국내 반(反)기업 정서가 더욱 강해지면서 기업들의 활동도 위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다만 기각이 됐을 때 불어 닥쳤을 경제적 혼란에 비하면 그나마 나은 편이다.
헌재가 이날 박 대통령 탄핵안을 인용하면서 다음 대통령을 뽑을 대선은 앞으로 60일(5월 9일) 이내 치러지게 됐다. 박 대통령 탄핵으로 각 정당이 본격적인 대선 체제를 가동했지만 각종 경제적 이슈에 대한 정부의 대응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는 상태다.
당장 현재 황교안 국무총리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는 심각한 레임덕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차기 정부 출범이 60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민감한 사안에 손을 대기도, 새로운 정책을 내놓기도 어렵다.
특히 황 총리의 마음이 콩밭(대선)에 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정부가 현재와 같은 어려운 경제적 상황에 대처할 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황 총리의 대선후보 지지율은 9일 리얼미터 조사에서 19.7%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46.8%)에 이어 2위다. 황 총리가 대선 출마를 위해서는 대선 30일 전까지만 권한대행 직에서 물러나면 된다.
이런 상황에 한국 경제 발등의 불이 된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나오기는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중국이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롯데 제품 불매, 통관 제한, 한국 관광 중단 등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부는 제대로 된 대응을 못하고 있다. 게다가 민주당이 사드 배치 문제는 국회 비준 동의 사안이라고 당론을 채택해 이 문제를 다루는 공직자들은 목을 내놓아야 할 처지다.
정부의 대응력 부재는 자칫 ‘4월 위기설’을 현실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4월 위기설의 핵심은 대우조선해양 회사채(4400억 원) 만기와 미국 재무부 환율보고서가 나오는 4월에 한국 경제가 잇따라 충격을 받고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황 총리가 이끄는 정부가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상환과 미 재무부 환율보고서에 대응에 나선 상황이지만 힘 빠진 정부의 목소리가 시장이나 미국 정부에 얼마나 먹힐 지는 미지수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대선이 끝난다고 해도 바로 해결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조기 대선이 실시될 경우 차기 대통령은 정권인수위원회 없이 당선 즉시 취임해야 한다. 경제정책을 다듬을 틈도, 경제부처장을 검증할 시간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하더라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야 사드 보복에 대한 대응 방안, 기업 구조조정, 환율 문제 등 중요한 경제 문제에 대한 정책안이 마련될 가능성이 크다. 그 기간에 한국 경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강해진 보호무역주의와 중국의 사드 보복, 미국 기준금리 인상, 경제 성장률 하락 등 각종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된 채 방치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박 대통령 탄핵으로 반기업정서가 커지는 것도 한국 경제에는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에게 뇌물을 주고 특혜를 받았다는 것이 기정사실이 되면서 대기업 수장들은 검찰에 불려 나갈 차례를 기다려야 하는 처지에 빠지게 됐다.
또 야권이 내놓은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 각종 경제민주화 법안에 대한 우호적 여론이 강해지면서 관련법들이 대거 국회를 통과할 수 있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각종 사업 계획 추진을 미룰 수밖에 없어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 경제는 더욱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박 대통령 파면에 따른 조기 대선으로 각종 경제적 이슈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의 대응력이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탄핵안이 기각됐을 경우 발생했을 레임덕과 사회 혼란, 반기업정서 악화 등을 고려하면 경제적인 측면에서 훨씬 더 나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조기 대선이 예견됐던 만큼 각 정당 후보들은 이른 시일 내에 섀도캐비닛(예비내각)을 구성해 시장의 불안감을 낮추고, 차기 정부의 경제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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