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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파면] ‘예상대로’ 헌재, 검찰에 ‘칼’을 뽑아주다

법조계 ‘이미 재판 과정에서 예측 가능’…권력 사라져 검찰 강도 높은 수사 예고

2017.03.10(Fri) 11:36:54

[비즈한국] “원래 예상했던 결과 아니겠습니까?”

 

법조계 내에서는 이미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파면(탄핵)을 결정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8 대 0부터, 7 대 1, 6 대 2까지, 표의 차이를 놓고 이견이 있었을 뿐 헌재의 성격을 고려할 때 결과는 정해진 것이라는 전망이 압도적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선고기일을 하루 앞두고 있는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 경찰 병력이 삼엄한 경비태세로 근무하고 있다. 사진=고성준 기자


“헌재는 51%의 여론을 법리에 맞게 해석해 결정하는 기구잖습니까? 헌재가 가장 정치적인 법조기관일 수도 있는데 헌재가 사실 70% 넘게 찬성하는 여론을 무시하고 기각이나 각하를 할 수 있었겠습니까?” 

 

헌재에 근무한 적이 있는 법조계 관계자의 평가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 역시 “앞선 통진당 해산 때도 그렇고, 간통죄 합헌, 김영란법 위헌 여부 판단 때마다 헌재는 항상 다수 여론 쪽 손을 들어줬다”며 “정치적인 사건이라고 하지만, 헌재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 9일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부터, 92일 동안 마라톤 재판을 진행해온 헌법재판소. 지난달 27일 최종변론을 끝으로 변론절차를 마무리하고 2주간 재판관들만 참석하는 회의인 평의를 수시로 진행해왔다. 재판관들이 입장을 내리는 ‘평결’을 앞두고, 보안도 엄청났다. 

 

우선 재판관들은 점심식사를 주로 도시락이나 구내식당 등 내부에서만 해결했다. 혹시나 모를 시위 세력과의 충돌을 우려한 것. 그 밖에 외부 출입을 자제한 것은 당연하다. 또 재판관 회의실과 재판관실이 있는 3, 4층 출입은 탄핵 심리 내내 철저히 통제됐다. 출입기자들조차 청사 엘리베이터 이용이 금지됐을 정도. 또 평의 내용이 외부에 유출되지 않도록 도감청 방지 장치를 강화하는 등 보안에 각별히 신경 썼다.

 

결정문은 인용, 기각 등 ‘경우의 수’에 따라 미리 준비한 가운데, 선고 직전 재판관들의 최종 의견을 취합해 결정했다.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 등에서도 보안 유지를 위해 이 같은 방식으로 최종 의견을 결정했었다.

 

하지만 ‘이미 재판 과정에서 다 드러났다’는 분석이 법조계 내에 지배적이다. 사실 17차례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서 재판관 8명은 각기 특색 있는 모습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암시했다는 것. 특히 사건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은 송곳 질문을 던지며 증인신문을 주도했는데, 강 재판관은 대통령과 청와대 인사들이 차명폰을 사용해온 점을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소장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이정미 재판관은 최순실 씨의 청와대 출입과 의상비 대납 의혹에 대해 속사포로 질문했다. 헌재소장 권한대행을 맡고나서는 대통령 대리인단의 막말 행태를 강하게 제지하는 모습이었는데, 이때부터 헌재 안팎에서는 “결과는 사실상 정해졌다”는 의견이 나왔다.

 

물론 서기석, 조용호, 김창종 등 가능한 질문을 아끼는 ‘관찰자’적 모습을 보인 재판관도 있었지만, 탄핵 결정을 내릴 때가지 이처럼 서로 관심도 다르고 성향도 다른 재판관 8명이 한데 모여 평의를 열고 치열한 토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검찰로…’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할 수 있을까. 이영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이 지난해 11월 20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중간수사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헌재 관계자는 “워낙 보안 속에 진행돼 평의 내용은 전혀 알지 못하지만, 모든 분들의 의견이 처음부터 일치하지는 않았다고 들었다”고 털어놨다. 지난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기각 선고 당시에도 헌재는 평의에서 이견을 보였지만 박 대통령 탄핵과는 달랐다. 당시에는 본안에 대한 다툼보다는, 헌법재판소 법을 놓고 재판관들마다 의견이 나뉜 것이기 때문. 소수 반대의견을 판결문에 명시해야 하느냐를 놓고 헌재법 해석에서 이견을 보였었는데 이번에는 본안 판단을 놓고 약간의 의견 차가 있었다는 것이다.

 

헌재의 탄핵 결정으로 이제 법조계는 검찰을 주목하고 있다. 특검 수사를 넘겨받은 검찰이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 일단 검찰은 헌재의 결정에 안도감을 표하고 있다. 그동안 수사 결과에 대해 박 대통령 측이 “검찰의 공정성을 믿을 수 없다”고 강력 반발했기 때문. 검찰총장 인사권자인 박 대통령이 검찰 조직의 공정성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한 기묘한 상황이었다.

 

탄핵 심판이 기각된다면 법적 권한을 모두 되찾는 박 대통령이 ‘공정성을 믿을 수 없는’ 검찰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든 손을 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검찰 입장에서는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됐는데, 헌재가 파면을 결정하면서 이제 ‘수사’만 잘 하면 되는 상황이 됐다.

 

검찰 관계자는 “대선이 있기 때문에 곧바로 강도 높은 수사는 힘들겠지만, 박 대통령이 계속 소환에 불응하는 등 검찰 수사를 무시할 경우 여론의 정도에 따라 얼마든 신병 확보를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윤하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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