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오늘, 2012년 3월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당사는 비디비치(화장품 브랜드) 지분 인수를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나 세부적인 사항은 협의 중”이라고 공시했다.
결국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12년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의 지휘 아래 ‘비디비치 코스메틱’을 인수하며 화장품 사업에 첫발을 뗐다. 유명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경민 씨가 2005년 론칭한 색조 전문 화장품 비디비치는 인수 당시 자금 상태가 열악한 수준이었지만 홈쇼핑을 통해 수차례 완판 행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신세계는 가능성을 택한 셈이다.
신세계의 긴급 수혈에도 비디비치는 매년 역성장했다. 2012년 22억, 2013년 41억, 2014년 62억 원의 적자를 낸 비디비치는 현재(2016년 12월 말 기준) 144억 원의 누적적자 기록 중이다. 그럼에도 정 사장은 2014년 스웨덴 향수 브랜드 ‘바이레도’, 2015년 이탈리아 화장품 브랜드 ‘산타마리아노벨라’ 등 해외 화장품 브랜드 판권을 인수하며 화장품 사업의 영역을 꾸준히 확대해 왔다.
안 되는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기로 유명한 신세계가 이러한 무리한 투자를 하는 이유는 화장품 사업에 관심이 많은 정 사장의 영역을 확고히 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공시 후 5년이 지났다. 현재 신세계 남매는 난데없는 ‘화장품 대결’ 중이다. 화장품 사업은 마진율이 높고 브랜드 충성도를 바탕으로 집객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알짜 영역’이기 때문이다.
뒤늦게 화장품 사업에 뛰어든 정용진 부회장의 추격이 예사롭지 않다. 이마트 자체 브랜드(PB) ‘피코크’와 ‘노브랜드’를 성공적으로 확장시킨 정 부회장은 지난해 7월 화장품 제조업체 한국콜마, 코스맥스와 함께 마트 화장품 브랜드 ‘센텐스’를 론칭했다. 센텐스는 자체 브랜드답게 합리적인 가격에 주로 백화점 브랜드에서 제공해왔던 1 대 1 고객 상담을 차별화 포인트로 삼고 있다.
정 부회장은 올해 상반기 내 영국의 헬스&뷰티 스토어 브랜드 ‘부츠(Boots)’를 국내 입점할 계획이다. 국내 헬스&뷰티 스토어 시장은 지난 2010년부터 매년 최대 50%의 폭발적인 성장률을 기록하며 지난해에는 1조 원대 시장으로 진입했다. 그러나 지난 2012년 론칭한 이마트의 분스(Boons)는 이 시장의 독보적 1등 CJ올리브네트웍스의 ‘올리브영’을 비롯해 ‘롭스’, ‘GS왓슨스’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적자를 기록 중이다. 정 부회장으로선 재도전이다.
각오는 단단해 보인다. 정 부회장은 2015년 서울 시내면세점 유치에 활약한 정준호 신세계DF 부사장을 이마트 부츠 사업부로 발령했다. 큰 규모로 유명한 올리브영 명동 본점을 의식한 듯, 올 상반기 명동 신한금융센터 빌딩에 380평 규모의 부츠 본점을 개점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그사이 정유경 사장은 화장품 제조업에까지 손을 뻗었다. 지난해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이탈리아 화장품 제조사 ‘인터코스’와 손잡고 합작법인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를 출범시켰다.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는 국내·외 화장품 업체에서 주문받은 제품과 ‘비디비치’의 일부 제품을 함께 생산하게 된다. 지난 2월 6일부터 경기도 오산에 있는 공장에서 본격적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자체 브랜드인 비디비치와 수입 브랜드 중심으로 운영되던 화장품 사업에 제조업이 더해지면서 사업영역이 강화되고 있다.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의 출범으로 고전 중인 비디비치의 수익성이 개선될지에 대해서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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