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2일 현대자동차는 ‘그랜저(IG) 3.3’을 출시했다. 이로써 신형 그랜저는 가솔린 버전 2.4, 3.0, 3.3 세 가지 라인업을 구축했다. 그랜저 3.3 출시가 의미하는 바는 위급인 ‘아슬란(AG)’과 엔진 라인업이 겹친다는 것이다. 아슬란은 가솔린 버전만 있으며 세부 라인업은 3.0, 3.3 두 가지가 있다. 그랜저 포지션과 아슬란 포지션이 완전히 겹친다.
가격 면에서도 그랜저와 아슬란이 아슬아슬하게 겹친다. 그랜저 3.3은 ‘셀리브리티’ 단일 사양으로만 나왔는데, 가격은 4160만 원이다. 아슬란 3.3은 모던(3990만 원)과 익스클루시브(4540만 원)로 ‘모던’의 경우 그랜저 3.3보다 저렴하다.
지난 연말 현대차는 2016년형 아슬란을 처분하기 위해 눈물의 할인판매를 해야 했다. 2016년형을 2017년에 판매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7~9월 월 100대도 안 팔리던 아슬란은 10월 240대, 11월 134대, 12월 508대가 판매됐다. 올해 1~2월에는 다시 57대, 25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자동차 블로그 등에는 연말 아슬란 할인판매의 눈물겨운 실태를 확인할 수 있다. 사양에 따라 다르지만 아슬란 할인액이 500만~800만 원에 이른다는 글을 심심찮게 확인할 수 있다. 심지어 신형 그랜저(IG) 대기고객에게 추가 할인을 제시하며 아슬란 구매를 유도한 정황도 포착된다. 한 블로그 댓글에 따르면 ‘아슬란 3.0 무옵(무옵션)이 취등록세 포함 3500만 원대 중반’이라는 글도 확인할 수 있다.
아슬란의 밀어내기는 현대차 공식 자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현대차의 ‘2016년 12월 판매조건’을 보면 아슬란 2016년형 한정재고 특별조건으로 ‘주요차종 3% 할인’에 추가로 ‘200만 원 할인(또는 30만 원+무이자할부)’을 제공했다. 블루멤버십 포인트 선사용으로 최대 40만 원, 수입차 보유고객 100만 원 할인 등이 중복적용 가능하다고 되어 있다. 이를 아슬란 3.3 익스클루시브에 적용하면(무옵션) 할인액이 476만 원으로 나온다.
연말 ‘한정재고 특별조건’ 이벤트 종료 후 아슬란 판매는 다시 월 60대 이하 수준으로 떨어졌다. 현대차는 안 팔리는 아슬란보다 잘나가는 그랜저에 힘을 몰아주기로 작정했는지, 그랜저 3.3에는 아슬란 최고사양인 ‘3.3 익스클루시브’에 들어가는 고급 편의장치를 대거 적용했다.
우선 파워트레인은 배기량 3.3리터 람다2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으로 그랜저와 아슬란이 동일하다(이하 3.3 기준). 아슬란 공차중량이 1720kg으로 그랜저 1680kg보다 40kg 무거워 연비는 9.6km/l(아슬란), 9.7km/l(그랜저)로 미세한 차이가 있다.
그랜저 3.3 가격표를 보면 기존 최고사양인 3.0 익스클루시브 스페셜에 추가로 △전륜 대용량 디스크 브레이크 △앞도어 발수 적용 유리 △뒷도어 이중접합 차음 유리 △스웨이드 내장재 △프라임 나파 가죽 시트 △동승석 8방향 전동 조절 등이 신규 적용됐다. 상품성에서 그랜저와 아슬란의 차이가 많이 좁혀졌다.
그럼에도 아슬란을 사야 할 이유가 있다면 △전자식 가변제어 서스펜션(ECS)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렉시콘 프리미엄 사운드(12스피커) 정도다. 다만 이것은 아슬란 최고가 사양인 익스클루시브에만 있는 것이다. 많은 운전자들이 이 3가지 옵션을 경험해보지 않았겠지만, 하이엔드급 유저들에게는 매력적인 아이템이다.
다이내믹을 강조한 신형 그랜저의 단단한 승차감이 싫다면 아슬란의 ECS가 제공하는 안락한 승차감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리틀 제네시스’를 표방했던 아슬란이니만큼 정숙성도 그랜저보다 뛰어나다. 최고급형인 경우 그랜저와 동일한 나파가죽 시트지만, 아슬란에는 퀼팅 처리가 되어 있어 심미적으로 고급스럽다.
그랜저가 최신형 모델이기 때문에 아슬란보다 앞선 것도 있다. 현대제철에서 공급하는 초고장력강판이 대폭 적용된 신형 프레임, 보행자 인지가 가능한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AEB)가 그것이다. 아슬란과 그랜저는 최저사양에서부터 동일하게 9개의 에어백을 적용하고 있지만, 아슬란은 2.5세대 스마트 에어백, 그랜저는 3세대 어드밴스드 에어백이 적용됐다. ‘스펙’ 상 안전 측면에서는 그랜저가 앞선다.
한편 현대차 측은 이런 논란에 대해 “그랜저 수요와 아슬란 수요가 따로 있다. 틈새 시장의 니즈를 위한 상품을 내놓는 것은 메이커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다. 도요타,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도 판매량이 작은 모델들을 판매한다. 아슬란에 대한 부정적 시선은 현대차 상품전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일 수 있다”고 답변했다.
우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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