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중국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갈수록 노골화되고 있다. 부지를 제공하기로 한 롯데가 직격탄을 맞은데 이어 삼성, 현대 등도 후속 주자로 거론된다. 관광 산업도 한마디로 쑥대밭이 됐다. 대 중국 사업을 하고 있는 모든 사업체가 유탄을 맞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지난 3일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 완다그룹이 운영하는 완다백화점 칭다오(靑島)점. 이곳에 한국 화장품 전문 매장이 새로 오픈했다. ‘인투스킨’이라는 브랜드로 중국서 한국 화장품 프랜차이즈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뷰티시그널 정창국 대표의 작품이다. 그는 지난 20년간 중국을 오가며 화장품 관련 사업을 해온 이른바 ‘중국통’이다.
사드 보복이 노골화 된 지난 2일 정 대표는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출장길에 올랐다. 그에게 생생한 중국 현지 분위기를 전해 들었다.
“만나는 중국인마다 이제는 대통령이며 최순실이며 사드 이야기를 합니다. 이게 가장 큰 변화가 아닌가 싶어요.”
중국인들은 비즈니스 상대와 절대 정치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상대방에게 실례일 뿐더러 여전히 사회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중국인 입장에서도 썩 기분이 좋지 않은 대화 주제다. 20년간 중국을 오간 정 대표도 처음 보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가 오랫동안 공을 들인 이날 오픈 행사에는 칭다오시 부시장을 비롯한 고위 지방 공무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완다그룹 측도 칭다오점 사장은 물론 화북지역 총괄 사장까지 참석하며 한국 화장품 전문 매장 오픈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사드 보복 논란 이후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국서 한국산 화장품에 대한 높은 인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요즘 중국에는 우리나라서 유학 경험이 있는 지한파 들이 많다보니 대부분 (사드 보복에 대해) 같이 걱정해 주는 분위기였어요. 그래도 중국 역시 과격한 우익들이 있고, 사회주의이다 보니 당이 함께 선동하면 따라가게 될 수도 있죠.”
칭다오시 부시장 역시 정 대표에게 “너무 걱정하지 말라”면서도 “아직까지 반한 감정이나 사드 보복이 최정점은 아니며 앞으로 1년은 갈 것”이라 조언했다고 한다. 사드 배치부터 가동에 이르는 순간까지 시일이 소요되기 때문에, 여론이 잠잠해지기 전까지 중국의 보복 조치가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보복이 장기화 되면서 중국이나 다른 나라 기업이 그 공백을 빠르게 메운다는 것이다. 그만큼 중국 시장의 발전 속도가 어마어마할 뿐 아니라 변화무쌍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과거 6개월 동안 메르스 사태가 터졌을 때 중국서 거의 모든 일본 제품의 점유율이 올랐습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중국 기업들의 약진도 대단하고요.”
정 대표는 중국의 보복이 롯데그룹이 사드 부지를 제공하기로 결정한 이전부터 상당 부분 진행돼 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산둥(山東)성 지난시에 직영 1호점을 오픈하며 우리나라 연예인들을 대거 섭외해 대대적인 행사를 열 예정이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석연찮은 이유로 공연 비자를 거부해 행사가 무산됐다는 것이다. 그룹 ‘빅뱅’ 역시 비슷한 시기에 같은 이유로 콘서트가 취소되기도 했다.
“일단 한국 연예인을 활용한 마케팅은 당분간 자제해야 된다고 봅니다. 자칫 여론의 표적이 될 수 있으니까요. 지금은 요란한 마케팅보다는 탄탄한 유통망 확보와 품질로 중국인들의 자연스럽게 침투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 입니다.”
정 대표는 이러한 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중국인들도 힘든 상황에서 함께하는 비즈니스 파트너와의 신의를 더욱 중시한다고. 따라서 이럴 때 일수록 공격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현재 중국 내 인투스킨 프랜차이즈 매장은 40여 개. 그는 오는 4월 말 70개까지 계약이 이미 완료됐고, 올해 말까지 가맹점 수를 400개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국 시장이니까 가능한 확장 속도다.
“중국하고 국교가 완전히 단절되기 전까지 무역이 아예 막힌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단절돼도 마찬가지입니다. 고대 시절부터 중국과 무역을 해온 관행이 있지 않습니까. 양국이 쌓아온 관계를 생각하면 답답한 것은 중국 인민들도 마찬가지예요.”
봉성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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