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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수출 증가율 20.2%, 그대로 믿어도 될까

설 연휴, 기저효과 등으로 부풀려져…수출의 질 하락도 문제

2017.03.02(Thu) 18:06:15

통계만 보면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정부가 발표한 2월 수출증가율 20.2%도 자세히 뜯어볼 필요가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비즈한국] 1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2월 수출증가율이 20.2%로 2012년 2월(20.4%) 이후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수출금액으로도 2012년 2월(463억 달러) 이후 최대인 432억 달러였다. 또한 2011년 9월 이후 65개월 만에 2개월 연속 두 자릿수 수출증가율을 기록했다. 

 

통계에는 착시가 있게 마련이다. 특히 정부가 발표할 때는 국민 여론을 우호적으로 돌리기 위해 불편한 결과는 감추고 유리한 결과는 과장하게 된다. 이번 정부 발표에서 짚어봐야 할 것은 무엇일까.

 

① 수출액은 11, 12월보다 줄었다

 

수출증가율은 ‘전월 대비’가 아닌 ‘전년 동월 대비’다. 2월 수출증가율이 20%가 넘었다고 하면 대개의 사람들은 ‘아, 1월보다 20%가 늘었나 보군’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발표한 수출증가율은 2016년 2월 수출액보다 20.2% 늘어난 것이다. 

 

2016년 11월부터 최근 4개월간의 수출액 추이를 보면 453억 달러(2016.11), 450억 달러(2016.12), 403억 달러(2017.1), 431억 달러(2017.2)다. 다만 정부와 기업의 매출 관련 통계는 ‘전년 동기 대비’를 쓴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이는 계절적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팥빙수 가게의 매출 추이는 전년 동월과 비교해야 의미가 있다. 정부가 발표하는 물가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인 것과 동일한 원리다. 

 

② 설 연휴가 어느 달이냐가 중요하다

 

수출증가율을 비롯한 산업생산 통계에서 2월은 착시에 주의해야 한다. 2월은 다른 달에 비해 조업일이 2~3일 적다. 이것만으로도 다른 달보다 최대 10% 생산량이 줄어드는 요인이 된다. 게다가 설 연휴가 1월이냐, 2월이냐에 따라 증가율에 큰 변수가 생긴다. 

 

지난해 2월은 설 연휴로 조업일 3일이 줄었다. 올해는 설 연휴가 1월이었다. 올해 2월이 전년 2월보다 조업일이 3일 많다. 연휴 앞뒤로 추가적인 휴일 또는 조기 퇴근 등 어수선한 분위기까지 감안하면 설 연휴가 2월 생산·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설 연휴는 지난 3년간의 2월 통계에서도 비슷하게 작용했다. 2월에 설 연휴가 있다가 다음 해 2월에 설 연휴가 없으면 수출액이 증가한다. 2013~2014년이 그랬다. 반대로 2월에 설 연휴가 없다가 다음해 설 연휴가 있으면 수출액이 감소한다. 2014~2015년이 그랬다. 2015, 2016년은 모두 2월에 설 연휴가 있었다. 올해는 설 연휴가 1월이었으므로 동일한 조건이었다면 올해 2월 수출증가율이 좋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

 

③ 기저효과를 감안해야 한다

 

‘기저효과(low base effect)’란 비교되는 기준이 낮아서 비교 결과가 높게 나오는 것을 말한다. 지진과 같은 천재지변으로 생산시설이 붕괴된 해에 어떤 회사 매출이 100억 원에서 50억 원으로 50% 급감했다고 가정하자. 가까스로 생산시설을 복구해 다음해 매출 100억 원을 회복했다면 매출 증가율은 100%가 된다. 평소 수준을 회복한 것인데 통계로는 2배 성장을 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2월 한 달간의 수출액을 비교해보면, 2014년 429억 달러, 2015년 414억 달러, 2016년 359억 달러, 2017년 431억 달러다. 지난해 2월에 최악의 수출을 기록한 것 때문에 올해 2월 수출이 엄청나게 증가한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는 400억 달러 초반대 수출액을 회복한 것일 뿐이다. 

 

④ 대외변수가 수출을 견인했다

 

정부는 수출 통계를 발표할 때 ‘주요 13대 품목’의 추이를 별도로 발표한다. 13대 품목은 수출비중이 높은 반도체, 일반기계, 자동차, 석유화학, 선박류, 무선통신기기, 철강제품, 석유제품, 자동차부품, 평판디스플레이, 섬유류, 가전, 컴퓨터다(2016년 수출 비중 순). 

 

13대 품목 중 올 2월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한 품목은 석유제품으로 무려 72.3%다. 석유제품은 휘발유, 경유, 제트유, 등유, 나프타, 중유, 윤활유 등을 말한다. 원유 가격의 상승으로 석유제품의 평균 수출 단가는 1년 새 38.9달러에서 64.4달러로 65.6% 높아졌다. 지난해 국내 정유사들이 사상최대 실적으로 직원들에게 연봉만큼의 성과급을 지급한 뉴스를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국제유가가 하락할 경우 반대로 작용하게 된다. 

 

다음으로 높은 품목은 증가율 54.2%를 기록한 반도체다. 반도체 또한 D램 현물 가격이 2016년 12월 2.72달러(4GB)에서 2017년 2월 3.09달러로 오른 것이 비결이다. 중국 중저가 스마트폰의 고사양화 추세에 따른 메모리 탑재용량 증가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과가 좋았던 것도 반도체 수출이 늘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국제유가와 반도체는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에 가격이 상승하는 것이다. 그러나 공급과잉이 되면 다시 수요 감소와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선박류는 29.5% 감소, 무선통신기기는 21.0% 감소했다. 무선기기 품목에 포함되는 휴대폰의 수출은 34.2% 감소, 휴대폰부품은 36.4% 감소했다.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의 단종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선박의 경우 지난해 2월에는 25척을 인도했으나, 올해 2월에는 21척 인도에 그쳤다. 2014년 이후 발주량이 감소하는 추세로 향후 선박류 수출은 증가세로 돌아서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⑤ 그 외 변수들

 

2월 대(對)중국 수출액은 111억 달러로 전체 수출의 25.7%를 차지했다. 중국은 한국의 수출 기여도가 가장 높은 나라다. 대중국 수출액은 28.7% 증가해 평균 수출 증가율보다 높다. 아세안에 이어 수출 비중 3위인 미국은 53억 달러로 수출 증가율은 1.7%에 그쳤다. 

 

최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인한 대중국 갈등, 트럼프 정부 취임 이후 불확실성이 커지는 대미 갈등은 최근 수출 증가세에 불안 요소다. 글로벌 수요가 증가하는 시기에 정치적 불확실성이 한국 수출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 

우종국 기자

xyz@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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