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미지급 자살보험금 전액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앞으로 두 생명보험사에 대한 금융당국의 최종 제재수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아울러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입장 변화는 소비자와 신뢰 회복보다는 징계수위를 낮추고 회사 대표의 연임을 위한 것으로 해석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삼성생명은 2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미지급 자살보험금 규모는 총 3337건, 이자를 포함한 1740억 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화생명도 자살보험금 전액에 대해 지급하기로 가닥을 잡고 3일 열릴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한화생명의 전체 미지급 금액은 850억 원 규모로 알려졌다.
보험업계는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결정에 대해 앞서 전건 지급으로 경징계를 받은 교보생명에 비해 진일보한 조치를 내놓아야 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업계 관계자는 “두 생보사가 지난 2월 23일 열린 금감원 제재심위원회 결정을 뒤집고 최종 제재수위를 확정할 금융위원회에 선처를 호소하기 위해선 전액 지급밖에는 도리가 없었던 것 아닌가”라고 분석했다.
삼성·한화·교보, 생보사 ‘빅3’는 그동안 “지난해 10월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 지급할 경우 배임 혐의를 받을 수 있다”며 맞서왔다. 금융당국은 약관대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며 생보사 빅3에 대해 중징계를 예고하자 가장 먼저 교보생명이 입장을 바꿨다.
금감원 제재심 직전 교보생명은 총 1858건, 전체 1134억 원 미지급 금액 중 672억 원을 급하기로 결정했다. 제재심은 교보생명에 대한 정상을 참작해 ‘1개월 일부 영업정지’, 신창재 회장에 대해 ‘주의적 경고’를 결정했다. 이로 인해 교보생명은 가장 우려했던 신 회장의 연임 전선에 이상이 없게 됐다.
반면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과 차남규 한화생명 사장은 ‘문책경고’를 받았다. 문책경고가 확정된 금융사 임원은 연임은 물론 3년간 금융회사 임원에 재취업 할 수 없다. 또한 제재심에서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각각 ‘3개월’, ‘2개월’의 일부 영업정지를 받았다.
삼성생명은 오는 24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김창수 사장의 연임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제재가 확정될 경우 당장 새로운 대표이사를 선임해야할 상황을 맞아야 했다. 김 사장이 그간 지휘해 온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융지주회사 재편에도 차질이 불가피했다. 한화생명 역시 차남규 사장의 임기가 내년 3월까지 남아있지만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대승적 차원에서 이뤄진 결정으로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지급을 완료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영업정지를 받게 되면 소속 설계사들이 타격을 받고 이탈로 이어진다. 지급 규모는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건 지급으로 급한 불을 껐던 교보생명도 전액 지급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전망된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전액 지급건과 관련해 이사회가 열릴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결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입장 변화가 금융당국에 제재수위에 어떠한 영행을 미칠지 관심을 모은다. 금융당국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감경 사유는 될 수 있어도 제재를 피할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금감원 제재심 결정은 금감원장 결재 후 금융위에 안건으로 상정돼 최종 제재 수위가 결정된다. 특히 금융사 임원에 대한 문책경고는 금감원장 전결 사항이다. 결국 진웅섭 금감원장의 손에 김창수 사장과 차남규 사장의 연임 가능 여부가 달려 있다. 금감원은 이르면 오는 8일, 늦어도 22일 열리는 금융위 일정에 맞춰 생보사 ‘빅3’에 대한 징계를 건의할 전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미 제재심에서 징계를 결정했다. 아직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으로부터 구체적인 지급계획 등에 대해 통보를 받지 못했다”며 “제재심 전 지급한 보험사와 제재심 후 징계를 받고 지급한 보험사간 제재 수위가 형평성 차원에서 같을 수 없다”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재재심이 열리기 전 자살보험금을 전액 지급하겠다고 한 생보사에 대해선 경징계인 ‘기관주의’ 조치를 한 바 있다.
금융위는 금감원의 징계 건의가 올 경우 정례회의에서 제재 심의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는지 살펴보고 최종 제재수위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자살보험금 지급 논란은 2001년 동아생명(현 KDB생명)이 보험계약자가 자살해도 보험 가입 뒤 2년이 지났다면 일반사망보험금 외에도 재해사망금까지 주도록 하는 약관의 재해사망특약 보험상품을 출시하면서 출발했다. 다른 생보사들도 이 약관을 그대로 적용한 상품을 출시하면서 금감원이 2010년 표준약관을 고치기 전까지 판매를 지속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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