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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덕일기] 꺼져가던 ‘워크래프트 3’ 불씨 타오르게 한 중국의 힘

스타크래프트 리그 부활 해법은 WC3 벤치마킹

2017.03.01(Wed) 15:44:28

[비즈한국]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라는 명언이 있다. e스포츠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비록 ‘스타크래프트 원(1)’은 e스포츠의 정점을 찍었으나, 한국을 제외하고선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 스타크래프트 1보다 강하지 못했지만, 더 강력하게 살아남은 게임이 있다. 바로 ‘워크래프트 스리(3)’다. ‘조국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관악을 보게 하라’는 말처럼 스타크래프트 1의 미래를 물으면 워크래프트 3를 보아야 한다. 

 

워크래프트 3는 스타크래프트 1의 후계자로 태어났다. 비록 워크래프트 시리즈가 스타크래프트 1보다 먼저 나왔으나 스타크래프트 1이 먼저 e스포츠화에 성공했다. 워크래프트 3는 스타크래프트 1의 뒤를 따라 e스포츠화를 추진했다. 모두가 성공을 예견했다. 스타크래프트 1에는 없던 영웅이라는 요소가 추가되었으며 시대에 맞게끔 3D로 디자인됐으며 스타크래프트 1보다 종족도 한 개가 많았다. 

 

워크래프트3는 스타크래프트를 이길 줄 알았지만…​. 사진=블리자드 홈페이지 캡처


전투는 졌을지언정 전쟁은 이겼다라는 말이 어울렸다. 맵조작사건과 스타크래프트 1의 굳건한 흥행 등으로 인해 한국에서의 e스포츠화는 실패했으나, 전세계적으론 성공했다. 유럽, 중국, 북미 등 각 대륙에서 프로 게임단이 생겨났으며 해외 선수와 한국 선수 간의 경쟁이 치열했다. 스타크래프트 1과 달리 리그 우승 선수의 국적은 다양했으며, 상금 규모 역시 스타크래프트 1의 그것보다 컸다.  

 

하지만 세월엔 장사가 없었다. 2008년 경제 위기로 게임단이 하나둘씩 해체됐으며, 게임의 노후화로 인해 신규 유저가 유입되지 않았다. 5년 전 게이머가 지금까지 하고 있고 10년 전에 우승한 게이머가 아직도 4강권에 있는 등 소위 유저와 게이머의 세대교체가 일어나지 않았다. 게임이 늙었으니 e스포츠 리그 역시 쇠퇴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스타크래프트 1을 따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 워크래프트 3의 운명처럼 보였다.  

 

그런데, 스타크래프트 1보다 오히려 안정적으로 e스포츠 리그 유지에 성공했다.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중국과 스트리밍 그리고 펀딩의 힘이었다. 앞서 말했다시피 워크래프트 3는 한국보다 해외에서, 특히 중국에서 인기가 많았다. 중국의 e스포츠 리그는 폭발적으로 성장 중이다. e스포츠 시장 규모는 약 4조 5000억 원이며 사용자 규모는 1억 7000만 명이다. 한국 총 인구의 세 배를 넘는다. 시장이 크다 보니, 예전 게임이지만 워크래프트 3에 대한 수요가 엄청나다. 대회가 순수히 온라인으로 진행되니 해외 선수도 참가 가능하며 그로 인해 리그 유지가 가능하다.  

 

중국 워크래프트3 리그인 골드리그. 사진=넷이즈(NETEASE)


게임 스트리밍 사이트 역시 이에 일조했다. 트위치, 아프리카, 다음팟 등 국내외 스트리밍 사이트 덕분에 은퇴한 게이머들이 다시 방송을 재개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게이머들은 리그가 없을지언정 스트리밍 사이트를 통해 자체적으로 리그를 운영했으며 운영비는 팬들 및 스트리밍 사이트의 후원으로 이루어졌다. 실제로 한국 트위치는 트위치배 워크래프트 3 리그를 운영하고 있다.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킬러 콘텐츠로 e스포츠를 접근하니, 리그 운영이 가능하다. 예전과 달리 마케팅 효과보다는 오리지널 콘텐츠로 e스포츠가 변한 셈이다. 

 

마지막으로 팬들의 후원이 있다. 워크래프트 3 리그가 2000년대 초반 진행되었기 때문에, 당시 팬들은 지금 어엿한 직장인으로 살고 있다. TV로, 공짜로 워크래프트 3 리그를 보던 팬들이 선수들의 리그 펀딩을 진행하고, 선수들에게 기부도 하는 등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구매하고 있다. 어린 팬들이 어른이 되어, 선수들을 후원하는 셈이다. 신문사도 어려워 하는 유료 구매자 확보를, 그 어려운 것을 워크래프트 3가 해냈다. 

 

팬들의 후원으로 이루어진 나이스게임TV의 워크래프트 3 홀스컵. 사진=나이스게임TV 다음팟 채널 캡처


스타크래프트 1의 미래는 어디에 있을까. 리그 오브 레전드처럼 게임 제작사의 적극적인 개입 혹은 방송국의 투자를 바라는 것은 요행이다. 스타크래프트 1은 e스포츠의 시작이었으나 한국만의 게임이었으며 이제 와서 세계화를 추진하기에는 무리다. 그렇다고 스타크래프트 2의 길을 따라가기는 어렵다. 스타크래프트 1은 스타크래프트 2에 비해 너무나 늙었으며 새로운 선수와 팬층의 유입이 어렵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타크래프트 1이 성공적인 부활을 꿈꾼다면 바라봐야 할 것은 워크래프트 3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e스포츠 시장을 노리고, 스트리밍 사이트의 콘텐츠 확보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제 사회인으로 성장한 팬들의 후원과 콘텐츠 구매를 바라는 것은 기본이다.  

 

그렇다면 한국에서의 가능성은 어떨까? 다음 편에선 스타크래프트 1이 e스포츠로 부활할 가능성을 논해볼 예정이다. 

구현모 알트 기획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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