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파고스 선인장나무(선인장과, 학명 Opuntia echios)
[비즈한국] 갈라파고스에서 만난 선인장나무 오푼티아 에치오스(Opuntia echios)이다. 마치 커다란 소나무가 서 있는 것 같다. 늘씬하게 높이 자라 가로수처럼 서 있다. 나무줄기가 반질반질 빛나며 짙은 주황빛이다. 나무줄기 무늬와 색깔이 금강소나무처럼 곱다. 전신주처럼 길고 높은 나무 위에 붙어 있는 것은 나뭇잎이 아니라 손바닥 선인장이다. 저게 나무인가? 선인장인가? 처음 보는 순간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식물의 국내 이름은 없어 보인다. 영명(英名)은 줄기에 가시가 많고 열매가 마치 배(pear)를 닮은 커다란 나무라는 뜻의 ‘Giant prickly pear cactus tree’라고 한다. Opuntia echios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나무처럼 자라는 선인장인데 갈라파고스 특산종이기에 ‘갈라파고스 선인장나무’라고도 한다. 수령이 150년 이상이라고 한다.
선인장은 원래 나무였는데 물이 부족한 사막에서 생장하면서 그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물을 저장하는 줄기와 광합성 기관인 엽록체가 합성된 조직으로 진화했다. 햇빛이 강한 낮에 증발량을 최소화하려고 잎은 가시로 변했다. 그 결과 수분의 소비를 최대로 줄이게 되어 사막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갈라파고스에는 초식 동물인 코끼리거북이와 육지 이구아나가 있다. 이들은 갈라파고스 특유의 메마르고 척박한 환경 때문에 선인장까지 먹어 치우게 되었다. 선인장은 생존을 위해 어릴 때는 가시투성이의 줄기를, 점차 커가면서는 줄기가 나무처럼 단단하게 변하며 키를 키워 자이언트 선인장이 되었다. 이러한 선인장의 변화는 천적인 코끼리거북이와 이구아나를 피하고자 진화한 모습이라 한다. 한번 자리 잡으면 이동할 수 없고 어떻게 하든 그 환경에 적응하여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식물도 하나의 생명체인 만큼 생존에의 본능적 DNA는 동물과 다름이 없나 보다.
갈라파고스에 있는 선인장나무 Opuntia echios는 키, 가시나 열매 모양, 색깔 등이 다른 5가지 종류가 있다고 한다. 갈라파고스 제도 안에서도 자라고 있는 섬의 다른 조건에 따라 각각 모양과 분포가 다르게 적응한 결과이다.
갈라파고스 제도는 12개의 화산섬과 100여 개의 암초로 구성된 동태평양 적도 부근에 있는 여러 섬으로 에콰도르에 속한다. 이 섬은 1535년 파나마의 주교인 프라이 토마스 데 벨랑가(Fray Tomas de Berlanga)의 표류에 의해 발견되었다. 1832년에 에콰도르가 독립하면서 에콰도르의 부속 도서가 되었다. 그 이전에는 해적들이 이곳을 은신처로 활용하였을 뿐이었다. 에콰도르 정부가 이 섬에 죄수를 데려와 정착시키기 이전에는 토착민이 존재하지 않는 지구의 섬 중에서 몇 안 되는 곳이었다. 이 섬이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된 것은 최초 발견 이후 300년이 지난 1835년 9월 15일 비글호를 타고 상륙한 찰스 다윈(1809~1882)의 덕분이다. 그는 이곳을 비롯하여 태평양 일대에서 진화론에 대한 조사를 한 뒤 ‘신이 생물을 창조했다’는 당시의 신념체계를 뒤집는 ‘종의 기원’을 1859년에 발표하였다.
갈라파고스 제도는 화산섬인 데다 오랜 세월 고립되어 있었다. 그 때문에 종류가 많지는 않지만 독특한 자연환경으로 인한 특이한 생물이 살고 있어 특산종 비율이 세계에서 제일 높다. 육지 새의 80%, 파충류와 육상 포유류의 97%, 식물의 30%, 바닷물고기의 50% 이상이 세계에서 오직 이곳에만 산다. 에콰도르 정부는 1959년 이곳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했고 1978년 최초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었다.
갈라파고스 섬의 면적은 8010km²로서 8200km²인 우리나라 충북 면적보다 조금 작으며 인구는 2만 5000명(2010년 기준)이다.
갈라파고스 섬에 다양하고 많은 생물 종이 사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이 이곳만의 고유종이다. 이들을 접하면서 무한한 자연 세계의 생명력을 보았다. 생명을 지속하기 위하여 자연 적응과 변화를 거듭하며 진화하는 식물을 보며 식물 역시 동물과 다름 없는 생명체라는 사실이 신비롭게도 내 가슴에 되울리고 있었다.
박대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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